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엠비언트 커머스와 제로클릭 경제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엠비언트 커머스와 제로클릭 경제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3.13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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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아침의 기상시간 알람부터 버스나 지하철의 도착예정시간 확인, 만날 장소 검색, 택시호출, 메일 확인, 인터넷 검색, 회비 정산, 통화와 계좌이체, 할 때도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침대에서 다음날 아침 찬거리 주문도 스마트폰으로 한다. 사실 스마트폰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스마트폰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징표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4년연속 줄었다. 게다가 스마트 워치, 인공지능 스피커와 스마트 가전제품이 스마트폰의 기능을 대신하기 시작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집집마다 PC가 보급되며 웹(web)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웹 대신 앱(app)이 휩쓸기 시작했다.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되었다. 싸이월드와 프리챌의 위치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그리고 카카오톡이 대신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또 한 번의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웹의 시대가 저물었듯 앱의 시대도 막을 내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나 캐널리스의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8년을 정점으로 4년째 연평균 3.3%씩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 동향 자료를 보면 ‘전체 소매 판매액 대비 온라인 소매 판매액’과 ‘온라인 소매 판매액 대비 모바일 소매 판매액’의 비율은 1~2년째 정체 상태에 머무는 중이다. 앱의 시대가 최고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스마트폰은 2007년 1월 출시한 이후, 지난 15년간 현대인의 생활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제 슬슬 스마트폰 이후의 세상, 즉 포스트 스마트폰(post smart phone) 시대의 싹이 움트고 있다. (김학용, <앰비언트>, 책들의 정원, 2023.1)

◆스마트폰 이후를 지배할 기술은 엠비언트 컴퓨팅(ambient computing)
앰비언트 컴퓨팅은 인간의 직접적인 명령이나 개입 없이도 사용자 주변에 있는 장치들이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앰비언트'라는 말의 사전적의미는 '둘러 쌓인 곳에 존재하는(existing in the surrounding area)' 혹은 '모든 방향에 존재하는(existing or present  on all sides)'의 뜻을 가지고 있다. 

앰비언트 컴퓨팅은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별도의 디바이스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다양한 사물들이 스마트폰처럼 똑똑한 장치가 되고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더 똑똑한 기능을 제공하록 하는 기술의 총집합을 말한다. 

우리들은 대부분은 데스크 탑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스마트 램프, 스마트 플러그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 스피커, 스마트 카메라, 와이파이 공유기, 스마트 TV, 스마트 블라인드, 스마트 초인종, 스마트 청소기, 스마트 전자레인지, 스마트 쿡탑, 스마트 선반, 스마트 공기청정기, 스마트 의류 관리기, 스마트 프린터 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장치들도 모두 작은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있고 심지어는 인터넷에 연결되는 장치들이다. 파스어소시에이츠(Parks Associates)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미국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구는 평균 16대의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커넥터드 디바이스에는 센서, 디스플레이, 프로세서, 통신 기능이 내장되고 이들이 생성한 데이터가 다양한 방식으로 교환되고 처리되어 지능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앰비언트 컴퓨팅은 수많은 작은 컴퓨터들이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존재하며, 사용자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용자가필요로 하는 서비스들은 사용자가 필요를 인식하기 전에 선제적,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앰비언트 컴퓨팅은 집 안에 있는 가전제품이 자동적, 지능적으로 작동하는 데서 시작된다. 기온에 따라 냉난방이 자동으로 조절될 것이며 외출이나 수면 시에 사용하지 않는 제품들은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또한 침대에서 잠이 들면 자동으로 전등이 꺼지고 현관문이 잠겼는지, 가스밸브는 잠겼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 

◆앰비언트컴퓨팅 시대는 사람들이 컴퓨터나 기계 장치의 사용법을 배울 필요가 없다 
일상생활을 하면 컴퓨터들이 알아서 모든 것을 처리해 준다. 즉, 앰비언트 컴퓨팅은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물에 사용자가 인식할 수 없는 형태로 컴퓨터가 포함되거나 컴퓨터화 되어(computerized)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거실에 있는 모든 가전 제품, 가구, 화분, 거실
그 자체가 각각의 컴퓨터가 되고 인터넷에 연결된다는 것이다. 

