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70] 업무로 인한 근로자의 자살 산재 인정 여부
[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70] 업무로 인한 근로자의 자살 산재 인정 여부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10.27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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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적 자해나 자살은 원칙적으로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아
인식능력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라면 업무상 재해로 볼 가능성 있어

직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스트레스 요인으로는 대인관계 스트레스, 직장내괴롭힘, 업무상 과로, 성과, 임금 문제 등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한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고 쌓이게 되면서 우울감과 불안 등을 호소하는 근로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업무로 인하여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극단적인 선택에 이른 근로자의 산재 신청건수가 2019년 72건, 2020년 87건, 2021년 158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업무로 인한 근로자의 자살 산재 신청 건수가 매년 늘어나고 있음에도 유족들이 산재 신청 시 넘어야할 업무관련성 입증에 대한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법) 제37조 제2항에 따르면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의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 다만, 그 부상ㆍ질병ㆍ장해 또는 사망이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한 행위로 발생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으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근로자의 고의로 인한 자해행위나 자살은 원칙적으로 산재로 인정하고 있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인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근로자의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예외적인 경우로는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이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업무상의 재해로 요양 중인 사람이 그 업무상의 재해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한 경우, 그 밖에 업무상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하였다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업무로 인한 근로자의 자살을 산재로 인정받으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의 근로자의 상태가 업무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 능력 등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 또는 “정신적 이상 상태” 였다는 정황을 명백하게 입증해야만 한다.

먼저, 근로자가 업무로 인해 병원을 방문한 일이 있는지 파악해 보아야하며 사건 발생 전 근로자의 병원 방문 기록이 없는 경우라도 유서, 이메일, SNS, 일기 등 재해자의 심리 상태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고 직장 동료와 친구 등 지인들의 진술을 통하여 근로자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서 업무관련성이 있는지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업무 부담으로 극단적인 선택한 근로자의 산재 사건을 필자가 직접 처리하여 승인 받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재해자는 정유공장에서 비파괴검사 등 검사, 감리 업무를 담당하며 총괄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직장 동료들과의 회식 후 헤어진 뒤 가족들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기고 다리 밑으로 투신하여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재해자의 극단적인 선택과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하여 업무 내용을 조사한 결과, 사망 전 1~2개월 전 공장 대정비기간으로 휴일이 부족한 상태에서 연속 근무와 업무시간 증가(4주 평균 업무 시간 - 75시간)가 확인되고 총괄팀장으로서 정비 기한에 대한 압박을 받아 왔던 정황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퇴사를 요청하였으나 사측에서 재해자의 퇴사를 만류하면서 주거지 근처인 다른 출장소로 발령하였으나 재해자는 오히려 발령을 꺼려했으며 발령으로 인한 심적인 갈등이 있었던 정황을 동료 근로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재해자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서 업무관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동료 근로자들의 진술 내용과 근거자료들을 통해 업무상 재해임을 주장하였고, 그 결과 산재로 인정되어 유족들은 유족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업무로 인한 근로자의 극단적인 선택을 산재 처리하는데 있어서 근무 환경과 업무의 내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유족들이 근로자가 겪었을 업무적인 부담 등을 세세히 입증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산재 처리에 어려움이 있다면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해결하는 방법을 권한다.

 

오혜림
- 노무법인 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 노무사
-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현직 판정위원
- 국민권익위원회 전문상담위원
- 강원도 노동법률 자문
- 광산진폐권익연대 자문
-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자문
- 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매일노동뉴스.2014.9.1.) 저
- 전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고객권익보호담당관
- 전 관악구,용산구 노동복지 센터 상담위원
- 전 서울글로벌 센터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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