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단 불법파견업체 난립
인천공단 불법파견업체 난립
  • 김연균
  • 승인 2012.06.1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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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내 파견광고 140곳 중 81곳 무허가
인천 남동공단 소재 통신용 안테나 제조업체에서 5개월간 일해온 한 모씨는 얼마 전 작업 중 손가락 골절을 당한 후 해고됐다. 인근 직업소개소를 통해 입사한 그는 급여명세서를 보고 나서야 자신이 직업소개소 소속직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6개월 열심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회사의 약속을 믿었다. 급여는 최저임금인 시간당 4580원이었고,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은 가입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받아들였다. 정해진 작업시간보다 30분 일찍 작업을 시작했고, 매일 2시간 잔업과 특근을 했다.


그런데 입사 후 5개월이 지나자, 함께 입사했던 동료들이 하나 둘 안보이기 시작했다. 손가락 골절을 당한 그에게 회사는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 했다. 한씨는 “나중에 보니 직업소개소는 미등록 파견업체였고, 나는 법적으로 금지된 제조업 파견노동자였다”며 “근처 공단엔 직업소개소를 통해 취업한 파견노동자가 상당수”라고 말했다.

무허가 파견업체들이 독버섯처럼 난립해, 제조업 불법파견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는 최근 직업소개소가 집중된 갈산역 주안역 동암역 주변의 파견모집 업체 140곳을 조사한 결과 이중 81개가 고용노동부에 등록(2011년말 기준)하지 않은 채 버젓이 사업을 하고 있었다고 6월12일 밝혔다.

지난 5월 14일부터 2주간 노조에서 전화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주안역 인근 한 건물엔 파견업체가 27곳이나 있었는데, 사업체 신고와 폐지를 반복하고 있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무허가 파견업체가 난립해 간접고용을 확산시키는 등 노동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요즘 공단지역에선 정규직 취업은 드물고, 직업소개소를 통한 파견·용역·아웃소싱 채용이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미등록 업체들이 법적으로 금지된 제조업체에도 인력파견을 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법의 허점을 악용한다. ‘파견근로자보호법’은 출산 질병 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길 경우에만 일시·간헐적으로 제조업 파견을 일부 허용하고 있고, 이 경우 3개월(1회에 한해 3개월 연장 가능)만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파견업체들은 노동력이 필요한 업체들과 계약을 맺어 6개월 단위로 해고하면서 업체를 바꿔 재계약하기도 한다는 게 노조측 설명이다.

금속노조에서 파악한 미등록 파견업체 81곳이 지금도 무허가 상태인지, 불법파견을 하고 있는지는 당장 확인하기 어렵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들어 인천 경기 등에 신규로 등록한 파견업체가 183개다. 게다가 사업장에서 도급과 파견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금속노조에서 파악한 업체중 상당수가 실제로 미등록 불법파견업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청 관계자는 “최근 내부적으로 파악한 불법 의심업체 8개가 금속노조 자료와 일치한다”며 “8월 개정 비정규직법 시행을 계기로 불법파견업체와 사용사업주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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