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73] 근로자의 마음 건강을 위협하는 우울증 산재
[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73] 근로자의 마음 건강을 위협하는 우울증 산재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12.09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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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인과관계를 고려하여 판결
업무관련성 입증이 어려워 전문가 도움이 큰 영향
오혜림
-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최근, 모 항공사의 직원이 직장내 성폭력 피해를 입고 오랜 기간 동안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오다 산재 인정을 받았다.

직원 A씨는 2008년 성추행 사건을 시작으로 2017년에는 강간미수 피해를 입은 뒤 직장내 성희롱과 괴롭힘, 부당한 인사 이동 사건 등을 겪었다. 이로 인해 급성스트레스반응, 비기질성 불면증, 중등도 우울 에피소드를 진단받은 뒤 근로복지공단으로 산재를 신청했다.

공단에서는 “인사이동 및 업무 배제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없어서 스트레스 정도를 파악하기 어렵다.” 면서도 “2008년 상사로부터 성추행 사건을 겪고, 2017년에는 보안사고 보고 과정 중 성폭행 사건을 경험했던 점, 이에 대한 적절한 처리가 사내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았다.

이어 “피해자가 진정, 고소, 소송 등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을 것”으로 보았고 “해당 과정 중 중등도 우울증 에피소드가 발생하고 악화되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중등도 우울에피소드와 업무와의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것이 심의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밝히며 산재를 승인하였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직장내 성추행, 따돌림, 직무스트레스 등으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산재를 승인 받은 근로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126명이던 정신질환 산재 승인자가 2018년 201명, 2019년 231명, 2020년 396명, 2021년 51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중 약 20%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나 근로자의 마음 건강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산재보험법 시행령[별표 3] 업무상 질병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기준에서는 업무와 관련하여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에 의해 발생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업무와 관련하여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례에서 업무상 스트레스 정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요인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판단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재해자 B씨는 13년간 건설 회사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로 사업 규모에 비해 적은 직원 수 때문에 많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항상 과로에 시달렸다. 어느 날 회사 상사에게 공개적으로 심한 질타를 받은 뒤 무단 결근을 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업주도 나서서 재해자 B씨가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힘들어했다고 진술했고, 질판위도 B씨가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상태에서 과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봤다. 하지만 “장기간 지속적으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던 상황에서 이 사건으로 정신적 이상상태를 유발할 정도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불승인 조치를 내렸다.

정신질환에 대한 산재 판단은 재해자의 과실 여부 평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업무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개인마다 업무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재해자의 성향이 스트레스에 취약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개인적 감수성을 고려하여 업무관련성이 검토되어야 한다.

근로자에게 발생하는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잇따르면서 기준이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업무로 인해 정신적인 고통을 받고있는 재해자들을 제대로 보호하기엔 미흡한 부분이 있어 실질적인 개선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신질환은 타 질환과는 달리 마음의 상처가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찾아야하기 때문에 업무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근무 중 정신질환이 발병 또는 악화되었다고 해도 금전 문제나 가족력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면 산재 승인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해결하길 바란다.

 

오혜림
- 노무법인 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 노무사
-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현직 판정위원
-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 강원도 노동법률 자문
- 광산진폐권익연대 자문
-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자문
- 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매일노동뉴스.2014.9.1.) 저
- 전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고객권익보호담당관
- 전 관악구,용산구 노동복지 센터 상담위원
- 전 서울글로벌 센터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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