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기업 투자 부진, 과장되었다'
LG경제연구원 '기업 투자 부진, 과장되었다'
  • 남창우
  • 승인 2007.06.0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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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미래의 수익을 기대하고 투자를 한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여 투자한 금액 이상의 미래 수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투자는 기업 성장과 발전의 토대가 된다. 수익성이 더 높은 분야로 투자가 활성화되면 경제전체적인 자원배분의 효율성도 높아진다. 최근설비투자가 회복을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부진에 우려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경영행태의 정착으로 경기확장과 매출확대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기업들의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외환위기 이후 외형성장 급격하게 둔화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서는 투자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성장기반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부채축소와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국내기업의 외형성장세는 급격하게 둔화되었다. 1970년대 연평균 39.3%를 기록했던 국내 제조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이 1980년대19.1%, 1990년대 12.5%로 낮아졌고, 2000년대에는 8.6%로 하락했다. 1970년대 연평균 29.8%를 기록했던 국내 제조기업의 유형자산증가율도1980~1990년대에 10%대로 하락한 데 이어2000년대에는 2.5%로 낮아졌다.

경기가 확장하고 매출이 증가하면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고 생산설비의 규모가 커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1980~1990년대에는 매출증가율과 유형자산증가율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에는 유형자산증가율이 매출증가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면서 그 차이가 6.1%p로 확대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매출이 증가해도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기존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대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래 수익을 위한 지출은 모두 투자로 보아야

최근 투자 부진에 대한 우려의 초점은 주로 설비투자에 집중되어 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위축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성장잠재력 약화에 대한우려가 확산된 것이다. 설비투자를 통해 생산규모를 확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설비투자가 늘어난다고 반드시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능력을 넘어서는 과도한 투자는 오히려 기업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경쟁력 강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형성장을 위한 투자뿐만 아니라 내실을 다질 수 있는 투자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성장잠재력 확충과 미래의 수익 증대를 위한 지출을 모두 투자로 볼 수 있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뿐만 아니라 핵심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투자, 사업 확장을 위한 지분투자 등도 모두 투자의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 기업들이 투자계획을 발표할 때에 연구개발투자가 포함되는 것은 기업들은 연구개발을 위한 지출도 투자로 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설비투자가 크게 늘지 않더라도 연구개발투자가 늘었다면 미래의 경쟁력 강화와 수익 증대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연구개발을 통한 신제품의 개발은 설비투자의 증가를 유발할 것이다. 따라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가 서로를견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바람직하다.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외환위기 이후 유형 자산(설비+토지)투자, 연구개발투자, 지분투자를 모두 포괄하는 투자변화의 양상을 살펴보았다.

기업의 전체적인 투자는 증가

분석대상 상장기업(유가증권시장 상장 12월 결산비 금융업 493개 기업)의 총투자(유형자산투자+연구개발투자+유가증권투자)는 2000년대 초반감소세를 보이다가 2003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21.6%, 2002년 -2.1%를 기록했던 총투자 증가율은 2003년 8.5%를 기록하여 증가세로 돌아섰고 2004년에는16.5%의 증가세를 보였다. 2005년과 2006년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10%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분석대상 상장기업들의 투자규모는 투자여력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2~2004년 동안에는 총투자가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의 범위 이내에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2005년에는 영업활동에서 발생한 현금의 1.2배, 2006년에는 1.3배 정도에 이르는 투자가 이루어졌다. 2005년과 2006년에는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영업현금흐름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투자는 지속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기업들의 미래준비를 위한 투자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투자증가를 고려할 때에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이 훼손될 정도로 투자가 위축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가 회복되고 매출이 빠르게 증가할 경우 기업의 투자도 이에 비례하여 증가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증권 투자 빠르게 증가

기업들의 투자는 유형자산투자, 연구개발투자, 유가증권투자 등의 유형별로 변화에 차이를 보였다. 특히 2004년을 고비로 유형별로 변화패턴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2000년 들어 2004년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투자 증가율은 2005년부터는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개발투자는 2005년(2001년 8.8%, 2002년 12.0%, 2003년 14.8%, 2004년 25.3%)까지 꾸준하게 증가하였고 2005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2005년 10.9%, 2006년 6.4%)되었다.

