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5년간 10만명 정규직 전환한 공공기관, 적자와 노노갈등 '그늘'
[초점] 5년간 10만명 정규직 전환한 공공기관, 적자와 노노갈등 '그늘'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5.10 13: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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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근로자 전환 실적 1위 한전, 정작 적자는 6조 육박
정규직 전환 규모 큰 상위 기관 대다수 지난해 적자 규모 상위권
코로나19로 피해입은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노노갈등 속 정규직 전환 실적 2위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공공기관 일자리의 가장 큰 화두로 정규직 전환을 빼놓을 수 없다. 그와 동시에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이야기는 기존 직원과 구직을 원하는 청년세대와 비정규직 근로자를 둔 노노갈등이다.
지난 2017년부터 5년간 공공기관 일자리의 가장 큰 화두로 정규직 전환을 빼놓을 수 없다. 그와 동시에 항상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이야기는 기존 직원과 구직을 원하는 청년세대와 비정규직 근로자를 둔 노노갈등이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지난 5월 9일 5년간의 임기를 마친 문재인 정부가 집권 당시부터 거듭 강조했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5년간 10만 명이 넘는 전환 실적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정규직 전환 인원을 기록한 곳은 한국전력공사로, 해당 기관은 5년간 무로 8259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가장 많은 정규직 전환을 일궈낸 한전이 지난해 공공기관 중 가장 큰 적자를 보이며 '실적에만 눈 먼 무리한 인사 전환'이라는 비판도 잇따른다.

■1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노노갈등은 해결 못해
지나 5월 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등록된 내용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370여개 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전환 실적은 총 10만 1720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동안 1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셈이다.

정규직 전환 실적이 컸던 것은 임기 2년차인 2018년으로 무려 3만 6643명의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이어 2019년에 3만 434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전일제·단시간 등 기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인원은 2만 4103명이었으며, 파견·용역·사내하도급 등 소속외 인력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인원은 7만 7617명에 달했다. 인적자원 아웃소싱 업계가 지난 5년간 얼마나 위축되었는가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처럼 급진적인 정규직 전환이 이뤄진 것은 정규직 전환 실적이 공공기관 평가 지표로 활용된 영향일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 주도하의 공공연한 압박이 실적이라는 명목으로 나타난 셈이다. 

현재 공공기관의 일반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합한 정규직 현원이 41만 4524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24.5% 즉 5명 중 1명은 비정규직이었으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셈이다.

물론 정규직 전환 인원이 곧바로 공공기관 정규직 인원으로 합산되는 것은 아니다. 자회사 설립 등의 방식으로 정규직 전환을 달성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공공기관의 인력 규모를 비대하게 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지난 문 정부가 시사하는 '성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전환 배경과 과정이 순탄치 못했음에 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 무리한 인건비가 충당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채용상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는 노노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실적'을 내보이기 위한 강행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지난 5년간 갖아 많은 정규직 전환 실적을 보인 공공기관인 한국전력공사는 8259명의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동시에 고유가 영향 등을 받아 지난해 5조 8000억원 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가장 큰 적자규모를 보인 기관이기도 하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적자 규모가 작지않은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비정규직 전환 실적이 한국전자를 뒤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지난 5년간 정규직 전환 수는 7894명이다.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인국공 사태'라고 불려질 정도로 기존 노조의 맹렬한 반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을 강행해 노노갈등의 불씨를 남기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적자가 가장 컸을 해인 2020년에 무려 4623명의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 적자 부담을 키웠다는 비판을 낳았다.

지난 2020년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셌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숱한 갈등을 뒤로하고 정규직 전환을 강행한 바 있다. 사진은 인국공 사태 당시 공공기관 채용을 준비하는 카페에서 진행했던 정규직전환 찬반 투표
지난 2020년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셌던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숱한 갈등을 뒤로하고 정규직 전환을 강행한 바 있다. 사진은 인국공 사태 당시 공공기관 채용을 준비하는 카페에서 진행했던 정규직전환 찬반 투표

공공기관별 비정규직 전환 규모는 한전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뒤이어 한국도로공사(7563명), 한국철도공사(6230명), 한국공항공사(4162명), 한국마사회(3341명), 강원랜드(3299명), 한국토지주택공사(2952명), 한국수력원자력(2312명), 중소기업은행(2145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공공기관을 포함해 5년간 정규직 전환 실적이 1천명 이상인 공공기관은 총 18곳이다. 정규직 전환 실적이 전혀 없는 공공기관은 25곳이다.

한편 지난해 공공기관의 적자 규모는 한국전자에 이어 인천공항공사, 철도공사, 마사회 등 순으로 규모가 크게 나타났으며 362개 공공기관 중 170개가 적자를 기록하며 2곳 중 1곳 가까이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적자 규모가 큰 상위 기관들은 비정규직 순위에 속했다.

공공기관의 적자 리스크 뿐 아니라 노노 갈등도 가볍게 보기 어려운 요소다. 무리한 정규직 전환이 기존 근로자와의 합의점을 도축해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청년구직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에대해 사단법인 직업상담협회 신의수 이사는 "2022년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서 취업채용포털사이트 인크루트가 공공기관 채용 규모를 분석한 결과, 한국철도공사의 사무영업의 경우 206: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공공기관은 청년들이 대기업만큼 꿈꾸는 일자리 중 하나다"고 지적한다. 

이어 그는 "청년들이 일하기 희망하는 일자리가 다른 이유로 청년 대신 다린 인력을 뽑는다면 사회 진출을 향한 젊은 세대의 열망이 쉽게 꺾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1년 12월 말 기준 전체 공공기관의 채용 규모는 2만 7053명으로 전년도 대비 3683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적자 기존 근로자들과의 노노갈등 청년 구직자의 상대적 박탈감 등 각종 후유증이 난립하고 있다. 문 정부의 공식적인 임기가 마친 이후로는 기저에 숨죽이고 있던 후유증이 하나 둘 터져나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월 10일 오늘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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