앰비언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모바일에 적응하지 못해 온라인 세상에서 소외되어 있던 중장년층이 다시 주류로 떠오르게 된다. 앰비언트는 음성 언어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그러니 타이핑과 클릭(터치)의 장벽에 가로막혔던 중장년층이 새롭게 진입한다. 

둘째, 앰비언트 시대에는 훨씬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일어난다. 상업적 영역과 비상업적 영역의 구분이 사라지고 모든 일상의 순간에 기업과 기술이 함께하게 된다.

앰비언트 컴퓨팅이 스마트폰이나 유비쿼터스 컴퓨팅과 다른 점은 인간이 스마트폰이나 메타버스 기기나 그 기기에 설치된 서비스들을 직접 조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이 컴퓨터 혹은 컴퓨터화된 장치를 직접 조작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런 장치의 사용법을 배울 필요가 없으며 심지어는 인식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사람이 컴퓨팅 기기의 이용법을 배울 필요가 없게 되면 인터넷 시대에 자주 언급되던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 즉 정보 격차 현상은 사라질 것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디바이드는 디지털 사회에서 세대나 사회계층 간 정보 및 기술 활용 능력의 차이로 발생하는 정보 격차를 의미한다. 

최근에는 상당수의 서비스가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게 바뀌고 있고 심지어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기가 사람을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정보의 격차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의 격차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앰비언트 시대에는 말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고 심지어 말을 하지 않아도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므로 디지털 디바이드는 상당 부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앰비언트 시대는 기존 스마트폰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을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다 
스마트폰 중심의 경제에서는 스마트폰이 모든 상거래 행위를 시작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치킨을 주문할 때도 스마트폰을 이용했고 택시를 부르거나 생필품을 주문할 때도 스마트폰을 이용했다. 결제도 스마트폰을 통해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앰비언트 시대에는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치가 각자의 분야에서 스마트폰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다. 치킨은 부엌이나 거실에 있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주문할 것이고, 커피캡슐은 커피머신이, 세제는 세탁기가 프린트용지는 프린터가 주문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다양한 컴퓨팅 장치를 중심으로 상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앰비언트 커머스(ambient commerce)'라고 하며 앰비언트 커머스가 중심이 되는 경제를 '앰비언트 이코노미(ambient economy)'라고 한다. 

앰비언트 커머스는 기존의 온라인 혹은 모바일 커머스와는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선제적이며 사용자 맞춤형으로 상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즉, 사용자가 상품을 직접 주문하거나 서비스를 요청하지 않더라도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가 알아서 제공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렇게 제공되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사용자의 기호나 성향을 반영한다. 처음에는 주문하기 전에 사용자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앰비언트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의 신뢰가 높아지면 일단 주문하고 그 사실을 알려 주는 식으로 바뀔 것이다.

사람이 컴퓨팅 기기의 이용법을 배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컴퓨팅 기기들이 사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다. 주로 생필품이나 생활 서비스, 콘텐츠 서비스에 해당하겠지만 사람이 어떤 소비 행위를 하기에 앞서 앰비언트 인텔리전스가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혹은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서비스 플랫폼의 형태 및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펼쳐야 했던 치열한 마케팅 활동의 양상도 바꿀 것으로 보인다.

◆앰비언트 커머스는 제로 클릭(제로 에포트) 경제를 지향한다 
터치 스크린에서 벗어나 음성이나 동작 혹은 더 나아가서 호흡이나 생각처럼 보다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주변 장치와 인터페이스 하는 것을 제로 UI라고 한다. 제로 UI의 개념이 서비스 분야에 적용된 것을 제로 에포트(Zero Effort)이다. 

제로 에포트는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인 이베이(eBay)가 처음 만든 개념이다. 아무런 노력을 들이지 않아도 원하는 제품을 빠른 시간 내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의 편의를 높이는 쇼핑 방법인 '제로 에포트 상거래(ZEC, zero effort commerce)'에서 유래했다. 

