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42] 낯섦에서 친숙함 찾기(뉴질랜드 방문기 1)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42] 낯섦에서 친숙함 찾기(뉴질랜드 방문기 1)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9.19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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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카톡~”, “카톡~”
우리 부부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세 아들네 부부 그리고 미국에 살고 있는 아들네 부부를 포함하여 모두 열 명이 들어와 있는 가족 단톡방에 난리가 났다.

엄마만 뉴질랜드에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출발 며칠을 앞두고 아빠도 동행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문자를 보냈더니 의아해하며 확인하려는 문자가 계속 올라온다. 

아빠까지 함께하는 뉴질랜드 방문길이 자녀들에게만 의외인 것이 아니다. 나 또한 며칠 만에 뉴질랜드행 비행기에 오르리라고는 예상치도 못했기 때문이다.

마치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외국으로 나가게 되었지만, 두렵거나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국적 회복 후 처음으로 나가는 외국행은 여권 사용부터가 혼란스럽고 낯설었다. 

국적 회복 조건으로 외국국적불행사 서약을 했기에 외국 나갈 때는 한국 여권을 사용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뉴질랜드를 한국 여권으로 방문하려면 ‘뉴질랜드 전자 여행 승인’(New Zealand Electronic Travel Authority)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린 뉴질랜드 여권이 있어서 여행 승인을 받는 대신에 두 여권이 모두 필요했다.
  
항공사 카운터에서 그리고 출국 심사대에서 한국 여권과 뉴질랜드 여권을 함께 보여주며 출국 절차를 밟는데, 두 군데 모두 실무자가 신참인지 혼자 처리하지 못하고 동료에게 도움을 구한다. 

한국 여권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입국 정보가 없어서 난감해하니 경험이 있는 직원이 뉴질랜드 여권을 통해 입국 정보를 확인하고 처리해 주었다. 덕분에 우리는 출국 수속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신참은 우리를 통해 새로운 배움을 얻었다.  

뉴질랜드행 출국 게이트에 앉아 있으니 옆 좌석에 있는 키위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영국식 영어에다가 원주민인 마오리식 영어가 혼합되어 독특한 억양과 발음이 담긴 뉴질랜드 영어다. 오랜만에 접하는 영어 대화가 낯설게 느껴지다가 이따금 들려오는 친숙한 억양과 발음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뉴질랜드 항공기는 남북 섬을 오갈 때나 호주 여행 같은 단거리 여행 시 주로 이용했었는데, 한국까지 직항이 생긴 후의 장거리 여행길은 처음이라 뉴질랜드 항공기 탑승이 친숙하면서도 낯설다.

뉴질랜드에서는 인종, 성별 그리고 나이로 인한 차별이 엄격히 금지되어 있어서  공공기관들도 그렇고 특히 우체국에 가면 창구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뻘 되는 직원들을 마주할 때가 많다. 주로 창구에서 젊은 직원들만 상대하다가 할머니뻘 되는 직원을 대하는 낯선 상황이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항공사도 예외가 아니라서 뉴질랜드 승무원들은 연령대가 높다. 승무원 하면 떠오르는 젊고 아리따운 외모의 승무원 모습을 뉴질랜드 항공기에서는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처럼 오른 비행기에서 만나는 나이 든 승무원의 모습은 낯설었다. 그리고 그 낯섦은 내가 뉴질랜드에 오랜만에 가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거의 밤 11시가 되어 출발하다 보니 저녁 기내식이 12시가 넘어 제공되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자느라고 먹을 사람이 많지 않을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이 틀렸다. 거의 모든 승객이 안 먹으면 손해라는 듯이 깨어 기다리고 있었다.

한밤중에 깨어 저녁 먹는 일은 낯선 일이지만 비행기 여행을 할 때는 익숙해져야 하는 것 중의 하나다. 내 일상적인 생활 패턴이 아니라 비행 스케줄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저녁 기내식은 소고기와 닭고기 두 종류였는데, 한국인 입맛에 맞아 먹을 만했고 아침 식사도 과일과 케이크 디저트를 포함하여 제법 든든한 한 끼가 제공되었다. 

한쪽 열은 나이 많은 뉴질랜드 승무원이 그리고 다른 열은 젊은 동양인 승무원(한국 승무원과 중국 승무원이 섞여 있었음)이 한 팀을 이뤄 서비스하는 모습도 우리나라 항공사만 이용하는 사람에겐 낯설고 흥미롭게 보일 수 있다. 

다행히 만석이 아니라 좀 편하게 오긴 했지만, 11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은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나마 밤에 출발하는 스케줄이라 일상적인 루틴에 맞게 잠을 잘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낮에 억지로 잠을 청해야 하는 고역을 치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보다 엄격한 입국 세관 검사는 생소한 한국 식품들 가지고 갈 때마다  항상 긴장되고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과정이다. 하지만 미소로 밝게 맞아주고 철저하지만, 친절한 태도로 검사를 진행하는 직원들 모습에서 걱정은 기우(杞憂)가 되고 낯선 세관원도 동네 이웃 같은 친근감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찾은 오클랜드 국제 공항은 크게 변한 게 없어 친숙했지만, 모든 표지판이 영어로 되어 있고, 당연한 얘기지만 스쳐 지나가는 이들이 모두 외국인인 데서 오는 낯섦이 느껴졌다. 그나마 마중 나온 큰아들과 셋째 아들 부부 그리고 네 명의 손자들의 환한 미소가 낯선 곳에서 친근함을 갖게 해준다. 

이제 나는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내가 없는 사이에 변한 낯선 공간 속에서 오래 전에 익숙하고 친근했던 것들을 더듬어 찾으려 할 것이다. 더 많이 찾을수록 마음이 더 편해질 거 같기 때문이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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