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사돈(査頓)의 유래(由來)
[전대길 CEO칼럼] 사돈(査頓)의 유래(由來)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3.06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사돈(査頓/Parents of one’s son or daughter-in law)’이란 혼인(婚姻)한 두 집안의 어른 간의 호칭이다. 그렇다면 ‘사돈(査頓)’이라는 말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

‘사돈(査頓)’이라는 말은 고려 예종(睿宗) 때 명장 윤관(尹瓘)과 문신 오연총(吳延寵) 사이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지금부터 917년 전인 서기 1107년(예종 2년), 윤관이 원수(元帥)가 되고 오연총이 부원수로 170,000 대군을 이끌고 여진족(女眞族)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9개의 성(城)을 쌓고 여진족을 토벌(討伐)했다. 

그 공로로 윤관은 문하시중(門下侍中), 오연총은 참지정사(參知政事)로 승진했다. 두 사람은 최전선인 웅주성(雄州城/지금의 길주(吉州)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했다. 

그러다 보니 두 사람은 자녀를 결혼시켜 사돈 관계를 맺었다. 대신(大臣)으로 일하다 관직에서 은퇴 후 내(川)를 가운데 두고 살면서 자주 만나서 회포(懷抱)를 풀었다. 

어느 날, 윤관은 집에서 담근 술(酒)이 농익어서 오연총과 수작(酬酌)하고 싶었다. 그래서 하인에게 술을 지게에 지워 오연총 집을 찾아가는데 냇가에 이르렀더니 갑자기 내린 폭우로 냇물이 불어나 건널 수 없어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때 냇물 건너편에서 오연총도 하인에게 지게에 짐을 지워 오다가 윤관이 물가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대감, 어디를 가시는 중이오?"라고 윤관이 오연총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술이 잘 익어 대감과 한잔하려고 나섰는데 물이 많아서 이렇게 서 있는 중이오.”라고 오연총이 답했다. 오연총도 마침 잘 익은 술을 가지고 윤관을 방문하려던 참이었다. 

피차 술을 가지고 오기는 했지만, 그냥 돌아서기가 아쉬워서 오연총이 윤관에게 말했다. “잠시 정담을 나누기는 했지만, 우리가 함께 술 한 잔 나누지 못하는 게 정말 유감입니다” 

이에 윤관이 웃으면서 오연총을 향해 말했다. "정 그러시다면 우리 이렇게 합시다. 제가 가지고 온 술을 대감의 술로 알고, 대감께서 가지고 온 술은 제가 가지고 온 술로 알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드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서로 마음이 통해서 술을 주고받는 게 ‘심통주작(心通酒酌)’이다. 두 사람은 자녀를 혼인시킨 마음을 나누는 사이였다. 이에 두 사람이 통나무(査/楂)를 깔고 앉아 이쪽에서 '한 잔 드세요' 하며 머리 숙이고(頓首) 잔을 비운다. 저쪽에서도 '한 잔 드세요' 하며 머리를 숙이고 잔을 비우면서 가지고 온 술통의 술을 다 마시고 헤어졌다. 

조선왕조실록(중종 23년 7월 30일 자)​에 ‘혼인한 두 집안의 부모들 사이 또는 그 집안의 같은 항렬(行列)이 되는 사람들 사이에 서로 상대편을 부르는 ‘사돈(査頓)'이란 말이 처음 등장한다. 

‘사(査)’자는 ‘조사할 사(査)’, ‘풀명자나무 사(査)’, ‘뗏목 사(楂)’ 자로도 쓰인다. ‘뗏목 사(査)‘+’꾸벅거릴 돈(頓)' 자의 '사돈'이라는 말뜻을 알아본다. 

윤관과 오연총 이야기는 고려 조정의 고관대작들에게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인 ‘풍류화병(風流話炳)’으로 알려졌다. 

그 후 자녀를 결혼시키며 '우리도 서로 머리 숙이며 술을 나누는 사돈(査頓)을 맺는다'라고 회자(膾炙)하였으며 민가(民家)에까지 ‘사돈(査頓)’ 또는 ‘사둔(査둔)’이라고 전래된 것이다.      

따라서 신랑, 신부의 양가(兩家) 부모끼리는 ‘사돈’ 또는 '사돈어른'이라고 부른다. 아내 되는 사람끼리는 '안사돈', '사부인(査夫人)‘, ’사돈 마님‘이라고 호칭한다. 

사돈의 부모에게는 '사장(査丈)', '안 사장(査丈)'이라 호칭한다. 사돈의 조부모는 '노 사장(老 査丈), 노 사부인(老 査夫人)’이라고 부른다. 

사돈 가족 간에 서로 결혼하는 경우도 있다. 언젠가 모 방송 일일연속극에서는 어떤 집안에서 사위의 여동생을 아들의 아내, 즉 며느리로 맞아들이는 내용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미 사돈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또다시 사돈 관계를 맺는 사이나, 그런 사람을 가리켜서 ‘겹사돈’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리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에 겹사돈을 맺는 것이 법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든지 그런 관계를 맺는 것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분들도 종종 계시지만, 겹사돈은 결코 법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주위에서도 겹사돈을 맺는 집안들을 간혹 볼 수 있다.

‘겹사돈’이라는 말 외에 이와 표기 형태가 비슷한 ‘곁사돈’이라는 말도 있다. 이것은 직접 사돈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니고, 같은 항렬의 방계 간의 사돈을 말한다. 예를 들어서 조카나 조카딸을 통해서 사돈 관계를 맺게 되는 경우에 바로 ‘곁사돈’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가깝고도 멀다는 ‘사돈(査頓)'의 유래(由來)를 이제야 알고 나니 괜히 쑥스럽다. 

끝으로 한겨레말을 다루는 김정수 교수는 만주/몽골말 등과 공유하는 한겨레말 고유어 사둔을 한자로 취음해서 적고 억지로 민간 어원을 붙인 것이 ‘사돈(査頓)'이라고 일러준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