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용의 전직 노트] 중장년실업, 등산은 해결책이 아니다.
[박삼용의 전직 노트] 중장년실업, 등산은 해결책이 아니다.
  • 이효상
  • 승인 2017.05.11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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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봄이나 가을날 한 낮에 지하철을 타보면 알 것이다. 등산복 차림에 산에 다녀오는 중장년층이 유난히 많다는 것을....

산을 좋아하고 건강을 생각해서 등산하는 것은 누구나 이해하지만, 한참 일할 나이의 중장년층이 평일 대낮에 등산 다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다.

회사를 그만둔 사람들 중 다수가 등산을 하는데 특별히 돈이 들지 않고 도심 인근에 산이 있어 언제든지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 있을 수 없으니 어디든 가야하지만 마땅히 갈곳이 없어 선택한 피난처다.

직장 생활을 하는 중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힐링을 위해, 동료들과 친구들과 함께 여유를 즐기는 등산이면 얼마나 보기 좋은가!

필자의 오랜 친구인 L부장도 등산을 많이 했다. 직장생활 22년간 L부장은 중견기업에 입사하여 퇴사할 때 까지 한 회사만 다녔다. 22년간 한 회사를 다녔으니 그만둘 때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당해본 당사자가 아니면 그 마음 100%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돌발퇴직에 L부장은 한동안 마음을 잡지 못해 외부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였다. 주변 사람들과의 모임에도 참여하지 않고, 직장 동료들과의 모임은 더 더욱 참여하지 않아 가끔 친구들과 L부장 집 앞에서만 만나곤 했다.

퇴사 1개월 쯤 L부장 집 인근에 갈 기회가 있어 연락하니 집에 없었다. L부장이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집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전 연락 없이 낯에 찾아갔다.

하지만 L부장은 “외출중이라고... 약 30분 후에 도착 할 예정...골목 막걸리 집에서 기다려” 라고 문자가 왔다.
그리고 30분 정도 지나 L부장이 도착했다. 등산복 차림이었다.
“너 평소에 등산 싫어하잖아”
“응 근데 요즘 등산 다녀”
“언제부터”
“며칠 됐어”
“누구랑 다녀? 제수씨랑 다녀? ”
“아니 집사람 일하고 혼자 다녀”
혼자 등산 다닌다는 말에 잠시 놀랐다.

L부장은 뭐든지 혼자 하는 성격이 아니며 특히, 살이 많아 산에 가면 낙오하여 등산 자체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퇴사하고 마음을 추스르려 다니겠지 하면서도 의아했다.

“아침 10시에 집에서 나와 막걸리 1병에 안주될 족발을 사서 출발해 오후 3시경에 돌아와”
“어느 산으로 가는데”
“강서구 화곡동에서 부천까지 가는 등산로 있어”
“산 중간에서 간단하게 막걸리로 점심해결하지”
“혼자 안심심해” “혼자가면 지루하지 않니”
“처음에 혼자기니 어색했는데 산에 가면 혼자 오는 사람들 많아”

이런 저런 대화로 시간이 흘러 L부장에게 한마디 했다.
“그래도 혼자 등산하기보다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하지”
“혼자도 재미있어”
“혼자 등산하면 입에 곰팡이 필 것 같은데”
“글쎄다...왠지 혼자 등산하는 것도 좋아”
“한 두 번이야 괜찮겠지만 도움 될 것 같지 않은데”

나중에 L부장이 속에 있는 말을 했다.
“혼자 등산 다니며 이것저것 생각하면 마음이 가라앉을 줄 알았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혼자 생각하니 해결되는 것은 없고 불안만 쌓이는 것 같아”
“혼자 등산 오래하면 성격이 부정적으로 바뀔 것 같아”

그럴 것이다.
혼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방향에 따라 깊어질 것이다. 올바른 방향으로 생각이 정리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부정적으로 생각이 흐르는 경우가 많아 가능하면 숨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할 일이 없고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 하는 등산은 독이다. 세상과 단절시키고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때문이다. ‘병은 알리라’는 속담처럼 실업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해결된다. 혼자 등산할수록 넘어야 할 산은 높아만 진다.

어쩔수 없이 등산을 해야만 하는 중장년층 구직자에게 말해주고 싶다. 산속으로 피하지말고 사람속에서 해결책을 찾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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