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도체 지원법에 '디스플레이' 산업이 포함돼야 한다
[기자수첩] 반도체 지원법에 '디스플레이' 산업이 포함돼야 한다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2.08.12 0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에 디스플레이산업 분야 제외
정부 반도체 육성정책에 따라 디스플레이 인재 반도체 업계 이탈
인재 확보 위해 ‘Job매칭’ 플랫폼 구축·채용박람회 개최

[아웃소싱타임스 김윤철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주관하는 'K-디스플레이 2022 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가 12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21회를 맞은 이번 전시회에 국내외 167개 기업이 역대 최대 규모인 557개 부스가 꾸려졌다.

부대 행사로 열리는 채용박람회를 취재차 방문하여 기사를 정리하던 중 관람객들이 나눈 대화를 듣게 됐다.

A: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참여한 박람회인데 예년과 다르게 약해진 느낌이네”
B: "최근 반도체 인력난으로 디스플레이 분야 인재들이 반도체 쪽으로 빠져나간다고 하던데, 그런 영향이 아닌가?”

실제로 그런지 확인해 보고자 전시회장을 여러 차례 돌아보니 오픈 첫날 오전이어서인지 몰라도 AR/VR 등의 체험장을 제외하고 실제 기업 부스를 찾는 관람객들이 많지 않았다. 

더욱 기자의 관심을 크게 끈 부분은 우리나라에 지난 2004년부터 17년 동안 한국에 ‘세계 1위’라는 타이틀을 걸어 준 효자 산업인 디스플레이 산업군의 인재들이 반도체 분야로 빠져 나간다고 대목이었다.

정말로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이하 협회)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용박람회를 기획·개최한 것도 최근 심해진 디스플레이 분야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협회가 지난해 조사한 디스플레이산업 인력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구인활동을 통해 채용하고자 했던 산업인력은 2989명이었으며, 신입 직원이 1980명(66.2%)으로 경력직보다 많았다. 하지만 1년 이내 조기 퇴사 인력은 956명으로, 퇴사율이 34.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기초공정이 유사하다 보니 디스플레이 종사자들이 반도체 공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정부가 반도체 분야가 중요하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복지 등 처우도 더 나은 편이다 보니 이직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업계 종사자의 전언이다.

지난 6월 7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대통령은 전부처 장관들에 반도체 산업에 대한 공부를 주문하며 반도체 육성을 강조하자, 후속 조치로 10년간 15만 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이 발표되는 등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전폭적인 지원이 끊이지 않자 디스플레이 인재들이 반도체 업계로 이탈하는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의 저가 디스플레이 공세에 1위 자리를 내준데 이어, 중국 기업들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국내 디스플레이 인재들을 빼가고자 유혹하다보니 인재 지키기에 힘겨워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에서도 디스플레이 분야는 제외되는 아픔을 겪는다. 

지난 5월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이렇게 이중삼중으로 인력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문제들을 풀어 보고자 우수 인재 확보 기회를 제공하는 ‘디스플레이 잡(Job) 매칭’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서울 및 수도권, 디스플레이산업단지 인접 대학들과 손잡고 디스플레이 유관학과 및 디스플레이 관심 이공계 출신 인력 정보를 매칭시스템에 집적화하고, 기업들이 우수인재 정보를 상시 열람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열어두고 있다.

또한 12일까지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리는 ‘2022 디스플레이 채용박람회’ 개최도 업계의 고충을 반영한 고육책에서 나온 행사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다행스런 소식도 있다. 이번 전시회 개막식에 참석한 주영준 산업부 실장은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에 디스플레이산업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1조원 규모의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예타사업과 메타버스용 R&D를 신규 추진하여 기존에 없는 새로운 시장 선점을 위한 우리 기업들의 도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누구 눈치 보느라 반도체산업 하나만을 위하는 정책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의 뿌리가 되고 있는 소재·부품·장비산업에 필요한 인력(1년에 3000명 부족) 충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책과 함께 구인난 해소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달라는 디스플레이 분야를 포함한 소부장 기업들의 간절한 주문에 귀 기울여야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