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소기업 채용 컨설팅, 청년 유입에 효과적인가
[기자수첩] 중소기업 채용 컨설팅, 청년 유입에 효과적인가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3.03.24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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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문턱 넘겨도 절반이 1년 내 줄퇴사가 현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금주 초 고용노동부는 한국산업인력공단과 함께 중소기업 150개소를 대상으로 '공정채용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채용 제도와 정보 체계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직접 찾아가 공정채용 제도의 설계와 도입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업으로  “공정한 채용기회의 보장”이라는 국정과제의 일환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제도에 대해 설명하면서 기업에게 투명하고 능력 중심의 채용 시스템을 제공하여 청년과 기업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채용 문화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의 주요 핵심과 목표는 채용과정의 불법, 불합리한 점을 개선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도입해 청년이 직접 찾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청년이 찾는 기업 만들기'는 해당 사업의 핵심으로 보도자료의 헤드라인에 자리잡고 있다. 

필자는 해당 사업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면서 마음 속 한켠에 아이러니한 심정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과연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찾지 않는 것이 '공정하지 못한 채용과정'이 문제가 되었던 것일까. 체계적이고 투명한 채용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면 청년들이 스스로 중소기업을 찾게 되는 것일까. 

잡코리아가 중소기업 160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퇴사 현황을 물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채용한 신입사원 가운데 입사한 지 1년 이내에 퇴사한 직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87.5%가 '한명이라도 있다'고 답했다. 

채용이 어떻게든 이뤄졌다고 해도 업무에 능숙해지는 1년 이내에 퇴사하는 이들이 대다수인 셈이다. 신입사원 가운데 1년 내에 사직서를 낸 직원의 비율은 평균 17.1%였다. 퇴사 시기는 ‘입사 후 3개월 이내’가 56.4%를 차지했다.

그럼 이들이 퇴사를 결정한 이유가 자신의 입사가 부정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아니다. 조사에 따르면 조기 퇴사한 신입사원이 회사에 밝힌 퇴사 이유(복수 응답)로는 ‘실제 업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45.7%로 가장 많았다. ‘직무가 적성에 맞지 않다’는 응답도 41.4%를 차지했다. 다른 기업에 취업했다(36.4%), 기업문화가 맞지 않는다(22.9%), 연봉이 낮다(17.9%), 업무량이 많다(15.7%) 순이었다.

채용 과정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내용들이다. 실제 업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응답이 많아 신입 사원의 조기 퇴사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채용 시 직무 정보를 정확히 제공해야 한다’는 방안이 41.9%의 지지를 받긴 했으나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다. 

중소기업은 작은 업체 규모 특성 상 직무의 구분을 명확히 하기 어렵다. 한 명의 직원이 경리이자 인바운드 상담원이자 아웃바운드 상담원이고 곧 비서다. 영업직이기도 하면서 관리직이고 마케팅직이기도 하다. 애초에 직무의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는 작은 규모의 기업들이 다수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오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낮은 연봉, 적은 복지다.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이다. 대기업은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을 압박하고 하청의 단가를 최저 수준으로 맞춰 이윤을 창출한다. 이들이 이렇게 줄인 비용으로 성과급 잔치를 열 때 중소기업은 자신들의 허리띠를 졸라멜 수밖에 없다. 그 허리가 바로 중소기업 근로자다. 

중소기업과 구직자의 미스매칭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이 아니라 즉각적인 지원 방안 마련에 있을지 모른다. 중소기업이 흔들리면 나라의 뿌리가 흔들린다는데, 우리나라는 그 뿌리에 제대로된 영양제를 투입하지 않는 듯 하다. 뿌리가 박힌 대지는 메말라 가는데 과실과 꽃에만 호사스러운 대우를 하는 모양새다.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해본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흐르는 낙수효과의 무용성은 이미 수년에 걸쳐 확인되지 않았나? 이제는 정말 중소기업이 자생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직수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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