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근로자 권리 못누리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시급해
[초점] 근로자 권리 못누리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시급해
  • 손영남 기자
  • 승인 2023.06.2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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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권과 인격권 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 마련 의미
소상공인연합회,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유감 표명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되어도 쉽사리 권리 구제에 나설 수 없다. 법이 그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되어도 쉽사리 권리 구제에 나설 수 없다. 법이 그들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부당해고를 당하고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받아도 권리를 주장할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원흉이 바로 근로기준법이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불합리함을 개편하기 위해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표명하고 나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단골 이슈로 등장했던 안건이지만 그간 제대로 성사된 적은 없었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이번에는 이뤄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반대세력인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거세게 불타오르고 있어 험난한 여정이 될 거라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으로 인건비 지출이 대폭 늘어나게 되는 소상공인의 반대는 익히 예견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를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도 심도깊게 논의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간 주된 이유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의 주장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러기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피해가 너무 크다는 현실을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시점이다. 

■ 70년 된 근로기준법, 시대 흐름 반영하는 데는 무리 있어
현재의 근로기준법이 제정된 것이 지금으로부터 딱 70년 전인 1953년이다. 수시로 이어지는 개정과 적용 대상 확대 등으로 근로자들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지만 여전히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겐 눈길을 돌리지 않고 있다.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는 차별조항을 담은 근로기준법 11조 탓에 부당해고를 당해도 구제신청도 못하고 남들 다 쉬는 순간에도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처지에 놓인 근로자들이 300만을 훌쩍 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는 313만 8284명으로 전체의 17.3%에 이른다. 물론 이는 대략적인 수치다. 조사에 따라서 최소 350만명에서 최대 500만명에 이를 정도다. 우리 국민 열명 중 한명꼴인 셈이다. 더는 이들의 고통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뜻이다.

지난해 12월 노동개혁 관련 자문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담고있는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했고, 이후 고용노동부도 올해 초 업무 추진 계획에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을 포함시키며 이와 관련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쉽사리 장담할 수는 없는 사항이다. 이미 여러번의 경험을 통해 이 과정을 체험해본 탓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은 1989년 법 개정으로 5인 이상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이 적용된 직후부터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이다. 그런 논의는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그때마다 소상공인으로 대표되는 영세사업주들의 반발을 의식해 흐지부지된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아직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시 전면 적용보다는 단계적 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배경이다. 영세 사업자들의 부담을 고려한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고 제한이나 주 52시간 근로 준수 등 본질적인 내용보다 연장·휴일·야간수당 지급, 연차·생리휴가 보장 등 지엽적인 내용들이 먼저 인용될 것이라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들에게는 엄청난 메리트를 안기는 것이라고 판단하겠지만 이런 식의 미지근한 대처로는 현 정부가 주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노동개혁을 이끌어낼 수 없다.

정치권의 이해타산에 따라 논의가 이어지는 순간에도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들은 근로자라면 마땅히 누려야할 자신들의 권리를 무참히 침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8일 직장갑질 119가 발표한 내용이 그를 잘 보여준다. 직장갑질119가 2020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이메일로 받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의 제보 216건을 분석한 결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해고와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임금' 147건(68%) ▲'인격권 침해' 100건(46.2%) ▲'현행법 위반' 44건(20.3%)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 해고 통지와 부당해고 등의 구제 신청과 관련한 근로기준법 조항(제23조 제1항, 제27조, 제28조)은 모두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언제든 해고를 당할 수 있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같은 단체가 조사한 다른 조사에 따르면 5인 미만 민간 사업장 노동자 21.1%가 '2022년 1월 이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한 실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민간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 응답(7.2%)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직장 내 괴롭힘 규정(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3)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5인 미만 민간 사업장 노동자는 법과 제도가 아예 방치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지경이다. 

■ 근로기준법도 모자라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외면하는 현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어도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 자신들은 그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탓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되어도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 자신들은 그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탓이다

근로기준법이 노동자의 권리 구제에 관한 내용이라면 보다 더 심각한 내용을 다루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노동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경우 소중한 생명까지도 앗아갈 수 있는 사업장 안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마저도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5인~49인 사업장 800명이며 5인 미만 사업장은 572명으로 뒤를 잇는다. 재해자 숫자 또한 마찬가지다. 2021년도 또한 5인~49인 792명 사망,5인 미만 567명 사망으로 2순위다. 2020년도에는 5~49인 803명 사망,5인 미만 500명이 사망으로 순위가 뒤바뀌지 않는다.

전국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 산업재해 사망자 숫자는2022년 572명,2021년 567명, 2020년 500명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난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관계 당국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당연히 중대재해처벌법의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국가기관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권위 송두환 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발표해 "2020년 고용노동부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산재 사망자의 약 63%가 5인 미만과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법 적용에 예외를 두거나 미뤄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적용된 50인 이상 사업장과는 달리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뒤인 2024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며 그나마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에 인권위 관계자는 "2020년 산재 사망자는 2062명으로, 하루 평균 5.6명이 산재로 사망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한 예방과 보호의 필요성은 5인 미만과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매우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와 기업이 더욱 엄격한 관리·감독 등을 통해 중대재해를 예방해야 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엄격하게 법을 적용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재해가 근로자의 직접적인 생명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면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 바로 최저임금이다. 이 역시 열악하기는 매한가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지난 4월 2일 발표한 ‘2022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비교’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임금근로자 중 최저임금인 9160원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275만 6000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12.7%로 분석됐다. 눈여겨볼 것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의 29.6%가 최저임금 미만을 받았다는 부분이다.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엔 그 비율이 2.3%에 불과한 걸 비교해보면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들이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그런 상황에 처한다 해도 노동자가 경영주를 최저임금 위반으로 신고한다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모두가 법이 그들을 보호하지 않는 탓이다. 사단법인 직업상담협회 신의수 이사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처럼 권리 구제에 취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우선 법의 보호 테두리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특히 해고, 임금과 같이 생존권 침해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가장 최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시도가 성공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개혁의 첫 번째 조건이자 가장 중요한 대목이 바로 노동자들, 특히 힘없고 약한 노동자를 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정책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다양해진 사회 환경 탓에 이해관계가 얽히는 상황에서 그 모두를 고려한 중도적인 정책을 견지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 집단을 배려하고 그들을 위한 정책을 우선시해야하는 게 정의실현에 한발짝 다가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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