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두 눈 부릅뜨셔야 합니다
이번에는 두 눈 부릅뜨셔야 합니다
  • 손영남
  • 승인 2018.03.23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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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을 바꿔놓을 개헌 논의, 정치인들만의 것은 아니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시기가 무르익었다. 지금이야말로 적기다."
"아니다. 아직은 시기상조다. 조금 더 기다려보자."

하니 안 하니 말 많던 개헌 논의가 본격적으로 점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19일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개헌 관련 프로세스를 발표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개헌정국이 도래했습니다.

26일 발의될 것이라는 내용과 함께 연달아 개헌의 큰 줄기들이 발표되었는데요.

현재까지 알려진 개헌의 주된 골자는 이렇습니다.

정치적으로는 4년 연임제를 통한 대통령 권한 분산과 지방분권이 주를 이루고 경제적으로는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개헌사를 보면 알 수 있듯, 이번 개헌 역시 이에 관한 뜨거운 찬반 논쟁이 되풀이 될 것은 명약관화합니다.

특히 노동권 강화에 관한 부분에서는 벌써부터 경영계의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총론은 인정하겠지만 각론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경영계의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은 조금 더 지켜봐야하겠지요. 아직 세세한 부분까지 결정된 건 아니니 앞으로 펼쳐질 정부의 입장을 보면서 대처하는 것이 옳다고 보여집니다.

우려스러운 건 정치권과 산업계의 반응과는 달리 아직 일반 국민들의 반향은 미미하다는 겁니다.

먹고 살기 바쁜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라는 한 지인의 말이 대중의 민심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계속 이러는 건 정말 위험합니다. 앞의 지인이 덧붙인 말을 들어볼까요?

“보아하니 단어 몇 개, 문장 몇몇개 정도 바뀌는 것 같던데 그게 우리랑 큰 관계가 있을 것 같진 않아.”

설마 모든 국민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요. 그럴 거라고 믿습니다. 아니 꼭 그래야 합니다.

그의 말대로 단어 몇 개, 문장 몇몇개 바뀌는 수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그게 불러올 파장이 너무도 엄청나다는 걸 아시는지요.

현재 우리 법의 체계는 헌법에서 법률, 그중에서도 하위법, 다시 내려가서는 그 법을 집행하기 위한 각종 시행령이나 세칙들로 구성됩니다.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죠. 당연히 그 최상층에 헌법이 존재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헌법 조항의 단어 하나가 바뀐다고 가정해보죠. 법률에서는 기다란 문장으로 바뀌게 될 거고 더 내려가면 헌법에서의 단어 하나가 수십 수백장의 보고서로 둔갑하게 될 겁니다.

그 안에는 당연히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을 내용이 포함되게 됩니다. 

나비효과란 용어를 아실 겁니다. 브라질에서의 한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일반적으로는 작고 사소한 사건 하나가 나중에 커다란 효과를 가져온다는 의미로 쓰이는 과학 이론입니다.

헌법이란 게 이렇습니다. ‘그것 좀 변한다고 별 거 있겠어’ 하고 방심하다간 큰 일 납니다. 단어 하나의 교체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으니까요.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부디 이번 개헌 논의엔 여러분들도 두 눈 부릅뜨고 단어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주십시오. 우리 아이들이 살게 될 미래의 지형을 평탄하게 만들고 싶다면 꼭 그러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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