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추 열매와 빈껍데기 호두
[최승훈 소장의 세상사는 이야기] 대추 열매와 빈껍데기 호두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4.11 0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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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나 성공에는 반드시 상응한 이유가 있다
인생 또한 삶의 도전(挑戰)에 대한 응답(應答)의 인생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어떤 일이던 그 결과는 저절로 되는 법이 없다.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저절로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온갖 시련과 도전을 극복하고 난 후에 기대 없이 잠들었는데 다음날 유명해진 것은 그 이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실패나 성공에는 반드시 상응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우연한 기회에 유튜브 채널 프로그램을 통하여 ‘장석주’ 시인의 대담 방송을 듣게 되었다. 그는 두 가지 메시지를 요약하여 전해 주었다. 첫째, 나이가 들수록 시와 인문학에 관련된 독서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둘째, 시를 읽고 인문학 책을 읽는 것이 “두뇌의 유산소운동”이라고 멋있는 비유를 했다. 

이 방송에서 시인 장석주의 '대추 한 알'이라는 명시(名詩) 소개가 있었다. MC가 대독한 '대추 한 알'이란 시를 듣고서 밀려오는 감동이 가슴에 젖어 들기도 했었다.

                       <이미지 : 다음 카페>

그의 시 '대추 한 알'은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장석주’ 시인의 눈은 대단히 예리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그런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는지, 자못 감탄이 절로 나왔다. 붉어지고, 둥글어진 잘 익은 대추 한 알이 저절로 열매 맺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우리나라의 4계절 속에 살아있는 특유의 태풍, 천둥과 비바람, 번개와 벼락, 더불어 무서리 내리는 숱한 밤, 작열하는 태양 볕 두세 달, 초승달과 보름달 몇몇 날을 이겨내고 대추가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남들이 무심히 보았던 잘 익은 대추 한 알에서 시인은 세상을 사는 기본 이치를 찾아낸 것이다. 이 세상에는 공짜도 없고 요행은 더 더구나 없다. 힘든 고난과 시련을 이겨내고 도전을 극복한 사람만이 그 과일의 맛을 향유 할 수 있음을 은유적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대추 한 알에도 피땀과 눈물과 사랑이 있고 동시에 고통이 있다. 대추나무 한 그루에도 자연이 주는 시련이 있고 실패가 깃들어 있다. 더러는 벼락을 맞은 대추나무가 발생 되기도 한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도장을 새기면 복 받는 도장(吉印)을 만들 수 있다고 좋아들 한다.

고통을 겪은 대추만이 붉게 익을 수 있다. 대추라는 열매는 과일로서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하다. 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늙는다고 하는 말도 있다. 시인의 눈에는 대추가 정말 위대한 과실로 보였다. 

시인은 그 대추의 속을 특유의 관찰력을 가지고 보면서 감탄과 경외심을 쏟아서 대추를 극찬한 것이다. 이 시(詩) 한 수로 대추 몇 가마니 같은 많은 저작권료 수입이 있다고 했다.

우리네 인생도 대추를 닮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엄하고 경외(敬畏)스럽다. 인생은 세상의 쓴맛과 단맛 그리고 산전, 수전, 공중전을 모두 겪고 나서야 자기 안에 깊은 뜻을 품고 사는 존재가 된다. 

푸른 대추가 붉게 익은 대추가 되는 데에는 봄부터 소쩍새 소리 들으며 천둥과 번개, 벼락의 굉음을 들으면서 성장해 나간다. 아이가 저절로 그냥저냥 어른이 되지 않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저술했던 ‘김난도’ 교수는 "천 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했다.

‘대추 한 알’에 반대되는 이야기가 있다. ‘마 데바 와우다’라는 우화(寓話)는 시련(試鍊)과 고통이 없는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아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옛날 신(神)이 이 세상에서 인간들과 함께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엔가 호두 농사를 짓는 과수원 주인이 신을 찾아와 간곡한 청(請)을 하였다.

                                         < 이미지 : 다음 카페 >

"신(神)이시여, 저에게 1년간의 날씨를 맡겨 주십시오. 딱 1년간만 날씨를 조절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간청을 했다. 처음에는 신이 그의 청을 거절하였지만, 너무도 간절히 청하는 바람에 신은 호두 과수원 주인에게 1년간 날씨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신의 허락을 받은 1년 동안의, 날씨는 호두 과수원 주인의 마음대로 하게 되었다. 햇볕을 원하면 햇볕이 비추고, 비를 원하면 비를 내리게 하였다. 과수원 주인의 뜻대로 적당히 비도 내리고 태풍도 천둥도 번개도 치지 않게 되었다.

익지 않은 호두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세찬 바람도 없었다. 천둥도 번개도 없으니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호두 과수원 주인은 그저 낮잠을 즐기고 농장관리를 대충 대충해도 호두는 저절로 열매를 맺게 되었다.

이윽고 추수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호두는 정말 엄청나게 대풍년을 이루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호두 중에서 하나를 깨뜨려 본 호두 과수원 주인은 큰 충격을 받았다. 호두에는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닌가? 호두는 겉은 잘 익은 듯 보였지만 속에는 알맹이가 하나도 없는 빈껍데기들 뿐이었다.

호두 과수원 농장 주인은 ‘신’을 찾아가 어찌 된 일입니까? 하면서 따지듯 물었다. 신은 빙그레 미소를 띠며 말하였다. 

"도전과 시련이 없는 것에는 그렇게 알맹이가 들어 있지 않은 법이라네. 폭풍우 같은 방해도 있고, 가뭄 같은 갈등도 있어야 껍데기 속의 영혼이 깨어나 여물게 되는 것이라네."

신의 말을 듣고 호두 과수원 주인은 그런 과정이 있어야 열매가 제대로 맺는다는 진리를 발견하고 신께 사죄하였다고 한다. 

어렵고 좋지 않은 모든 상황들은 자신을 익어가게 하는 비바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바람과 폭풍우(暴風雨)로 나의 뿌리는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마음속에 파고, 들것이며 흔들리며 견뎌야 더욱 단련해지게 된다. 

인생을 수확하는 시니어의 계절이 올 때 껍데기뿐인 내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신이 우리에게 시련을 주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 송이 국화꽃도 그냥 피어나지 않는다. 우리네 인생도 그냥 열매가 맺혀 지지 않는다. 한 알의 대추도 그냥 여물지 않는다. 우리 속에 충분한 고통과 아픔, 시련과 도전이 있어야 아름다운 열매를 맺는다. 

모든 것은 저절로 되는 법은 없으며, 삶이 쉬운 인생은 그 어디에도 없다. 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전의 역사이며, 인생 또한 삶의 도전(挑戰)에 대한 응답(應答)의 인생일 뿐이다.

최승훈 
 •한국능률협회 전문위원
 •연세대학교 외래교수
 •사이에듀 평생교육원 교수
 •한국 생애설계연구소 소장 
 •한국 생애설계포럼 대표(경영지도사, 평생교육사, 생애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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