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일상 속의 숨겨진 환경 파괴: 패션, 식품, 주거, 그리고 물류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일상 속의 숨겨진 환경 파괴: 패션, 식품, 주거, 그리고 물류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7.03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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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우리의 일상은 지구를 천천히 죽이고 있다. 간편하고 편리한 삶을 추구하며 만들어진 우리의 습관들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의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문화가 환경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패션(衣) 식품(食), 주거(住) 그리고 이들의 이동(物流)에서 환경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다. 

패션, 특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패스트 패션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되는 옷들은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따라잡을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대가는 생각보다 무겁다. 

지나치게 빠른 생산과 소비의 사이클은 환경에 부담을 주며, 사용되지 않는 의류들은 쓰레기로 변하게 되어 쓰레기 문제를 악화시킨다.

식품 역시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간편식, 가공식품, 초과 생산된 농산물 등이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러한 식품들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는 많은 양의 에너지가 소모되며, 그 결과 대량의 탄소가 배출된다. 

또한, 먹지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메탄가스 등을 발생시켜 기후변화를 가속시킨다. 주거생활도 환경파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택이나 아파트의 건설에는 대량의 화석연료 에너지와 자원이 소비되며, 이 과정에서 생산되는 온실가스와 폐기물은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또 주거 공간에서 사용하는 가전제품, 가구, 청소제, 화장품 등은 모두 환경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한편, 주거생활에서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플라스틱, 종이 등 다양한 종류의 폐기물들은 환경을 오염시킨다.

물류는 또 다른 큰 문제이다. 빠른 배송을 위해 차량은 하루 종일 도로를 달리며 대량의 탄소를 배출한다. 또한, 상품 포장과 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과 종이 등의 쓰레기는 환경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패션 산업은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전세계 패션 시장은 매년 800억 벌 가량의 옷이 생산되고 유통되며,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의 10%, 폐수 발생의 20%가 일어난다. 합성섬유의 세탁 과정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미세플라스틱의 35%가 발생한다. 

UNDP의 자료에 따르면, 캐시미어의 가격 상승으로 몽골의 가축 중 염소의 비율이 1990년의 20%에서 2018년에는 40%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염소는 풀을 뿌리째 들어먹는 습성이 있어 이로 인해 목초지가 황폐화되고 사막화시키는 주범 중 하나이다.

매년 40억 벌 이상이 유통되는 청바지도 문제이다. 1벌의 청바지를 생산하는 데는 자가용으로 128km를 주행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동일한 양이 배출되며, 매년 9,200만 톤의 폐기물과 1.5조L의 물이 사용된다. 

청바지의 원료인 면화를 얻는 과정부터 환경 오염이 시작되며, 염색과 워싱 등 40단계 이상의 후가공 작업에서도 화학용품과 폐수 등이 배출되어 환경오염을 일으킨다.

또한 매년 전 세계에서 48백만 톤의 옷이 버려지고 있다. 이 중 재활용되는 비율은 25%에 불과하며, 대부분 공업용 걸레나 농업용 보온덮개 등으로 재활용되고, 그 중에서 섬유로 재활용되는 비율은 1%도 되지 않는다. 

■증가하는 푸드마일리지와 커피 한 잔의 탄소 발자국 
아침에 한 잔의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일상이다. 그러나 그 한 잔의 커피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다. 우리의 일상 속 커피 한 잔이 가지는 탄소 발자국은 생각보다 크다.

영국의 UCL 연구진에 따르면, 아라비카 커피 1kg을 재배해 영국으로 수출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평균 15.33kg이다. 특히, 베트남산은 16.04kg, 브라질산은 14.61kg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놀랍게도 이 배출량의 70% 이상이 수출과 운송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 결과는 커피의 생산과 소비 전 과정에서 가장 큰 탄소 발자국을 끼치는 것이 운송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재배, 수확, 가공 등의 과정보다도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됨을 의미한다.

1994년, 영국의 환경운동가 팀 랭(Tim Lang)은 ‘푸드 마일(Food Mile)’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푸드 마일은 먹거리가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나타내는 지표로, 식품의 수송량과 수송 거리를 곱하여 계산한다.

푸드 마일리지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식품의 환경적 비용을 인식하고, 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는 지구를 보호하고, 우리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다. 농수산물의 수입이 많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푸드 마일리지는 7,085톤으로, 2001년 대비 37% 증가한 수치이다. 

이는 프랑스의 793톤에 비해 약 10배에 가까운 높은 수준이다. 푸드 마일리지의 증가는 식생활에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식품의 장거리 운송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증가하고, 살충제와 방부제의 과도한 사용으로 식품의 안전성이 저하되며, 이로 인해 환경 오염이 심화되고 소비자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의 주거는 자연과의 균형에서 벗어난 상황을 보여준다
우리의 주거 공간은 삶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제공하지만, 그와 동시에 환경에 대한 엄청난 부담을 가져오고 있다. 아파트 등 공동 주거 공간을 위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는 산림 파괴, 동물의 서식지 소멸, 물과 공기의 오염 등을 초래한다. 

더불어, 우리의 집에서는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한다. 난방과 냉방, 전기와 가스 사용 등으로 인해 매년 대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며, 이는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

주거는 아파트나 주택의 건설부터 집안의 가구와 가전제품, 내부 장식까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많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특히, 신축 아파트의 베란다 확장과 인테리어 교체는 대량의 건설 재료와 에너지를 추가적으로 사용하면서 많은 환경적 문제를 야기한다. 

이는 이미 지구에 부담을 주는 건설 과정을 더욱 늘리게 된다. 또한, 새로운 내장재로 교체하기 위해 폐기되는 기존의 내장재는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쓰레기로 처리되는데, 이는 환경에 심각한 오염을 초래한다.

