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논의를 시작할 때다!
[기자수첩]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논의를 시작할 때다!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2.10.19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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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 김윤철 기자] 지난 9월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7월 20일부터 한시적으로 시행한 의료기기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은 편의점에서도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조치를 9월 30일부로 종료한다고 발표한다.

이에 따라 10월부터 의료기기판매업을 신고하지 않은 전국 편의점 중 절반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판매가 제한되고 있다. 편의점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판매하려면 의료기기판매업을 신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의료기기판매업 신고 편의점은 국내 전체 편의점 매장 5만3000개점 중에서 총 2만6000개로 전체 편의점의 50% 수준이다. 이런 점유율도 코로나19 유행 시기 한시적으로 허용된 자가진단키트 판매로 가맹점 수익을 적지 않게 올린 점주들이 정식 판매업 신고에 나선 결과로 업계에서는 풀이하고 있다.

실제 각 판매사별 편의점 의료기기판매업 신고율을 살펴보면, GS25가 9000여 곳으로 지난해 9월(2000여개 점포)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마트24도 1350개 점포로 작년 보다 약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어 세븐일레븐이 6500여개, CU는 5300여개로 지난해 동기 대비 5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자가진단키트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더블링 현상을 보이며 심화될 때마다 판매량이 급증해 일부 매장에서는 전통의 효자 품목인 담배를 뛰어넘는 매출을 올릴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23일까지 자가검사키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0배 증가했고, 동(同) 기간 CU와 GS25에서는 200배, 이마트24에서도 156배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판매처 확대 문제와 더불어 국민 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지사제, 제산제, 화상연고 등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약사업계는 약물의 오남용과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견지하고 있다. 이렇게 양측의 입장차가 상반되다 보니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약국이나 병원이 문을 닫는 심야시간이나 공휴일에 국민들이 의약품을 구매하는 데 따르는 불편을 완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대두되면서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에서 해열 진통제 5종, 감기약 2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으로 총 13개 품목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의약품정책연구소에서 2020년 4월 16일 발표한 “안전상비약 판매업소 모니터링 결과 분석”자료에 따르면, 최근 8년간 구매 행태와 소비자 인식의 변화 추이를 살펴본 결과 응답자의 68.9%는 최근 1년간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약을 구매했다고 응답한다. 특히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3년 14.3%에서 2016년 29.8%로 2배 늘어난 데 이어, 2019년 68.9%를 기록하며 또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다.

편의점에서 구매한 이유로는 ‘휴일과 심야시간에 약국이 문을 닫아서’가 68.8%로 가장 많았다. 실제 응답자의 60.4%가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에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도 지난 8월 한달간 소통 플랫폼을 통해 기업‧국민의 제안을 공모한 내용을 토대로 전문가 검토를 거쳐 과제들을 선정해, 지난 13일 '기업-국민이 바라는 규제혁신 과제' 51건을 정부에 건의한다.

51개 과제 중 주목할 것 중 하나가 ‘안전상비약 자판기 허용’이 포함된 것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현재 안전상비약은 24시간 운영 유인편의점은 판매가 가능하지만 무인점포·단축운영매장은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약사법을 개정해 안전상비약의 자동판매기 판매를 허용해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자는 게 대한상공회의소의 견해다.

즉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13개 품목의 안전상비의약품은 현재 편의점에서도 구매할 수 있지만,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와 판매자가 상주하는 유인 점포로 한정돼 있다 보니 편의점이 많지 않은 소도시나 아예 없는 도서 지역에서는 밤늦게 안전상비의약품을 구매할 수 없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자동판매기 판매가 보편화돼 있는 만큼, 소비자 편익을 고려한 전향적인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약사법 개정 정부 건의안에서도 알 수 있듯이 휴일이나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약국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의 불편함을 경험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편의점 의약품 품목 확대를 반대하는 약사단체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코로나19 감소세가 끝나고 한 두달 안에 7차 재유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의 진단도 나왔다. 지난 17일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 자문역인 정기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우리나라도 12월 초 정도 본격적인 재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편의점업계와 약사단체는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어느 일방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긴급하게 안전상비약을 필요로 하는 국민의 복지 측면에서 조속히 양자가 만나 코로나19 진단키드를 비롯한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할 시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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