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56] 학교 급식 종사자에게 발생한 폐암 산재 판단기준은?
[오혜림 노무사의 산재이야기56] 학교 급식 종사자에게 발생한 폐암 산재 판단기준은?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04.15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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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급식 조리 종사자에게 발생한 폐암, 산재일 가능성 커
조리 재료, 방식 등을 조사한 후 노출량을 추정하여 판단
오혜림 대표노무사-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 저
오혜림 대표노무사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 저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폐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할 때 발암물질 노출 여부를 확인한 후 노출 빈도 및 노출량, 종사 기간 등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동일 법령 시행령 별표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석면, 니켈 화합물, 콜타르, 라돈, 카드뮴, 6가 크롬, 결정형 유리규산, 검댕, 비소 또는 그 무기 화합물, 전리 방사선 등이 폐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 스프레이 도장 업무도 폐암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업무상 사유로 앞서 언급한 발암물질에 노출되었을 때 10년 이상의 잠복기간이 있은 후 발병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전이성이 아닌 원발성만 산재로 인정한다.

그 가운데 2021년 11월 30일을 기준으로 학교 급식 종사자로 근무하였던 적이 있거나 재직중인 근로자 31명이 폐암 진단을 받았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하였다. 13명이 승인, 1명이 불승인, 17명이 아직 조사 중이다. 이에 고용노동부에서는 55세 이상 또는 10년 이상 근무한 급식 조리 종사자를 대상으로 건강진단을 실시할 것을 발표하였다.

위에서 언급한 발암물질들은 그동안 분진이 발생하는 산업현장,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연구실 및 공장 등에서 근무한 근로자에게 노출될 위험이 컸다. 학교 급식 조리 종사자가 이러한 발암물질에 노출된 경위는 무엇일까? 승인 받은 사례를 통해서 조리 종사자에게 발생한 폐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요인을 알아보고자 한다.

학교 급식 종사자에게 발생하는 발암물질 ‘조리흄’

폐암을 산재로 인정하여 줄 것을 청구한 급식실 조리 종사자들은 음식 조리 과정에서 가스와 연기에 노출되어 질병이 발생하였음을 주장하였다.

음식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연기를 조리흄(COFs)이라고 한다. 모든 폐암 환자의 약 25% 정도는 비흡연자인데 실제로 산재를 신청한 후 업무관련성이 높다고 판단 받은 근로자 대부분이 흡연을 하지 않았었다. 흡연이 폐암을 유발하였다고 볼 수 없었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조리흄과 폐암의 관련성에 대해 2010년에 보고한 바 있다.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17개의 환자-대조군 연구 결과 비흡연자인 여성에게 폐암이 발생한 원인을 조리흄으로 거론하였다. 특히 조리 빈도가 많거나, 조리 기간이 길거나, 농도가 높거나, 환기 장치가 없을 경우에 폐암 발생 위험이 더욱 높다고 보고하였다. 이 연구는 아직까지 제한적인 증거에 불과하여 연관성이 확실히 있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여러 학교 급식실의 작업환경평가를 실시한 결과 포름알데히드, 아크로레인, 다핵방향족탄화수소 등을 포함하는 유기화합물의 농도가 튀김, 볶음 및 구이 요리 시에 일시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구이 시에 발생하는 입자상 물질의 분포 중 상당수가 초미세 입자상물질에 해당하는데 초미세 입자상물질은 미세 입자상물질보다 염증 작용 등이 크게 작용하고 그 자체로도 독성 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유기화합물의 질량 농도가 평균적으로 낮다고 하더라도 측정하지 않은 초미세 입자상물질을 고려하면 발암물질의 노출량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급식실 조리사에게 발생함 폐암 산재 사례 (출처:직업환경연구원)

근로자 A씨는 만54세로 건강검진 결과에서 우폐에 종괴 소견이 관찰되었다. 이후 대학병원에서 실시한 흉부 컴퓨터단층영상에서 종격동 림프절의 크기가 증가함을 발견하였으며 우폐하엽에 커다란 크기의 종괴가 확인되었다. 세침흡입검사 후 비소세포암 확진을 받았다. 림프절에 전이된 원발성 폐암이었다. 항암방사선요법을 시행한 후 우폐하엽의 절제술을 시행하였으나 좌폐에 폐렴이 발생하였고 5일 만에 전체적으로 폐렴이 악화하여 사망하였다. 

A씨는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조리실무사로서 조리 및 검수, 세척 작업을 주로 하였다. 조리 시에 튀김 및 볶음 요리는 솥을 이용하고 전이나 계란 후라이는 부침 전용 불판을 이용하였다. 생선 등 구이요리는 오븐에서 주로 하였다. 2016년에는 근로자들이 환기가 되지 않는 작업환경을 문제 삼았고 2017년에 닥트 시설 설비가 완료되었다.

A씨가 근무하였던 장소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를 고려하면 조리 재료와 방식에 따라서 노출 수준이 다르긴 하나 각종 휘발성 유기화합물과 입자상 물질이 확인된다. 1년간 조리 일수는 84일이고 조리흄의 농도가 특히 높아지는 튀김, 볶음, 구리 요리는 68일 동안 조리되어서 81%나 차지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지표를 토대로 노출량을 계산하면 폐암의 위험도가 가장 높아지는 노출 범주에 속하게 된다.

이에 A씨가 12년 동안 튀김, 볶음, 구이 요리를 조리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을 때 조리흄의 누적 노출량이 적지 않으므로 직업성 폐암이라고 보았다. 비록 A씨는 비정형 폐렴으로 사망하였으나 항암치료와 절제술 이후 발생한 합병증으로 볼 수 있으므로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되었다.

 

오혜림
-노무법인한국산재보험연구원 대표노무사
-알기쉬운 공무원,사립학교교직원,군인의 재해보상제도(매일노동뉴스.2014.9.1.) 저
-전 근로복지공단 서울지역본부 고객권익보호담당관
-전 더불어민주당 중앙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전 관악구,용산구 노동복지 센터 상담위원
-전 서울글로벌 센터 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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