■과대 포장도 환경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상품 안전, 취급의 편리성, 판매의 촉진성, 상품정보의 홍보성, 소비자 편의 등의 명분으로 상품은 불필요하게 많은 포장에 싸여져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과대포장은 환경오염과 자원 낭비를 가져오고 있다. 

과대포장의 기준은 포장 횟수가 3번 이상이거나, 포장 공간 비율이 25%를 초과하는 경우로 정의되며, 이에 해당하는 제품들은 많다. 

과자나 선물세트를 예로 들면, 낱개 포장, 질소 포장, 완충재, 받침 접시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제품의 몸집을 부풀리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로 인해 발생되는 폐기물은 에너지와 운송 비용의 낭비를 촉진하며, 환경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냉동만두 같은 상품들은 대형 마트에서 구매하는 경우 2~3시간 정도의 시간에 도착하는 경우는 별도의 포장 없이 소비자가 집으로 가져간다. 그러나 퀵커머스를 통해 이런 상품을 주문하면, 도착까지 30분 내의 빠른 배송이 이루어지지만 상품은 냉매와 완충재 등으로 2~3중 포장후 배달된다. 이는 필요 이상의 포장이며, 환경에 부담을 주는 행위이다.

이처럼 불필요하고 과다한 포장 문제는 우리의 소비 문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제품의 품질이나 가치를 판단할 때 그 제품의 포장에 크게 의존하곤 한다. 

따라서, 과대포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포장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포장이 제품의 품질이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필요 이상의 포장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업들도 과대포장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품 개발과 포장 디자인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빠른 배달 경쟁으로 인한 단건 배달은 환경오염의 주범이다
음식 배달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이 녹아 들어있다. 그러나 최근 배달 서비스의 성장은 예상치 못한 환경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빠른 배달 경쟁으로 인해 단건 배달이 일반화되면서 환경총 이동 거리와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키고 있다. 같은 음식점에서 나온 음식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소비자에게도 각기 다른 라이더가 배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대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하나의 라이더가 여러 주문을 한 번에 픽업하고 배달하는 다중픽업 시스템이다. 

둘째, 중간 지점에 주문을 모아두고, 해당 지역의 라이더가 한 번에 여러 주문을 배달하는 드롭오프 시스템 도입이다. 

셋째, 전기 자전거나 전기 스쿠터와 같은 친환경적인 수단을 사용하여 배달을 대란 수송수단의 활용이다. 

넷째,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라이더의 경로를 실시간으로 최적화하는 동적 경로 최적화 기술 도입이다. 

이러한 제안들을 적용함으로써 배달 서비스는 환경 오염을 줄이고 더 효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혁신적인 물류 서비스들은 환경에 부담을 준다
아마존의 예측 배송, 와비파커(Warby Parker)의 홈트라리온(Home Try-On), 그리고 미리 배송 같은 서비스들은 고객에게 더욱 빠르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이들 서비스는 고객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고, 판매자의 매출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마존의 예측 배송은 고객의 주문 이력과 구매 패턴을 분석하여, 고객이 향후에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고객 인근의 허브에 미리 배송해두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주문 후의 배송 시간을 크게 단축시켜 고객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지만, 팔리지 않은 상품의 불필요한 이동에 이를 다시 실 소비자에게 이동하거나 보관하고, 폐기하는 등에 불필요한 이동과 보관 행위를 수반한다. 

와비파커의 홈트라이온 서비스는 고객이 홈페이지를 통해 5개의 다른 안경을 신청하여 5일간 직접 제품을 시험해볼 수 있게 해서, 온라인 쇼핑의 주요한 한계 중 하나인 실제 제품을 느껴보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고객은 집에서 안경을 시험해보고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나머지 상품은 무료로 반품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구매하지 않는 나머지 상품의 반송과 제품의 검품, 재포장, 수선, 폐기 등의 추가적인 행위가 필요하다. 

또한 미리 배송 서비스는 소비자의 구매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먼저 상품을 배송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는 상품을 확인 후 구매를 결정하고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이는 구매의사, 구매결정, 결재, 배달, 사용이라는 전통적인 프로세스를 건너뛰면서 배달시간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상당량의 상품이 구매거절로 일어날 수 있어 불필요한 물류행위가 발생한다.

이러한 혁신적인 물류 서비스들은 환경에 부담을 주는 측면이 크다. 예측 배송의 경우에는 고객이 실제로 구매하지 않는 상품이 소비자 인근의 물류센터까지 배송될 수 있고, 홈트라이온과 미리 배송 서비스는 반품과 회수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불필요한 물류 이동과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며, 결과적으로 환경에 부담을 주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서비스들을 제공하는 기업들은 고객의 편의를 추구하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데이터 분석 기술의 향상, 친환경적인 배송 방식의 도입, 그리고 환경을 고려한 상품 제작 및 배송 프로세스의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되어야 한다.

■우리는 자신의 일상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를 위해서는 우리의 일상이 변해야 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우리 개개인의 책임있는 소비 패턴 변화가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패션을 찾아야 하며,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식품을 선호하며, 필요한 만큼만 주문하고 포장을 줄이는 등의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에너지 효율적인 주택 건설, 친환경 가구 및 가전제품의 사용, 생활 폐기물의 재활용 등을 통해 환경을 보호하는 주거생활 방식을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물류 방식을 개선하고, 그 과정에서 친환경적이며,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모여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의 일상 선택은 지구의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제 그 힘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우리의 작은 변화가 지구를 위한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서울특별시 교통정책위원회 위원(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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