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도로공사, 외주 안전순찰원 직접 고용하라”
법원 “도로공사, 외주 안전순찰원 직접 고용하라”
  • 이준영
  • 승인 2014.09.0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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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공사 외주업체에 소속된 안전순찰원들에 대해 도공의 직접 고용의무가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도공이 안전순찰업무를 형식적으로 퇴직자들에게 도급 주기는 했으나, 사업자로서 독립성이 의문시되고 도공이 일부 업무를 직접 지휘·감독해 불법파견 요소가 높다고 본 것이다. 이로써 외주업체 운영자들에게 상시적으로 임금을 편취당하는 등 부당한 대우(경향신문 4월9일자 1면 보도)에 시달려온 안전순찰원들은 도공을 상대로 정규직 노동자로 고용토록 요구할 수 있게 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지난 3일 도로공사 안전순찰원들이 집단적으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소송에서 “도공의 고용의무가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에는 도로공사 진천·홍천·남원·당진·산청 등 32개 지사에서 근무하는 안전순찰노조 조합원 397명이 참여했으며, 재판부는 원고 전원에 대해 고용의무를 인정했다. 도공이 실질적인 사용주로 판단됨에 따라 재판부는 외주업체 사장들에 의해 해고된 10여명도 도공에서 직접고용하라고 주문했다. 전국적으로 안전순찰원들은 53개 지사에 8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원고를 대리한 강상현 변호사는 4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도로공사가 퇴직자들에게 외주운영업체를 맡기긴 했으나 이들이 독립적인 사업자로서 인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도공 외주업체 운영자는 도공이 무상으로 제공한 사무실과 순찰차량을 사용하고, 도공 상황실의 지령에 따라 안전순찰업무를 수행하는 등 독립적인 사업자로서 인정되기 곤란한 점이 많았다.

강 변호사는 “도공은 2009년 이명박 정부 때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정년이 가까운 직원들을 내보내면서 명예퇴직금을 주는 대신 정년 때까지 임금을 이윤 형태로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외주업체 운영권을 부여해왔다”며 “형식적인 외주화에 제동을 건 첫 판결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공 본사에 소속된 안전순찰 현장직원들이 정규직이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인정된 안전순찰원들도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의무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도공 톨게이트영업소 소속 요금수납 직원들도 도공의 고용의무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 변호사는 “톨게이트영업소는 도공 퇴직자 4~5명이 운영자로 지정돼 이 중 1명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른 직업을 갖고 도공으로부터 정년 때까지 임금을 매달 이윤으로 받아갈 뿐 실질적으로 하는 일이 거의 없다”며 “사무장도 형식적으로 출근만 할 뿐 독립적인 사업자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톨게이트영업소 직원 1000여명은 서울동부지법에 불법파견을 이유로 한 근로자 지위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오는 16일 결심을 거쳐 연내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전국의 톨게이트영업소 직원은 8000여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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