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내] 의지력 SOS
[신간 안내] 의지력 SOS
  • 김연균
  • 승인 2017.02.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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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의 결심은 늘 작심삼일에 그칠까?

패러다임을 뒤집는 궁극의 의지력 향상법


새해를 맞아 금연이나 다이어트를 실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는 오랫동안 몸에 밴 다른 나쁜 습관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연초에 굳게 먹었던 마음은 어느새 느슨해지고 결심은 하루가 다르게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왜 우리의 결심은 늘 작심삼일에 그칠까?

『의지력 SOS』에 그 해답이 있다. 그것은 우리가 의지력의 본질과 동떨어져서 헛되이 애를 쓰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의지력이란 욕구를 인내하는 힘, 곧 무의식을 통제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뿌리 깊은 관념은 우리 뇌의 실상과 전혀 맞지 않는다. “이제까지 마음을 다잡으려 시도했던 온갖 노력들이 별 소용이 없었다면, 완전히 다른 식으로 접근해보는 편이 낫지 않을까?”라고 저자는 제안한다.

다짐만으로는 담배를 끊거나 살을 빼기 어렵다는 사실을 그만 인정하고 말이다. 이 책은 전통 심리학부터 최신 뇌과학에 이르는 다양한 통찰을 바탕으로, 왜 우리의 욕구를 다스리고자 하는 강박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나아가 의지력의 본질은 무엇이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의지력을 관념이 아니라 뇌 뉴런의 활동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의지력을 더욱 근본적인 원인과 과정으로 환원하여 생각해야 한다. 의지력이라는 주제에 뇌과학과 심리학의 도움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의 무의식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부터 인정한 뒤에, 의식이 20만 년에 걸쳐 진화해온 경로를 따라가야 한다. 즉 인간 의식 진화의 두 가지 키워드인 ‘관찰’과 ‘시뮬레이션’이라는 과정을 반복함으로써만, 곧 숱하게 실패를 반복함으로써만 원하는 목표에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도달할 수 있다.

오랫동안 공인회계사로, 벤처캐피털 및 벤처기업 CEO로 일해온 저자는 금연과 다이어트를 계기로 의지력의 중요성과 본질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 뒤, 10여 년간 틈틈이 다양한 분야의 관련 문헌을 읽으며 탐구를 거듭해왔다. 그리하여 자신의 경험과 여러 연구 결과에서 얻은 통찰로부터 근본적으로 우리의 의지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인 SOS(Simulation–Observation-Selection) 모형을 제시하고, 이를 금연과 다이어트라는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법을 안내한다.

의지력은 20만 년 진화의 산물

우리 뇌에서는 자동적으로 분출되는 내적 욕구와 이를 의도적으로 제어하려는 의식이 끊임없이 대립한다. 저자는 이를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캐릭터를 빌려 ‘하이드’(무의식)와 ‘지킬 박사’(의식)의 쉴 새 없는 주도권 쟁탈전으로 표현한다. 진화의 역사에서 하이드는 지킬 박사보다 훨씬 더 긴 연륜과 전통을 자랑한다. 본능이 이성보다 우위를 점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가 그렇게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뇌가 처음으로 생겨난 것은 약 5억 년 전이다. 무의식은 무려 5억 년간 진화를 거듭했다. 이에 반해 이성의 뇌를 지닌 현생인류인 호모사피엔스는 겨우 20만 년간 의식을 진화시켜왔다. 20만 년에 불과한 미숙련 기술로 5억 년간 숙련된 무의식을 정복하겠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다. 지킬 박사의 실패가 당연해 보이지 않는가? 더구나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하이드가 월등히 유리하며, 지킬 박사는 조금만 부하가 걸려도 쉽게 방전되는 치명적 약점까지 있다. 이 싸움에서 우리의 의식은 애초에 패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의지력이 약한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저자는 “당신의 의지력에 ‘박약’이란 굴레를 씌우지 말라”고 위로한다. 그러면서 “자학에서 수용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의지력을 발휘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그에 따르는 자책, 절망, 무기력 같은 부정적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고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며 오히려 내적 욕구에 더욱 탐닉하는 반작용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지력의 두 가지 키워드: 관찰과 시뮬레이션

그러나 지킬 박사가 하이드를 이길 수 없게끔 진화했다고 해서 지레 포기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희망의 불씨도 바로 그 진화 과정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 신경생리학자 벤저민 리벳이 실시한 유명한 실험으로부터, 의지력의 본질을 이해하는 의식 진화의 두 가지 키워드인 ‘관찰’과 ‘시뮬레이션’을 끌어낸다.

진화 과정에서 우리는 타자를 관찰하는 방법과 동일하게 외부의 시선으로 자기를 관찰하는 일을 반복하여 오늘날 다른 동물이 갖지 못한 자기 관찰 능력을 구축했다. 우리는 그런 능력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지만, 충분히 주의를 기울인다면 무의식이 출현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저자는 담배를 피우고 싶거나 음식을 먹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순간과 함께 어느 사건, 사물, 상황이 그러한 무의식을 촉발했는지, 곧 ‘방아쇠 사건’이 무엇인지도 관찰하라고 조언한다. 다이어트의 경우라면 가족이 야식으로 먹는 라면, 배달된 치킨, TV의 먹방 프로그램 등이, 금연의 경우라면 달콤한 커피 한 잔, 몇 잔의 술, 술자리의 느슨한 분위기, 동료가 흡연하는 모습, 금연의 가치를 폄하하는 흡연 권유 등이 모두 방아쇠 사건에 해당한다.

우리가 무의식과 방아쇠 사건을 인지했다고 해서 그 위력이 지닌 절댓값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킬 박사가 ‘체감’하는 강도는 완연히 달라진다. 방아쇠 사건과 하이드가 관찰 행위를 통해 재평가되는 것이다. “어떤 대상이라도 관찰할 수 있다면 관리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관리의 부재는 관찰의 부재”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물론 하이드를 관찰한다고 해서 반드시 의지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절대 실망할 이유가 없다. 삶은 반복되며 시험의 순간은 다시 찾아온다. 바로 여기서 의식 진화의 두 번째 키워드인 ‘시뮬레이션’이 힘을 발휘한다. 진화 과정에서 의식은 신체 운동을 위한 미래 예측 능력을 차용하여 정신 사고를 위한 신경회로까지 구축했다. 그 결과 정신적 미래 예측인 사고실험이 가능해졌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머릿속으로 수만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금연 도중에 도저히 참지 못하고 담배를 피우거나, 다이어트 도중에 한 번 폭식을 했다고 해도 완전한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다음 기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실패를 관찰한 경험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리’ 수많은 상황을 예측하고, 다음 하이드의 등장에 대비할 수 있다.

의지력을 발휘하는 대안을 준비하는 시뮬레이션은 자기 관찰 능력을 더욱 강화하는 선순환 효과를 낳는다. 또 강화된 자기 관찰 능력은 자기 절제력을 더욱 높이며, 고양된 자기 절제력은 다시 시뮬레이션 능력을 향상시킨다. 관찰과 시뮬레이션과 함께하는 “당신은 예전의 당신이 아니다”.

이중석 지음 / 순수와탐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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