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39] ‘꼭먹’이 제맛이다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39] ‘꼭먹’이 제맛이다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8.29 0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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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고기만 씹어야 맛이 있는 게 아니다. ‘부먹’(소스를 부어 먹는 것)이 맛있는지 아니면 ‘찍먹’(찍어 먹는 것)인지 취향에 따라 다른 탕수육도 ‘꼭먹’(꼭꼭 씹어 먹는 것)이 제일 맛있다는 광고처럼 모든 음식은 꼭꼭 씹어 먹어야 제맛을 알 수 있다. 

심지어 부드러운 소프트아이스크림도 혀로 핥아먹는 것보다는 씹어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음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다.

얼마 전부터 찬 음식이나 찬 음료를 먹으면 오른쪽 치아가 시리더니만 조금만 딱딱한 거를 씹어도 심하게 통증이 왔다. 그래도 한여름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통증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어쩔 수 없이 혀로 핥아 녹여 먹게 되었다. 

시원하기 위해 먹는 아이스크림을 빨아 먹다 보니 시원하지도 않고 맛도 떨어졌다. 무엇보다도 치아가 시려서 아이스크림조차 맘대로 씹어 먹지 못하고 빨아 먹는 내 처지가 참 처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순(耳順)이 되기 전까지는 치아에 관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았다. 충치로 고생하거나 병원에 간 기억이 가물에 콩 나듯 가물가물한 걸 보면 별문제 없이 잘 지내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소모품이나 제아무리 튼튼한 기계도 수명이 있듯이 치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60년 넘게 사용하다 보니 치아와 잇몸 사이에 파인 곳이 여러 곳 생기고, 어금니 쪽은 닳아서 홈이 생기면서 통증이 잦아졌다. 딱딱한 것을 즐겨 먹고 씹는 힘이 강한 게 마모를 부추겼을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이민 생활할 때 치아 문제가 생겼음을 알게 되었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워낙 치과 진료비가 비싸서 차일피일 미루게 되었고, 한국에 다시 돌아오게 되자 제일 먼저 문을 두드린 곳이 치과 병원이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아는 동생이 사무장으로 근무하는 치과에서 세 곳에 크라운을 씌웠고, 몇 년 후 고교 동창이 하는 치과에서 하나 더 치료받았다. 

그 후 몇 년 잘 지냈는데, 크라운을 씌운 어금니 쪽에 문제가 생겨 할 수 없이 치아를 빼고 임플란트해야 했다. 임플란트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주 방문해야 한다고 해서 가까운 천안에 있는 치과를 선택했다. 

천안 치과는 서울 S대 출신 젊은 의사들 대여섯 명이 함께 운영하는 곳으로 젊은 의사들답게 탁 트인 열린 공간에 진료 의자들을 배치해 놓은 게 예전에 다녔던 동네 치과와는 규모부터가 달라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의료 보험 혜택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목돈을 들여 몇 달을 오가며 임플란트했는데, 이번에는 임플란트한 어금니 위쪽 이가 문제를 일으켰다.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치아에 금이 갔다고 하면서 크라운을 씌워야 한다고 했다. 이전에 크라운을 씌운 이가 문제가 생겨 결국 발치하고 임플란트한 경험이 있어서 크라운을 씌우는 게 나은지 아니면 아예 발치하고 임플란트하는 게 현명한 것인지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신문 부록으로 끼어 온 건강 소식지 일면에, 눈에 확 띄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강남에 있는 모 치과 병원 원장을 인터뷰한 기사인데, 무절개 임플란트 시술로 통증을 줄이고 임플란트 기간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는 내용이다. 당장 전화를 걸어 상담해 보니 보험 처리되는 임플란트는 어디나 가격이 비슷했다. 

다른 점은 이전에 임플란트한 곳에서는 위쪽 어금니이기 때문에 발치하고, 뼈이식하고 임플란트하는 데 7~8개월이 걸린다고 했지만, 이곳에서는 3개월이면 가능하다고 했다. 

바로 예약을 잡았다. 기차 타고 용산에 내려서 강남역까지 가기 위해 여러 번 전철을 갈아타는 게 불편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서울 나들이라 볼거리들이 많아서 지루하진 않았다.

이곳도 천안 치과 병원처럼 빌딩 여러 층을 치과로 이용하고 있는 걸 보면 병원도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고 있는 것 같다. 동네 소규모 의원들이 대형 병원에 밀려 도태되듯이 치과도 어쩔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규모가 크면 아무래도 더 신뢰가 가기 때문이다. 

엑스레이를 찍고 의사가 진단한 뒤 상담은 전문 상담사가 맡는다. 껄끄러운 치료비 문제는 상담사가 하고 의사는 치료에만 전념한다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 같이 느껴졌다. 

상담 후 임플란트하기로 하고 금이 간 위 어금니를 뽑기 위해 마취를 하면서 이전 병원에서 마취했는데도 발치할 때 아팠던 기억이 있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발치하면서 나는 소리가 거슬린 것 빼고는 괜찮았다. 

제대로 완전하게 발치가 되었는지 다시 엑스레이를 찍어 확인한 후 바로 뼈이식을 하고 임플란트 나사를 심었다. 무절개 시술이라 이식한 뼈만 잘 아물도록 3개월 기다린 후 치아 본을 떠서 바로 당일 심어준다고 했다. 의술의 진보가 놀랍다.

이제 위 어금니도 임플란트하면 위아래 어금니에 강한 이빨이 장착되어 꼭꼭 씹는 맛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씹다’라는 동사에는 음식물을 잘게 부스거나 부드러운 상태가 되도록 하는 행위라는 일차적인 의미도 있지만, 남을 헐뜯거나 나쁘게 말하는 경우를 속되게 일컬을 때도 쓴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남을 잘 씹고 말발이 좋은 친구를 ‘이빨이 강하다’고 표현했다. 이빨이 강한 친구가 미운털이 박힌 선생님을 씹어줄 때는 씹는 맛이 나도록 우리도 공감을 표하곤 했다.

나도 이제 강한 이빨을 갖게 되니 몰상식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인간들을   씹어볼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고기 맛보다 못할 것 같아 삼겹살이나 꼭꼭 씹기로 했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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