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P 장비 판매 급성장「Y2K 덕분?」
VoIP 장비 판매 급성장「Y2K 덕분?」
  • 승인 2004.10.25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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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자동차 업체 포드가 구형 통신시스템을 새로운 인터넷 전화 - VoIP 시스템으로 교체하는 계획을 추진 진하는 등 수년 전 지나간 Y2K가 통신장비 업체들에게 '2차 수확'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을 앞둔 1990년대 중반부터 전세계를 떠들석하게 한 Y2K 버그로 인해 기업들은 PBX(사설교환기)를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이 거대하고 비싼 스위치들은 이제 도입될 때와 마찬가지로 한꺼번에 서비스 생명주기가 다돼가고 있다. 여기에 4년째 묶여있는 기업들의 IT 투자가 풀리면서 VoIP가 대대적인 성장기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IP텔레포니 솔루션 제공업체인 어바이어의 웬디 볼링 이사는 "Y2K에 따른 2차 효과가 최근 확실히 나타나고 있다"며 "Y2K로 새롭게 형성된 구매 주기에 따라 기업들이 IP 통신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바이어는 경쟁업체인 시스코와 함께 이러한 추세로 가장 큰 이득을 보는 기업이다.

지난 3개월간 VoIP 장비 판매는 급증했는데, 애널리스트들은 이같은 현상이 수년 전 Y2K로 형성된 구매 주기에 따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너지 리서치 그룹에 따르면 지난 2분기 IP텔레포니 장비 매출은 1분기 대비 14% 늘어 7억 2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04년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61% 증가했다.

델오로 그룹은 최근 3개월간 판매된 전화 스위치의 약 1/3이 인터넷 기반 VoIP 장비이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늘어나 3억 67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체 전화 스위치에서 IP 기반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동기 16%에서 34%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초기 VoIP 장비는 문제가 많았으나 그동안 대부분 수정됐다. 컨설팅 업체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 아키텍트의 CEO인 프랭크 주벡은 "Y2K를 앞두고 기업 CFO들은 신기술에 적극 투자했지만 당시 VoIP 장비는 문제가 많아 도입이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제 VoIP는 상승 시점에 와있다"고 말했다.

VoIP로의 전환은 통신장비 시장 구도에도 큰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 한때 노텔, 루슨트와 같은 전통적인 회선교환 방식의 장비를 공급한 업체들이 시장을 주름잡았지만 지금의 상위 10개 장비업체 목록에서는 IP 기반 장비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델오로 그룹은 시스코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IP 기반 장비 판매를 시작한지 5년 만에 시스코는 중간 규모 업체에서 세계에서 7번째로 규모가 큰 기업용 전화 스위치 공급업체로 성장했다.

VoIP 장비 부문에서는 어바이어와 시스코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시너지에 따르면 어바이어는 지난 분기 IP텔레포니 시장에서 23.9%의 점유율로 선두를 차지했으며 시스코가 23.3%로 2위를 기록했다.

시스코는 지난달 BoA와 계약, 미국 29개 주와 워싱턴 DC의 5800여 지점 및 사무소에 18만대의 IP 전화기를 판매키로 하고 공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앞선 7월 방산업체이자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과도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달 초에는 포드와 계약해 미시건 주의 110개 지점에 IP 전화기 5만대를 공급키로 했다.

한편 이러한 계약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메릴린치 증권과 알래스카 주정부는 VoIP 네트워크에 시스코 장비를 사용하도록 권고한 SI 업체와 계약을 파기하기도 했다. 이중 메릴린치는 현재 시스코와 어바이어 장비를 혼용 중이다.

어바이어는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기존 구형 장비와 IP 기반 시스템의 이점을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을 활용해 대형 계약들을 따냈다. 최근 사례로는 한국의 교보생명, 에어 프로덕트 & 캐미컬이 있다. 또 호주의 호주 국립대학과 스완힐 시립 지방위원회, 싱가포르의 UOB(United Overseas Bank), 태국 통신서비스 업체인 TOT 등과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대기업만 IP 전화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들도 Y2K에 따라 1990년대 말 전화 장비를 새로 구매했으며, 교체주기에 따라 최근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용 VoIP 장비를 판매하는 알티젠 커뮤니케이션 부사장 리차드 드 소토는 "중견 기업들도 IP텔레포니에 투자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골칫덩어리 Y2K 버그, IT기업들에겐「대박」효자 Y2K 버그는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하도록 한 초기 컴퓨터 제조업체들의 근시안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이 버그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인터넷과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트워크는 2000년 0시를 기해 모두 정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를 피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IT 업그레이드 투자가 이뤄졌으며 기업들은 인터넷 액세스, 전화 서비스와 관련된 거의 모든 LAN·WAN 장비를 새로 구입했다.

Y2K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장비가 다름아닌 PBX다. 90년대 중후반 사용되던 PBX들은 너무 구형이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Y2K 문제를 수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아예 장비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고 주벡은 말했다.

당시의 VoIP 장비는 개발 초기단계로, 통화음질은 형편없었고 신뢰성은 더욱 떨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90년대 중후반의 인터넷 접속속도는 음성통화를 원활히 할만큼의 속도를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당시 PBX는 수십년 전부터 사용된 시분할다중접속방식(TDM) 기반의 스위치와 전화기로 교체됐다.

TDM은 신호를 짧은 지속시간을 갖는 다수의 세그먼트로 나누어 전송하고 수신측에서 이를 재조립하는 방식이다. 이 신호들은 해당 통화에 배정된 스위치를 따라 이동하며, 이 스위치들은 다른 용도로는 사용될 수 없다. 반면 VoIP는 공공 인터넷, IP기반 기업 네트워크 등 다양한 경로를 따라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TDM 방식보다 훨씬 유연하다.

신기술을 이용하고 싶어했던 아마추어 라디오 운영자들 사이에서 처음 인기를 끌었던 VoIP는 이제 초고속인터넷이 구석구석 보급되면서 로컬 및 장거리 VoIP 전화 서비스로 급격히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

인포테크의 애널리스트 테리 화이트는 "가장 최근의 대대적 장비교체는 Y2K때 있었는데, 당시엔 VoIP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VoIP 시스템이 Y2K때 도입된 장비를 대체할 위치에 와있다. 기업들은 VoIP로 어떤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인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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