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혁신 나선 싱가포르의 고민
제조업 혁신 나선 싱가포르의 고민
  • 김연균
  • 승인 2013.05.0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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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너머 세계 금융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는 싱가포르의 제조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목하 고민 중이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5월 4일자)는 싱가포르의 제조업이 변혁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싱가포르 경제는 1.3% 성장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성장이 아예 멈출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올해 1ㆍ4분기 싱가포르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겨우 0.6% 성장했다. 연초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1.8%로 예상했지만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수년 동안 아시아 경제는 상당히 성장했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다르다. 문제는 제조업이다.

싱가포르의 제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다. 다른 선진국들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12%, 제조업 부활을 외치는 미국은 더 낫다.

싱가포르 경제의 60%를 중소기업이 떠받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조화를 이룬 싱가포르의 산업구조는 글로벌 경기흐름에 크게 영향 받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이런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추진 중인 경제개혁 3개년 계획 탓이다. 외국인 노동력 중심의 후진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시도가 역효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추가 세금을 부과하면서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중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자동차 번호판 제조업체 추안헝 사인크래프츠는 전형적인 가족 경영 중소기업이다. 추안헝의 아이리스 셔 최고경영자(CEO)는 "2년 전만 해도 한 달 250달러(약 27만3875원)의 외국인 고용 부담금을 냈지만 지금은 330달러나 내야 한다"며 투덜거렸다.

이조차 6개월마다 오른다. 여기에 노동자의 식대ㆍ보험ㆍ숙식까지 책임져야 한다. 이들의 월급이 1050달러인데 추가 비용만 650달러다.

생각지 못한 문제도 발생했다. 지난해 싱가포르의 물가상승률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았다. 지난 3월 물가상승률은 3.5%다. 그나마 2년 5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업이 증가한 부담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한 탓이다.

가격 경쟁력이 사라져 수출도 부진하기 이를 데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싱가포르달러화 강세까지 겹쳐 중소기업 고객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다.

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우선 '생산성과 신용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고효율 업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의료 장비 산업이 뜨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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