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오유지족(吾唯知足)과 꼬꼬농장 부부   
[전대길 CEO칼럼] 오유지족(吾唯知足)과 꼬꼬농장 부부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3.20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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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서울시내 유명한 노포(老鋪)인 <성북동 국시집>에는 불교 유교경(遺敎經)에 나오는 ‘오유지족(吾唯知足)’ 액자가 걸려있다. 

행복(幸福)의 원천(源泉)이며 재앙과 화(禍)를 부르기도 한다는 사람의 입구(口)자가 그 중심이다. 위로는 ‘나 오(吾)’, 우측은 ‘오직 유(唯)’, 아래는 ‘족할 족(足)’, 좌측은 ‘알 지(知)’자로 구성되어 있다. 

쉽게 표현하면 “나는 오직 만족할 줄 안다”는 뜻이다. “남(他人)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자신에 대해 만족함을 알라”는 불교 가르침이다. 나 자신이 분수를 알고 작은 일에 만족하면 모두가 행복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족불욕(知足不辱)하고, 지지불태(知止不殆)하니, 가이장구(可以長久)하리라>는 구절이 노자의 《도덕경》에 나온다. “만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히 오래도록 편안할 수 있다”란 뜻이다. 

“만족함을 아는 사람은 빈천(貧賤)해도 즐겁다. 만족함을 모르는 사람은 부귀(富貴)해도 근심 한다“고 《명심보감》은 지족(知足)을 강조한다. 

‘오유지족(吾唯知足)’은 ‘안분지족(安分知足)’과 그 뜻이 일맥상통(一脈相通)한다.  

“족함을 아는 사람은 비록 맨 땅위에 누워 있어도 오히려 편하고 즐거움이 되지만 족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비록 천당에 있어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족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비록 부유하나 가난하고, 족함을 아는 사람은 비록 가난하나 부유하다.”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행복은 크고 많은 것에서 보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있다. 크고 많은 것만을 원하면 그 욕망을 채울 길이 없다. 작은 것과 적은 것 속에 삶의 아름다움과 고마움이 스며있다”고 법정스님이 말했다. 

세상만사는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다. 어떤 일을 억지로 한다고 해서 다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유지족(吾唯知足)을 실천하는 DMZ 꼬꼬농장의 행복한 부부 이야기를 적는다. 

2023년 가을 어느 날, 세종문화회관 문화지도자과정(SRP/세종르네상스 1기/회장 서정복) 원우(12명)가 파주 민통선 내 농장(4,000여 평)에서 닭(鷄) 4,000수(首)를 자연 방사(放飼)해서 유정란을 생산하는 <DMZ 꼬꼬농장>을 찾았다. 

1968년 1월 21일, 북한 특수부대 공작대원(김신조 일당 25명)이 휴전선 철책을 뚫고 새벽에 남침했던 1·21 사태 당시의 철책을 현장에서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다. 
 
DMZ 꼬꼬농장 주인 ‘이삼룡 사장, 김동희 여사’부부가 넉넉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다”라고 이구동성(異口同聲)이었다. 이들 부부는 매일 아침 새벽에 감사 기도로 하루를 연다. 한 줌의 걱정 없이 넉넉한 삶을 살아가는 기독교 신자다. 

파주 민통선 내 꼬꼬농장 주변에는 멧돼지, 독수리, 매, 삵 등 닭 닭의 천적(天敵)이 되는  동물들이 살고 있다. 지금까지 25년 동안 천혜 자연의 보고인 민통선에서 자연 방사로 생산된 계란(鷄卵)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작은 행운이다.  

민통선 내에서 민간인은 숙식할 수 없다. 그래서 파주에서 출퇴근하는 이들 부부에게 꼬꼬농장에서 일어난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일어났다. 

한 번은 민통선 출입 시간을 맞춰 농장에 도착해 보니 멧돼지의 발자국이 보이고 20여 마리의 닭이 죽어 있었다. 멧돼지와 맞닥뜨린 적도 있다. 그는 멧돼지에게 “또 왔니?”라고 말을 건네기도 했다. 멧돼지와 눈이 마주치자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숲속으로 되돌아간 적도 있다. 

