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61] 범법 행위로 발생한 교통사고 산재로 인정될까?
[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61] 범법 행위로 발생한 교통사고 산재로 인정될까?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6.23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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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다면 업무상 재해
오혜림-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오혜림
-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지난 26일, 근로자가 중앙선 침범 등의 중과실로 교통사고가 발생해 사망했더라도 그 사고가 업무 수행을 위해 운전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불과하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근로자가 졸음운전과 중앙선 침범 등으로 사고를 일으켜 사망한 사건인데,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이다.

모 회사의 근로자 A씨는 지난 2019년 업무 차량을 몰고 원청업체에서 열린 협력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에 참석한 뒤 회사로 돌아오던 중 도로의 중앙선을 침범하였고,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해 발생한 화재로 사망했다. 당시 수사기관은 졸음운전을 사고 이유로 추정했다.

유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A씨의 사망원인이 ‘중앙선 침범으로 인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이며 범죄 행위”란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유족들은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는 “타인의 관여나 과실 없이 오로지 근로자가 형사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법 위반행위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중앙선 침범행위를 도로교통법상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운전자의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중대한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며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에서는 다시 항소심을 뒤집어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A씨의 사망이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됐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근로자의 ‘운전 중 사망사고’가 업무 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중앙선 침범으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해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어 “사고의 경위와 양상, 운전 능력 같은 사고 발생 상황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2항에서는 ‘근로자의 고의•자해 행위나 범죄행위 또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산재보험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고의로 발생한 사고나 자살 또는 그에 준하는 범법 행위가 사망의 직접 원인이 된 경우에 급여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이지, 범죄 행위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해석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법원에서의 산재 판결 등에서는 산재 보상 범위를 확대해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추세지만, 모든 범법 행위로 발생한 교통사고가 산재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 B씨는 2020년 5월 오토바이로 출근하면서 정지 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를 건너던 중 녹색 신호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과 충돌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받았으나, 5일 후 뇌출혈로 사망했다.

유족들은 B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라고 보고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했으나, 부지급 처분을 받아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 차량 운전자의 전방 주시 및 속도 제한 위반 등을 언급하며 B씨의 신호 위반을 중과실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적색 신호로 대기 중인 차량이 다수 있는 것은 인지하고도 신호를 위반하고 교차로에 진입했고,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 또는 판단 착오 때문에 교통신호를 어겼다고 보는 것도 쉽지 않다.”며 B씨의 신호위반을 비롯한 행위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산재보험법에 따라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된다고 판시했다.

근로자에게 발생한 교통사고 과정에서 범법 행위가 있었다면 그 범법 행위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인지, 운행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서 발생한 사고인지에 따라서 업무상 재해 인정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면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오혜림
-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판정위원
-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 강원도 노동법률 자문
- 광산진폐권익연대 자문
-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자문
- 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매일노동뉴스.2014.9.1.) 저
- 전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고객권익보호담당관
- 전 더불어민주당 중앙노동위원회 부위원장
- 전 관악구,용산구 노동복지 센터 상담위원
- 전 서울글로벌 센터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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