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세계는 주4일제 향한 잰걸음, 한국만 홀로 역주행
[화제] 세계는 주4일제 향한 잰걸음, 한국만 홀로 역주행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3.05.19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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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7월부터 '주 4일 근무제' 법 제정으로 전면 도입
69시간 근무제 표방한 현 정부 일단 한 걸음 후퇴한 모양새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카자흐스탄이 주 4일제를 공식 도입하면서 이와는 다른 행보를 띠고 있는 우리 근로시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드높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카자흐스탄이 주 4일제를 공식 도입하면서 이와는 다른 행보를 띠고 있는 우리 근로시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드높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을 이유로 '주 최대 69시간' 근무제를 들고 나온 사이, 아시아의 한 국가는 오히려 근로시간을 주 4일로 줄이는 방안을 발표해 양국 간의 극명한 온도차가 눈길을 끌고 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른 처지니 근로시간의 확대와 축소를 놓고 무엇이 좋고 나쁘다를 가릴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주4일제에 대한 다양한 실험들이 이어지는 국면을 놓고 본다면 우리의 행보가 이채로운 것만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만큼 장시간의 근로를 개선하기 위해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오히려 반대로 근로시간을 늘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 민주당과 정의당을 위시한 야당들이 일제히 주 4.5일제나 주 4일제를 이끌어내겠다는 발표가 이어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분명한 것은 주4일제 근무제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란 점이다. 어느새부터인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워라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에게 주4일제는 환영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정부도 이와 관련해 고심을 하는 기색이지만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환경 속에서 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논의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자명하다. 각종 보고를 통해 드러난 주4일 근무제의 다양한 효능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선진국들의 다양한 시도, 주4일제 근무제는 피할 수 없는 흐름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과도한 근무시간이 이슈가 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때론 과로사를 우려할 만큼의 장시간 근무는 한편으론 한강의 기적을 만든 원동력이기도 했다. 문제는 사회의 변화다. 더 이상 맹목적인 노동시간의 투입으로 기업생산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담보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 

일본이나 스페인 등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나간 선진국들이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정부 차원의 실험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도 주4일제를 채택하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중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보고에 따르면 주4일제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이 적지 않다는 것. 

각종 실험을 통해 얻어진 주4일 근무제의 가장 큰 효능은 역시나 높아진 직원 만족도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생산성 하락이나 매출액 감소도 기우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와 관련된 대부분의 자료는 우리나라와 환경이 다른 외국의 사례라는 것을 들어 백안시하는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단견에 불과하다.

근무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업무 성과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인간의 손을 거쳐야 하는 시절이었다면 충분히 반론 가능한 이야기지만 현재의 노동환경은 그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도래에 따른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업무가 자동화·로봇·AI 기술 등으로 대체되며 더 오랜 시간 일할 필요가 없어진 때문.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한 카자흐스탄의 발표가 생경하지 않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달라진 노동환경을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며, 본격적인 주 32시간 근무를 시행 중인 교육 전문기업 휴넷의 사례에서도 이와 유사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휴넷이 주 4일 근무제 도입 1년을 맞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직원들의 93.5%가 '주 4일제에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82.4%가 '주 4일제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의견이 94.1%로 매우 높았다.

휴넷이 실시한 주 4일 근무제 직원 설문조사 결과 긍정적 지표들이 다수 증가했다. 자료제공 휴넷
휴넷이 실시한 주 4일 근무제 직원 설문조사 결과 긍정적 지표들이 다수 증가했다. 자료제공 휴넷

주 4일제 시행 이후 평균 근무시간은 소폭 증가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주 3~4시간 증가'(36.2%), '주 1~2시간 증가'(35.9%), '이전과 동일'(15.2%), '주 5~6시간 증가'(6.6%) 순으로 답했다. 주 4일 근무의 긍정적인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일과 삶의 균형'(22.7%)을 1위로 꼽았다. 이어 '스트레스 감소'(15.3%), '회사생활 행복도 증가'(14.2%), '출퇴근 부담 감소'(12.3%), '번아웃 예방'(12.2%), '새로운 시도와 도전 의욕 상승'(9.8%) 순으로 응답했다.

전반적인 호평 뒤에 따르는 우려들, 즉 업무 시간의 축소로 인한 생산성 하락에 대한 질문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해외 사례들이 그렇듯, 업무시간의 절대량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집중도는 높아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휴넷의 임직원들 역시 같은 행보를 보였다. 

주 4일제로 인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으로는 '업무시간 집중 근무', '회의 간소화', '철저한 시간 관리와 불필요한 업무 제거' 등 핵심 업무에 집중하고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업무 공유 및 커뮤니케이션 강화', '업무 능력 향상을 위한 자기개발' 등의 답변이 있었다.

일부 사업주들의 우려를 날려버릴 수 있는 모습이다. 해외 사례 역시 이와 대동소이한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시간의 부피가 아니라 얼마나 일을 효율적으로 진행하느냐의 문제란 것. 산업화 초기 주6일제이던 근무시간이 주5일제로, 다시 주4일제로 향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근무 행태와 산업 환경이 변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 주4일제보다는 근무시간 유연제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몇몇 국가들이 주도적으로 주4일 근무제를 채택해가고는 있지만 아직은 실험적인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주4일 근무제가 기업의 이익을 실현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주4일 근무제는 시대의 대세로 인식되는 중이지만 여전히 이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는 사업주들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이가 바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다. 그는 성공을 위해서는 일주일에 100시간도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강경론자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상당수 기업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한강의 기적이 오롯이 인간의 노력에서 시작되었다고 믿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나 업무 시간의 축소로 인한 생산성 감소다. 이런 주장의 대부분은 제조업에서 시작된다. 제조업이 산업의 핵심인 대한민국에서는 이의 적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제조업 대표는 “최근처럼 구인난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업무 시간까지 줄이게 되면 필연적으로 생산성 하락이 동반된다”면서 “IT업계나 교육 산업 등 온라인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처럼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하면 회사의 존망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기까지 했다.

이 과정에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임금이다. 몇몇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4일제 근무를 하게 될 경우 임금을 삭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 때문. 이럴 경우 노동자들의 반발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기업과 노동자 간의 대립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런 과정에서의 대립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바에는 차라리 주 4일제 대신 근무시간 유연제를 도입하는 게 낫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워라밸을 중시하는 MZ 세대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회사 입장에선 필요한 노동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다.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이대성 교수는 “주 4일제를 도입이 시대적 흐름인 것은 분명하나 등떠밀리듯 모든 기업에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면서 그 근거로 기업의 인건비 상승을 꼽았다. 임금 삭감 없이 주 4일제를 도입할 경우 기존에 진행되던 잔여업무를 담당하게 될 인력의 채용이 필수적이고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의 활용이 늘 수도 있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 

이교수의 말처럼 주 4일제가 완만한 정착세를 보일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로선 획일적인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란 평이 지배적이다. 주4일제가 모든 회사, 모든 근로자들에게 다 이로운 것은 아니란 뜻이다. 업체의 규모나 업종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시행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사간 합의가 우선되어야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그 과정이 원활하게 조율되지 않은 주4일제 적용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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