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46] 아들네 집으로 가는 길(뉴질랜드 방문기 5)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46] 아들네 집으로 가는 길(뉴질랜드 방문기 5)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0.17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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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우리 부부는 아들만 넷을 두었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둘째만 빼고 나머지 세 아들은 뉴질랜드에 살고 있다. 

큰아들은 국제 공항이 있는 오클랜드(Auckland)에서 1시간 반 정도(전에는 2시간이 걸렸지만, 고속도로가 생기는 바람에 30분가량 단축되었다.) 걸리는 해밀턴(Hamilton)에 살고 있고, 셋째는 오클랜드 그리고 막내는 네이피어(Napier)에 자리 잡고 있다. 

큰아들이 사는 해밀턴은 바다를 보려면 1시간 거리에 있는 라글란(Raglan)으로 가거나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탬즈(Thames)로 가야 하는 불편함은 있지만, 내가 법 공부를 한 종합 대학인 와이카토(Waikato) 대학과 몇몇 기술 전문 대학이 있는 대학 도시이고 사시사철 볼거리를 제공하는 해밀턴 가든도 있는 조용한 도시이다.

무엇보다 오클랜드처럼 복잡하지 않고 외국에서 손님이 오면 마중 나가기도 무난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고, 뉴질랜드에 오면 반드시 들려봐야 하는 유황 온천 도시인 로토루아(Rotorua)로 가면서 중간에 쉬었다 가는 도시이기도 하다.

우리 부부는 큰아들 집에 머물면서 지지난 주에는 오클랜드에 사는 셋째네 집에 가서 하룻밤을 묵고 왔고, 지난주에는 네이피어(Napier)에 살고 있는 막내아들 집에서 이틀 밤을 보내고 왔다. 

네이피어는 해밀턴에서 가려면 4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곳이라서 처음에는 차를 가져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아내가 부추기는 바람에 용기를 내서 직접 운전해 가기로 했다. 

뉴질랜드는 한국과는 달리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차선도 반대라서 신경 쓰지 않으면 습관적으로 반대편 차선으로 가기 쉽다. 또한 오랜만에 뉴질랜드에서 운전하는 거라 손자들 등교나 큰아들 병원까지 태워주면서 연습을 몇 차례 한끝에 먼 길을 떠났다.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막상 지방 도로를 운전하다 보니 한국처럼 차가 많이 다니지도 않고 한가로워서 긴장이 풀리고 여유가 생겼다. 뉴질랜드는 스테이트 하이웨이(state highway)라고 우리나라 국도 같은 길이 있는데 거의 1차선 길이다. 

차량 통행이 잦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자연 보호 차원인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1차선을 유지하고 있어서 한편으론 한국 시골길을 가는 듯 정겨웠다. 무엇보다도 맑은 하늘과 하얀 구름 그리고 푸르른 초원을 보면서 운전하다 보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걸 느끼게 된다.

네이피어로 가는 길은 해밀턴에서 4시간 넘게 걸리기 때문에 대부분 2시간 거리에 있는 중간 지점인 타우포(Taupo)에 들러서 화장실도 이용하고 쉬어 간다. 

타우포는 큰 호수가 있는 유명한 관광지로 번지 점프의 성지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타우포까지 가는 길은 평지지만, 그 후로는 마치 설악산 가는 길처럼 꼬불꼬불한 길이 이어지고 중간에 마을이나 쉴 곳도 없다. 

4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네이피어는 뉴질랜드에서 날씨가 좋아서 은퇴 후에 노후를 보내기 원하는 일 순위 도시답게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야자나무가 새로운 정취로 방문객들을 맞이해 준다. 

네이피어에서 초등학교 선생으로 있는 막내아들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다시 교원 대학을 졸업하여 교사 자격증을 따서 영어가 외국어인데도 불구하고 원어민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추운 남섬에서 남편과 두 아이의 아버지 역할을 하면서 공부하느라 고생 많았는데, 살기 좋은 네이피어에서 교사로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막내며느리도 일을 하면서 남편 뒷바라지를 해 왔는데, 이제는 큰 집을 얻어 남는 방을 렌트로 주면서 생활에 좀 여유가 생긴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네이피어는 확실히 해밀턴과는 달리 기온이 따뜻해서 벌써 반바지, 반소매 차림의 사람들이 눈에 띈다. 또한 바다가 가까이 있고 끝없이 이어지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다양한 조형물을 설치하여 볼거리를 제공하며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기온이 따뜻하고 날씨가 좋아서 포도 농장을 비롯한 다양한 과일 농장이 있어 먹거리가 풍부하고 포근한 날씨 탓인지 사람들이 여유로워 보인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손자가 할아버지와 낚시하고 싶다고 해서 낚싯대까지 챙겨갔지만, 날씨는 좋은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낚시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하지만 저녁에 막냇손자 생일 파티를 바닷가에 있는 멋진 음식점에서 하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저녁 식사 후 디저트 메뉴에서 케이크를 주문하여 손자 생일이라고 초 네 개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얼굴도 이쁘고 친절하기도 한 여직원이 초에 불을 붙여 가지고 오면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니까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나이 지긋한 키위들도 함께 노래 부르면서 손뼉 치고 축하해 주었다. 

혹시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다른 사람의 기쁨에 함께 기뻐하는 배려와 너그러움이 고마웠다. 

왕복 600km가 넘는 먼 길을 운전하느라 피곤하고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 아쉽긴 했지만, 열심히 살고 있는 아들 부부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손자들을 보고 오는 길이 행복했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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