유형자산투자는 2001년(-21.0%)과 2002년(-8.9%) 감소하였으나 2003년 이후 꾸준한 증가세(2003년15.8%, 2004년 21.3%, 2005년 12.6%, 2006년8.2%)를 유지하였다. 반면에 2004년까지 감소세를 보였던 유가증권투자는 2005년 28.9% 증가한데 이어 2006년에는 34.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전체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있어서도2004년 이후 유형자산과 연구개발 투자는 감소한 반면 유가증권투자는 증가하였다. 연구개발투자가 총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17.8%에서 2006년 16.2%로 소폭 감소했다. 유형자산투자도 같은 기간 동안에 66.0%에서 62.1%로 감소했다. 반면에 유가증권투자는 16.2%에서21.8%로 증가했다.

이러한 투자유형별 변화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패턴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2005년 이후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유형자산 및 연구개발 투자의 증가세는 둔화되었다. 하지만 연구개발이나 유형자산에 대한 투자가 꾸준하게 증가한 것을 통해 국내기업들이 경쟁력 강화 노력은 계속되고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유가증권투자가 증가한 것은 주로 계열사에 대한 지분투자가 증가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2006년 전체 유가증권투자 중에서 특수관계자에 대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6.5%에 이르고 있고, 특수관계자에 대한 유가증권투자는 2005년 대비 70.6%나 증가하였다. 따라서 유가증권투자의 상당부분은 계열사에 대한 지분투자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같이 유형자산이나 연구개발 투자의증가세가 둔화된 반면 계열사에 대한 지분투자가 증가한 것은 기업들이 사업확장을 위해 계열사에 대한 지분투자를 늘렸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막대한 여유자금을 쌓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에 대한 투자확대를 통해 새로운 기회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투자패턴의 변화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은 연구개발과 유형자산, 중소기업은 유가증권 투자 비중 높아

기업규모별로도 투자패턴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연구개발 투자에서 기업규모별로 차이가 두드러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2001~2006년 동안평균 총투자 증가율은 각각 4.9%와 4.6%로 차이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대기업의 연구개발투자증가율은 13.2%로 중소기업의 4.2%에 비해 3배 이상 높았다. 유형자산투자 증가율로 대기업(4.7%)이 중소기업(3.8%)보다 0.9%p 높았다.

반면에 2001~2006년 동안 연평균 유가증권투자 증가율은 중소기업이 8.3%를 기록하여 대기업의 3.3%에 비해 2.5배 높았다. 그러나2006년 기준 전체 유가증권투자 중에서 특수관계인에 대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기업77.3%, 중소기업 57.4%로 대기업이 20%p 가량 많았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경우 유가증권투자가 늘었지만 대기업에 비해 지분투자의 비중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총투자 중에서 연구개발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에 있어서도 대기업(16.2%)이 중소기업(12.8%)에 비해 높았다. 유형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에 있어서도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이 높았다. 그러나 유가증권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중소기업(39.2%)이 대기업(20.2)에 비해 2배가량 높았다. 이와 같이 투자유형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연구개발투자와 설비투자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매출규모가 작다는 점에 있어서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부진은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자금여력이 크지 못한 데다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투자가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연구개발투자 부진은 향후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관련하여 우려되는 대목이다.

설비투자 확대 정책은 실효성이 적을 수도

이와 같은 결과를 통해 최근 증가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기업들의 전체적인 투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경기가 급격하게 악화되지 않는 한 기업들의 투자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설비투자가 위축되더라도 연구개발투자와 지분투자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유형별 변화를 통해 국내기업의 투자마인드에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설비투자는 급감했어도 연구개발투자는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투자가 생산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투자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로 서서히 옮겨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연구개발투자의 지속적 증가는 경쟁력의 원천이 생산규모가 아니라 지식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연구개발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진 결과로 보인다.

또한 지분투자가 증가한 것에서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계열사에 대한 투자가지속적으로 이루어졌음을 파악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기업의 규모 확장을 위해설비투자를 늘리기 보다는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거나 기존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려는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신사업 기회의 진출뿐만 아니라 사업구조조정을 위해 인수합병을 성장전략의 중요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기업들의 투자에 대한 시각의 변화에 따라 설비투자를 유도하는 정책은 실효성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투자활성화를 위한 기업의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의 연구개발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 금융지원이나 산학연계 등을 통해 연구개발투자 활성화 정책이 꾸준히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기업들도 스스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계속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핵심역량강화를 위한 기업들의 연구개발투자는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LG경제연구원 이한득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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