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 CEO칼럼] 기린(麒麟) 맥주와 미쓰비시 자동차
[전대길 CEO칼럼] 기린(麒麟) 맥주와 미쓰비시 자동차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4.03.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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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스코틀랜드 상인 ‘토머스 블레이크 글로버(Thomas Blake Glover/1838~1911)’가 일본 기린 맥주회사를 설립했다. 1885년 일본 맥주회사를 최초로 세운 것이다. 

글로버의 수염이 기린과 닮아서 그의 딸이 '기린(麒麟)‘이란 상품명을 제안했다. 그런데 그는 일본에서 맥주회사만 만든 게 아니다. 글로버는 아편전쟁으로 돈을 번 ‘매디슨 회사’의 직원이었다. 

아편전쟁 후 일본에 파견된 글로버는 외국과의 무역을 막부가 독점하던 상황에서 밀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사카모토 료마를 통해 사쓰마 번과 조슈 번에 무기를 팔았다. 글로버는 이토 히로부미 등 메이지 유신 주동자 5명이  영국 유학을 갈 때도 자기 회사 선박을 제공했다. 

글로버는 일본의 첫 군함을 수입하는 사업권을 따 냈으며 일본 해군 창설에도 이바지했다. 현재 나가사키에는 그의 이름을 딴 ‘글로버 가든’ 공원이 있는데 이 공원에서 미쓰비시 회사를 창립했다. 

기린 맥주는 나중에 미쓰비시 그룹에 인수되었다. 당시 메이지 정부는 일본군을 Taiwan에 보내기 위해 영국이나 미국 선박회사를 알아보았으나 거부당했다. 결국 미쓰비시를 이용했다. 

이러한  협력관계를 시작으로 미쓰비시는 일본의 대외 침략에 적극 협조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수많은 혜택을 받아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 미쓰비시 그룹은 일제강점기 때 한국인 10만여 명을 강제 동원했던 나쁜 전범 기업(戰犯企業)이다. 미쓰비시 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미쓰비시 중공업은 1944년 5월 당시 13세에서 15세의 한국인 소녀 300여 명을 '조선 여자근로정신대'로 끌고 갔다. 

일본 나고야 항공 제작소 등에서 강제노동을 시키고는 임금도 주지 않았다. 일본이 침략 전쟁을 벌이는 동안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군함 82척과 어뢰 17,000개를 만들었다. 태평양전쟁에서 사용된 일본 최대의 ‘무사시 전함(戰艦)’도 미쓰비시 조선소에서 만든 것이다. 

역사적 기록에는 미쓰비시 나가사키 조선소에만 한국인 6,000여 명이 강제 징용으로  끌려갔다. 일제강점기에 미쓰비시(Mitsubishi) 회사는 조선을 수탈(收奪)하고 일본군 위안부 소녀들을 강제로 전장(戰場)으로 끌고 나갔던 ‘전범기업(戰犯企業)’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나쁜 미쓰비시(Mitsubishi)가 만든 미쓰비시 자동차가 대한민국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인이란 정체성(Identity)과 역사 인식이 희박하다. 미쓰비시 자동차를 타야 하며 미쓰비시 그룹에서 만든 기린 맥주를 굳이 마셔야만 하는지를 자문자답(自問自答)해 보자. 

그 무엇보다 우리는 자성(自省)과 자각(自覺)이 필요하지 싶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가 세계인의 큰 사랑을 받으며 세계 6대륙과 호주 대륙보다 작은 국토의 영국, 일본 등 섬(島)나라의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국산 맥주 맛도 일본 기린 맥주에 뒤지지 않는다.  
  
“Uniclo 옷 입고 Lexus 탄다”라는 젊은이들의 유행어가 있다. <No Japan>은 사라지고 <Yes Japan>이 팽배하다. 우리 한국인이 잘 모르는 일본 유명 상표도 난무한다. 

<린나이>, <ABC 마트>, <르꼬끄>, <제록스>, <유니클로>, <MINI STOP>, <데상트>, <엄브로>, <시티즌>, <플레이스테이션>, <오츠카(데미소다, 포카리스웨트, 오란씨, 오로나민)> 등이다. 

끝으로 글로벌(Global) 시대를 맞아 애국심(愛國心)만을 강조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선현(先賢)들이 일제(日帝)로부터 겪었던 온갖 고통(苦痛)과 고난(苦難)을 기억하자. 올바른 역사(歷史) 인식이 없는 민족에게는 밝은 미래(未來)가 없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만행(蠻行)을 용서(容恕)는 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어느 지성인의 외침이 허공 속에 맴돈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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