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중대재해 예방 강화→도급·용역 계약에 영향...사용기업-수급기업, 눈높이를 맞춰라!
[초점] 중대재해 예방 강화→도급·용역 계약에 영향...사용기업-수급기업, 눈높이를 맞춰라!
  • 이윤희 기자
  • 승인 2022.12.13 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적격수급업체 선정 기준 높아져
안전보건 수준평가 C등급 미만은 도급계약 어려워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 시 원청의 지휘·지시의 범위도 난항
위험성평가 정기 실행방안과 보건체계 구축에 전문성 필수
중재재해처벌법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도급, 용역 계약 시 수급 사업자의 역할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을 거치며 업계 내에서 크고 작은 반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처벌을 면하기 어렵고 원청의 책임이 높아짐에 따라 도급, 용역, 위탁 계약을 맺는 사용기업들의 눈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다. 

안전보건 여력이 부족한 영세 기업과 리스크를 안고 계약을 맺을 바에는 안전성이 확보된 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면서 일부 아웃소싱 기업에 도급 계약이 쏠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해 도급 계약 입찰 시 적격수급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의 변화와 도급 작업 이후 위험상 평가 의무화 등이 추진되면서 하도급 계약을 맺는 기업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요소들을 고민해야만 한다. 

그러나 법 정비가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비하기 위해 하청 기업에 이뤄지는 교육이나 지도 편달은 미흡하다. 사용기업은 적정 수준 이상의 기업과 도급 계약을 맺어야할 의무가 생겼지만 그 의무를 챙기고 확보해야하는 것은 오롯이 수급 기업의 책임이다. 

이에 더해 최근들어 제조업 등에서 도급 작업의 '위장도급(불법파견)' 판결 사례도 잇따르면서, 관계자들 내부에서는 과거와 다른 관점에서 도급 계약을 바라봐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더 이상 낮은 단가로 사용 기업의 계약을 따내고 보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과 전문성을 갖춘 시스템이 도급 기업의 무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 안전보건 역량, 도급 계약의 첫번째 척도가 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년까지 발생한 2011건의 산재 사망사고 중 37.9%를 차지하는 763건이 하청에서 발생한 사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설업에서는 하청 발생 사고 비율이 1015건 중 560건을 차지해 55.2%를 넘기며 원청에서 발생한 사고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는 중차대한 산업 재해 사고 발생 시 꼬리표처럼 붙는 '하청 소속 근로자'라는 기사 타이틀은 낯선 일도 아니다. 이처럼 하청업체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적지 않은 것은 하청에서 발생한 사고의 경우 원청기업이 꼬리자르듯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는 데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원청의 책임을 대폭 강화했다.

중대 사고 발생 시 하청 근로자가 재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원청에도 그 책임을 묻도록 한 것.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에 의하면 도급과 용역 그리고 위탁관계에서도 안전보건의무를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 부여하고 있으며 제4조에 따른 의무사항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자가 발생하거나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자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해 발생 시 처벌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 외에도 개정법은 도급 계약 시에 안전보건 확보가 가능한 도급·용역·위탁 업체와 계약을 할 것을 권하고 있다. 

먼저 도급계약 입찰 시에는 '안전보건 수준평가'를 사전에 진행해 C등급 이상 즉 60점 이상을 평가받은 업체를 적격수급업체로 보고 이에 해당하지 않는 기업과는 계약을 하지 않거나 즉시 계약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기존에는 안전에 관한 위탁·도급업체의 역량이 '있으면 좋은'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수급업체의 안전보건활동 역량이 업체 선정의 근본적인 기준이 된 것이다.

안전보건 수준 평가 후 계약을 진행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관리규정 제출, 표준작업계획·작업허가제 등의 여러 조건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하며 사용기업은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충분한 비용과 작업기간 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계약서를 작성해야한다. 

도급 계약을 맺는 기업 즉 수급기업은 위험성평가가 의무화되어 최초 평가와 정기적인 평가를 진행하고 이에 따른 개선 근거를 남겨야 한다.

하지만 정작 평가의 대상이 되는 수급기업은 적절한 평가 요소에 대한 정보도 부족할 뿐더라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하나의 사업 분야가 아닌 컨택센터, 물류, 인적자원 파견, 제조업 및 생산유통까지 다양한 분야를 영위하고 있는 아웃소싱 기업들은 각 분야마다 다른 평가 요소를 살피고 대응하는데 애로사항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대해 이은영 행정사는 "기존과 달리 바뀐 법에 처음 적응하는 기업들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안전보건 강화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며 "도급 계약과 안전보건에 대한 기준점이 높아지고 처벌도 기존보다 대폭 강화됨에 따라 기업도 편법으로 유아무야 넘어가려하거나 겉치레식 작업이 아닌 전문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하청기업의 안전관리, 원청의 책임은 어디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에 실질적인 지배, 운영, 관리 사업 또는 사업장에 안전보건 위험 방지를 위한 조치를 해야한다고 보고 있다.(자료=안전보건공단)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하도급 계약을 맺는 사용기업의 고민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고민이 안전보건 강화와 교육에 대한 원청의 책임이 강화되었는데, 하청기업의 근로자 관리에 원청이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의하면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이 실질적인 지배, 운영, 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종사자에 대해 안전 및 보건상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재해 예방에 따른 조치를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하도급, 위탁 계약 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확립할 시 하청업체, 파견업체, 공급업체 등에 안전보건 경영 방침을 알리고 모든 구성원이 안전 미팅과 활동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사업장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 요인을 파악해 통제 방안을 마련하고 구성원의 안전보건이 확보되고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고도 조언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내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법에 명시하고 있는 '실질적인 지배'의 범위가 모호한데다가 법률상 도급의 경계도 명확하지않아 원청에 권고된 하청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 및 재해 예방 활동이 자칫 불법파견으로 치부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도급의 개념은 민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산업기본법에서 규정하는 바가 각각 상이하나 통상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은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 건설, 수리, 서비스제공 및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으로 해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의 도급 계약은 근로자에 대한 지휘와 지시의 명확한 구분이 어려워 불법파견 판례가 속출하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행위가 '파견법' 등 다른 법률상 불법 행위가 될 수 있는 형국인 셈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법률상 정해진 내용보다 강화된 안전 관리를 하자니 파견법에 저촉되어 위장도급으로 치부되지 않을까 두렵다"며 "법률상 도급, 위탁, 용역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사용자의 책임과 처벌 수위를 세분화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역시 지난 12월 8일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67건의 건의 사항 중 안전 및 보건 환경 분야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성을 지적하며 실효성 있는 법이 될 수 있도록 책임소재 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을 언급했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자가 도급을 맡기고, 그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는 경우 안전 및 보건 의무를 지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어디까지를 실질적인 지배와 운영으로 볼 것인지 그리고 그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 명확화해야한다"며 의무사항과 범위를 구체화해야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웃소싱타임스는 이와같은 업계의 고충을 반영하여 다가오는 2023년 신년 기획 교육으로 '도급사업의 안전보건관리 및 실무교육'을 준비했다. 

1월 14일 목요일 열리는 해당 교육에서는 원청과 수급기업의 안전보건 관리 방법과 위험성 평가에 대한 실무 방안 등을 전달하고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한다. 

교육 강사로 초빙된 이은영 행정사는 "근로자와 사업주, 도급기업과 수급기업 모두가 안전한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상호협력적 안전보건관리 체계 구축이 반드시 이뤄져야한다"며 "달라진 산안법에 대비하는 것을 넘어 안전 경영을 선도할 수 있는 기업으로 리빌딩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