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주자와 관리업체는 경비원의 '공동 사용자'"
"아파트 입주자와 관리업체는 경비원의 '공동 사용자'"
  • 이준영
  • 승인 2016.05.0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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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주택관리업체가 경비 노동자의 근로계약상 ‘공동 사용자’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 노동자에 대한 지휘·명령권을 행사했다 해도 계약상 사용자인 관리업체만 사용자로 봐온 그간의 판례와 다른 판단이다.

중노위는 지난 2월25일 경기 김포 풍경마을 래미안한강2차아파트 경비원 여모씨가 입주자대표회의와 주택관리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에서 여씨의 손을 들어줬다.

여씨는 지난해 3월1일 그해 6월 초까지 아파트 관리 업무를 맡기로 한 ㄱ관리업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경비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ㄱ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관리 업무를 위탁하되 업체 선정은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경비업무의 특수성을 감안해 관리주체와는 별개로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전문 경비용역업체를 선정하기로 했다.

ㄱ업체는 지난해 5월 경비용역업체 입찰공고를 했지만 4차례 유찰이 됐다. 새로운 경비용역업체가 선정되지 않았지만 ㄱ업체는 같은해 6월1일 위·수탁 관리 계약 기간이 종료됐고 여씨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입주자대표회의는 다음날인 2일 아파트 관리주체로 광인산업을 선정해 아파트 위·수탁 관리 계약을 체결했는데 위탁관리업무에 경비·미화 업무는 포함되지 않았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 경비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광인산업과 새 경비용역업체가 선정될 때까지 구두로 한시적 경비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광인산업은 여씨 등 경비원 12명과 근로계약 기간을 1년(2015년 6월2일~2016년 6월1일)으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해 8월17일 새 경비용역업체로 에스원을 선정했고, 광인산업은 여씨 등에게 같은달 31일로 자사와 입주자대표회의 간 한시적으로 체결된 경비용역 계약이 마무리된다고 통보했다. 에스원은 아이원서비스와 경비용역에 대한 하도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아이원서비스는 기존에 근무하던 경비원 12명 중 4명만 선별적으로 고용 승계를 했다. 광인산업은 ‘위·수탁 계약이 본 근로계약기간 중 부득이한 사유로 중도 해지되거나 기간만료로 종료되는 경우 근로관계도 자동 종료된다’는 근로계약서 내용을 이유로 여씨 등 8명과의 근로계약 관계를 종료했고, 서면으로 해고 통지를 하지 않았다.

중노위는 여씨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은 입주자대표회의도 부당해고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입주자대표회의와 광인산업은 경비원 12명을 공동 채용·관리하기로 합의한 점, 이 합의에 따라 광인산업은 경비원 12명을 관리하고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원들에 대한 급여와 사회보험료를 지급한 점, 광인산업과 경비원들 간 근로계약서에 입주자대표회의의 교체 요구를 해고 사유의 하나로 포함시키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입주자대표회의와 광인산업은 경비원들의 해고, 채용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공동 지배하거나 결정하며 공동으로 업무를 지시하고 지휘·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근로계약상 공동 사용자”라고 밝혔다.

중노위는 부당해고와 관련해선 “여씨의 근로계약 종료 당시 근로계약 기간 만료일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점, 여씨는 새 경비용역업체가 선정되더라도 계속 근무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근로계약서상의 근로관계 자동소멸 조항은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해고로 봐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입주자대표회의와 광인산업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해 근로관계가 종료된 해고”라고 밝혔다. 이어 “입주자대표회의와 광인산업는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이 없으므로 여씨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위법한 해고로서 무효”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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