중소기업 구조의 개관
중소기업 구조의 개관
  • 승인 2006.03.20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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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주도형 경제로 진입하면서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혁신능력의 제고가 필요하지만 기업규모가 지나치게 영세하여 기술개발 등의 수행이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있다.

1990년대에 들어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게 됨에 따라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경쟁력을 높이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였다. 대기업들이 선진국 기술도입으로부터 자체적인 R&D 강화로 기술조달전략을 변경한 것도 1990년대부터이다. 그 결과 섬유, 신발 등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생산 비중이 축소되었고 전자, 자동차, 기계 등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생산과 고용이 증가하였다.

우리 경제가 주로 의존하는 전자, 자동차 산업은 조립제품의 특성을 갖는다. 따라서 대기업의 경쟁력은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에 직결되어 있다. 대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높이고자 자신들의 생산을 축소하는 대신 중소기업에 대한 외주를 크게 확대시켜 왔다. 그 결과 대기업의 고용은 감소되면서 중소기업은 거의 모든 산업에서 고용이 증가하였다.

1990년대에 들어 금융여건의 차이로 인하여 대기업은 생산자동화와 IT산업으로의 진출에 성공한 반면,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진척을 보지 못하였다. 외형적으로, 즉 변화된 생산품목으로 보면 중소기업에서도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진입이 활발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생산 내용에서 중소기업은 기술개발, 고급인력의 확보에 실패하여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성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1980년대 말까지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50%수준을 유지하였으며 이는 일본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어 대기업의 노동생산성은 급속히 증대된 반면에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그에 미치지 못하여 격차가 줄곧 확대된 결과 2003년 현재 대기업의 33%수준에 이르고 있다. 국제적으로 볼 때에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생산성 격차는 매우 큰 편이다.

경제위기 이전에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가릴 것 없이 모두 노동집약적 경공업에서 퇴출이 발생하고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진입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1990년대에 들어 중국의 산업화가 급진전되면서 한국의 섬유산업과 신발산업 등의 수출시장이 잠식되었고 국내기업의 중국현지생산이 본격화되기 시작되었다. 반면에 조선산업의 지속적 호황과 함께 자동차 보급 증대에 따른 자동차산업의 성장, 컴퓨터산업으로의 진입 등에 의해 기술집약적 산업에서 생산과 고용이 증대되었다.

그에 비해 경제위기 이후에는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대기업에서 고용방출이 일어나고 중소기업에서 고용증가가 일어나고 있다. 패션산업으로 탈바꿈한 의류산업과 반도체, 휴대폰 단말기, LCD 등의 IT 관련산업의 성장에 의해 대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하는 전자부품산업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업에서 대기업의 고용은 감소상태에 있다.

다시 말하면, 경제위기 이전에는 기업규모에 상관없이 산업간 구조조정이 진행된 반면에 경제위기 이후에는 산업간 구조조정보다는 기업규모간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특성을 보인다. 경제위기 이전에는 산업간 이동의 유인이 높았음에 비해 위기 이후에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대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혁신에 의한 제품차별화가 아니라 생산비가 낮은 중소기업에 대한 외주생산 확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추세를 발견할 수 있다.

이는 경제위기 이전에는 저부가가치 산업으로부터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게 하는 압력이 커 산업구조조정이 매우 활발하였으나 경제위기 이후에는 고부가가치 산업들로의 진입 확대를 통해 전체 경제로 성장이 확산되는 메카니즘이 작동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경제위기 이후에 중소기업에 대한 외주생산이 확대되고 그로 인해 중소기업의 생산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임금수준이 가장 낮은 10인 미만의 계층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개발연대에 형성된 우리 경제의 근본적 체질개선을 위한 개혁정책이 추진되었고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으로서 혁신 중소기업의 육성이 추진되었다.

당시 정부가 취한 중소기업정책들의 주요 내용은 첫째, 벤처캐피탈에 대한 정부의 자금지원을 확대하여 벤처기업을 육성하고 둘째, 지역혁신체제를 도입하여 지역에서의 대학 및 연구기관과 중소기업간 협력을 강화하며 셋째, 대학 및 연구기관에 창업보육센터를 설립하여 신기술 창업을 확대하는 것 등이었다.

이러한 중소기업 정책방향의 변화에 부응하여 비록 소수이지만 혁신적인 중소기업군이 ‘벤처기업’의 형태로 출현하였다. 경제위기 이후에 새롭게 나타난 이들 중소기업 사업자들은 학력이 높고 생산현장이 아니라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근무경험을 가진 젊은 인력들로서, 고유기술을 가지고 대기업의 하청관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시장을 개척하는 특성을 갖는다. 이들이 창업한 업종은 대부분 IT산업이거나 이와 밀접히 연관된 산업들이라서 성장속도도 높았다.

그러나 경제위기로부터 회복되고 난 이후에는 혁신 중소기업의 증가가 둔화되고 있어 앞으로 정책의 우선순위는 기존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보다는 혁신기업의 창업 활성화에 두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혁신 중소기업의 창출에 장애를 일으키는 경제 내부의 구조적 요인은 기업규모가 지나치게 작아 매출단가당 연구개발비 등 고정비의 비중이 높아져 지속적 수행이 어렵다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규모가 영세한 것은 경제규모에 비해 사업체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에 기인한다. GDP 총액이 우리나라의 14배인 미국이 제조업체수는 우리의 2배에 불과하며 우리나라의 7배인 일본의 제조업체수는 우리의 1.6배에 불과하다.

이러한 여건에서는 대기업군으로 진하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성장에 대한 분석결과에 의하면 1993년에 중소기업에 속했던 사업체는 56,472개이었으나 2003년까지 생존한 사업체수는 14,315개로서 생존율이 25.3%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300인 이상의 업체로 성장한 기업은 75개(0.13%), 500인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체 수는 8개(0.01%)에 불과하였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격리된 이중적 구조를 가진 산업구조에서는 유망한 중소기업들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기존 대기업들 또한 밑으로부터 성장해 오는 혁신 중소기업들로부터 경쟁 자극을 받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 기존 대기업이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과 경쟁이 가능한 산업구조가 확립될 때 혁신주도형 경제로의 진입이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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