아마존은 일찍부터 제로 에포트를 위한 고민을 했다. 1997년에 특허를 출원한 '원 클릭 주문(One-Click Ordering)'이 대표적인데, 클릭 한 번으로 제품의 선택에서 구매까지 모든 과정을 처리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을 묶어 두며 오늘날의 아마존을 있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아마존은 고객의 구매 이력이나 소비 패턴을 바탕으로 고객이 주문을 하지 않더라도 배송을 해 주는 '예측 배송 (anticipatory/shipping)'과 '대시 자동 보충(dash replenishment)' 서비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예측 배송 서비스는 소비자의 주문을 미리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소비자가 위치한 장소로 배송을 시작함으로써 배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법이다. 사용자가 직접 주문하거나 요청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선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제로클릭(Zero-Click)' 서비스라고 말한다. 굳이 주문하겠다는 의사 표시(click)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로클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경제를 '제로클릭 경제(Zero-Click Economy)'이다.
대시 선반(Dash Shelf)'이라 불리는 아마존의 자동주문 선반은 선반 위에 올려 놓는 제품의 무게를 바탕으로 제품의 잔량을 확인한 후 주문해야 할 시점을 지능적으로 결정한다. 

대시 선반은 주기적으로 선반 위에 올려진 제품, 즉 생수의 무게를 측정하여 남아 있는 생수의 개수 및 일별 소비량을 확인한다. 그리고 생수가 어느 정도 소비되면 배송 기간을 감안하여 미리 주문을 한다.

아마존은 이런 자동 주문 기능을 '대시 자동주문 서비스(DRS, dash replenishment service)'라고 부르는데,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나 별 고민없이 반복적으로 주문해서 이용하는 식품, 생필품을 주문하는 데 주로 활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프린터 토너이다. 프린터의 경우 토너가 거의 다 떨어지면 프린터의 LED가 깜박이거나 프린트를 할 때마다 경고창을 띄우는 식으로 토너 교체 시기를 알려 준다. 

그런데 DRS가 적용된 프린터는 토너 부족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자동으로 지정된 곳으로 토너를 주문한다. 이런 자동 주문 기능은 세탁기의 세제나 캡슐 커피머신의 캡슐커피, 아이들 분유나 기저귀, 애완동물의 사료, 청소기나 정수기의 필터, 자주 사용하는 건전지 등을 자동으로 주문할 때도 활용되고 있다. (김학용, <앰비언트>, 책들의 정원, 2023.1)

◆앰비언트 시대에는 개인맞춤형 엠비언트 물류 서비스가 필요하다
앰비앤트 시대로의 변화는 물류서비스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기존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획일적 물류서비스가 보편적이었지만, 앞으로는 개인 맞춤형 물류서비스가 중요해질 것이다.  

앰비언트 인텔리전스가 1인 10색의 고객들의 시간대, 요일, 계절, 장소별로 그 순간의 관심사, 취향, 기호, 습관, 취미 등을 기반으로 고객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 직배, 화물차, 퀵, 자전거, 드론, 로봇, 도보 등 개인 맞춤형 배송수단이 제공될 것이다. 배달종사원의 결정도 정장배달, 여성배달ㆍ실버배달 등으로 세분화될 것이며, 대면직접수령ㆍ대리수령의 선택과, 가정, 회사, 무인배달함, 편의점, 오프라인 매장, 경비실, 유원지, 지하철(철도)역 등 수령장소의 선택도 엠비언트 인텔리전스가 판단할 것이다.

새벽ㆍ아침ㆍ오전ㆍ오후ㆍ저녁ㆍ심야 등 도착시간의 결정과 정기배송ㆍ정기수거ㆍ설치ㆍ회수ㆍ폐기ㆍ수선 등의 서비스 선택도, 키트포장ㆍ선물포장ㆍ합포장ㆍ냉동포장ㆍ냉장포장ㆍ신선포장 등 포장의 선택도 고객보다 고객을 더 잘아는 앰비언트 인텔리전스에 이전될 것이다.

앰비언트 물류서비스는 수많은 컴퓨터가 사용자를 둘러싼 환경에 자연스럽게 혹은 보이지 않게 녹아 들어 존재할 것이다. 고객의 명시적인 혹은 묵시적인 물류 니즈를 파악한 후 필요한 서비스를 적시에 고객 개개인에 특화된 방법으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객들이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물류서비스를 해 주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조용하게 배경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서울특별시 교통정책위원회 위원(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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