그는 SRP 원우들에게 믿기지 않는 동화(童話)를 들려주었다.
“언젠가 들개들이 농장에 침입했어요. 네댓 마리로 보이는 들개들이 농장 주변을 어슬렁거리기에 아내에게 얼른 참치통조림을 가져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 들개들이 오가던 길 주변에 며칠간 놔 줬어요. 우리가 안 보는 사이에 들개들은 참치통조림을 먹고 갔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곁으로 다가와서 손으로 만질 수도 있었어요. 그러더니 어느 날부턴가 들개들이 눈에 띄지 않았어요. 길에서 ’로드 킬(Road Kill)’을 당했을까 걱정도 했어요” 

“농장 주변을 맴도는 까마귀들은 방사된 채 기르는 닭들의 파수꾼이예요. 처음엔 닭이 먹는 먹이를 노리고 왔나보다고 생각하고 쫓으려고 했어요. 하지만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니 까마귀들도 닭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선택했어요. 

닭에게는 더 무서운 천적인 독수리나 매가 출몰할 때면 까마귀들이 무리를 지어 농장 닭들의 삶터를 지키기 위해 독수리와 매에게 맞서 싸웠어요. 까마귀가 먹는 먹이보다 우리 부부가 누리는 평화가 훨씬 더 컸어요. 조금 덜 벌면 되는 일이라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아가요“  

“언젠가부터는 키우는 닭들의 40%는 멧돼지, 독수리, 매, 삵들의 몫이 되었으며 나머지 60%는 꼬꼬농장 주인의 몫으로 남았어요. 키우는 닭들의 절반(50%)보다 10%가 넘는 60%를 남겨주는 자연의 순리(順理)를 스스로 깨치고 나서 ‘오유지족(吾唯知足)’의 큰 가르침을 터득(攄得)했어요. 

지금 우리 부부는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늘의 섭리(攝理)를 깨우친 해탈(解脫)한 부부라고 덕담(德談)을 해주는 고객들도 많아요”

이들 부부가 생산한 유정란은 감사와 사랑의 산물(産物)이다. 계란 한 알의 가치를 제대로 측정하기는 어렵다. 수익성에 연연해하지 않는 계란에는 이들 부부의 감사와 나눔의 철학이 담겨 있다. 

출입이 까다롭고 통제가 심한 민통선(民統線) 내에서 자연과 인간, 그리고 동물과 상생(相生)을 실천하는 이들 부부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夫婦)임에 틀림이 없다. ‘심오(深奧)한 삶의 철학인 ’오유지족(吾唯知足)’을 체득(體得)할 기회를 준 <성북동 국시집> 사장과 <DMZ 꼬꼬농장> 부부에게 감사한다. 

꼬꼬농장의 유정란은 언제나 완판(完販)이다, 사전에 전화로 방문 예약을 하고 DMZ 꼬꼬농장 현장에서만 구할 수 있다. 모든 계란은 진공 포장된다. 변질을 막기 위해서 택배(宅配) 거래는 하지 않는다. 

<DMZ 꼬꼬농장>을 방문하려면 ‘이삼용 사장(010-3707-3339)’에게  민통선 출입 허가를 사전에 전화로 신청해야 한다. 전대길 수필가의 <오유지족 칼럼>을 보고 전화했노라면 이들 부부가 반갑게 맞아줄 것이다.

끝으로 오유지족의 삶을 살아가는 티베트(Tibet) 사람들의 장수비결(長壽秘決)을 밝힌다. 

“첫째, 먹는 것은 1/2로 줄이고 둘째, 걷는 것은 2배(倍)로, 셋째, 웃음은 3배(倍)로 하라. 즐거운 여행은 짐이 가벼워야 하며 동행자가 좋아야 하고 돌아갈 집이 있어야 한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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