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미래물류와 알파라이징(α-Rising)산업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미래물류와 알파라이징(α-Rising)산업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2.27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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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알파라이징 산업이란 현존하는 제품, 서비스나 업종이 아닌, 급속히 떠오르는 산업을 말한다. 신제품, 신기술이 새로 추가된다는 관점에서 '알파(α)', 새 평가 잣대에 따라 부각되고 성장한다는 의미에서 '라이징(rising)'을 붙여 만들어진 용어다. 또한 알파라이징 기업은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급속히 성장하는 회사라는 의미한다. 이들 기업은 시간이 경과되면서 큰돈을 벌 수 있는 빅 마켓(Big Market)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나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은 동물의 성장곡선인 ‘S자 곡선’을 준용한다. S자형 투자 이론에 따르면 어떤 기술과 제품이든 초기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단 보급률이 10%에 달하게 되면 급속히 단기간에 성장하며, 이후 50%까지 성장률이 가속하고 50%에서 변곡점을 지나 성장률이 서서히 줄어든 후 90%에 도달하면 정체된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보급률 10%를 달성한 제품과 기업에 주목하라는 의미이다.

포드자동차,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월마트 등의 기업은 사업을 시작하는 싯점에선 당시 현존하는 산업이나 제품, 서비스와 완전히 다른 컨셉에서 시작했고, 새로운 평가잣대에 따라 부각된 알파라이징(Alpha-Rising) 기업이다.

◆포드 T형 자동차와 아이폰은 대표적인 알파라이징 상품
자동차는 1886년 처음 발명된 뒤 1908년 포드의 T형 자동차가 양산되면서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1908년부터 1927년까지 대량생산된 포드의 T형 자동차는 미국의 자동차 시대를 가져온 차라는 평가를 들었다. 1908년부터 1927년까지 19년 동안 무려 1500여 만대가 판매되었다. 1908년에는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만들어졌는데, 1914년에는 24초당 1대가 생산됐다.

틴 리지(Tin Lizzy 싸구려 깡통차)라는 별명의 이 자동차는 전세계 최초의 국민차로 컨베이너시스템, 단일모델 단일색상, 차체규격화를 통해 자동차의 대량 생산혁명을 가져온 가성비가 출중한 자동차였다. 대량생산은 생산원가와 가격도 떨어뜨렸다. 대당 850달러로 업계 최저 수준이던 T형차의 가격은 하락을 거듭하며 1923년에는 290달러까지 떨어졌다. 당시 고급차 가격은 2000 ~ 3000달러 정도였다.

이때부터 당시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었던 고소득층 틈새시장을 파고들기 시작해 1914년께는 보급률이 10%에 달했다. 그 후 자동차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14년 만인 1928년 보급률 90%에 도달했다.

애플은 2007년 6월 29일 미국을 시작으로 아이폰 판매에 들어갔다. 아이폰 4GB 모델은 499달러의 다소 비싼 가격에도, 출시 첫날 수천명의 고객들이 아이폰을 구입하려고 애플스토어 매장에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2007년 11월까지 1,400만대 이상의 아이폰이 팔렸고, 스마트폰 보급률은 2.6%, 5년지난 2012년 14.7%로 두 자리를 기록했다. 그 후 스마트 폰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12년 만인 2019년에는 50%를 넘어 전세계 인구의 반이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실적을 보면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알파 라이징 기업들의 주가가 지금 가장 많이 올라갔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종전에 생각할 수 없었던, 앞으로 떠오르는 '알파(α) 라이징(Rising)'산업과 기업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글로벌 선도업종들이 미래 트렌드를 감안해 개발중인 상품은 대부분 알파 라이징을 염두에 둔 것이다.

글로벌 선도기업들은 지금 상품을 개발하여 향후 3~5년 후 상품이 출시되어, 수익성을 보장받지 못하면 지금 많은 비용을 들여 상품 개발을 하지는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알파라이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산업은 제4차 산업혁명시대 유망 기술인 인공지능, 뇌과학, 핵융합, 양자컴퓨터, 자율주행자동차, 휴머노이드, 웨어러블, 가상현실 증강현실, 헬스케어와 바이오 산업 등으로 이미 연구·개발(R&D) 중이거나 개발이 완성돼 출시를 시작했다. 이들 산업은 향후 3~5년 후면 보급률 10%를 달성하고 새로운 알파라이징 산업과 기업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기존 산업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산업으로 대체되는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알파라이징 상품은 기존 제품이 주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시장을 파괴하고 시장을 아예 새롭게 창출해버린다. 시장의 후발주자나 새로운 도전자들에 의해 주로 사용되는 방식인데,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는 높은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유도 및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버는 기존 택시업계와 렌터카업계, 그리고 택배업계를 파괴한다. 아마존은 기존 유통업계를, 애플은 기존 통신업계를, 에어비앤비는 기존 호텔업계를, 테슬라는 기존 자동차업계를 파괴하며 성장했다. 구글과 페이스북도 기존 산업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산업질서를 만들며 성장했다. 이젠 파괴적 혁신은 일부 기업들만의 얘기가 아니라 모든 기업, 모든 산업의 화두가 되어버렸다. 

수십 년 동안 아성을 굳혔다고 생각한 기존 산업계에 어느 날 갑자기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가 나온다. 업계의 기존 상식이 바뀌고 산업의 의미와 지형 자체가 달라진다. 파괴적 혁신자들에 의해 시장을 재편 당하는 기존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자신들이 알고 있던 모든 관행과 상식이 더는 통용되지 않는 시기가 곧 닥쳐온다

◆국가 간 교역증가는 데이터 형태(2.8조달러)가 상품 교역(2.7조달러)보다 크다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GI) '디지털 세계화'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정보 유출입 급증으로 상징되는 디지털 세계화는 단순히 스마트폰이나 앱, 스트리밍 서비스, 페이스북 등을 넘어서 기존의 대기업까지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GE는 3D 프린터로 제트엔진의 연료 분사장치를 만드는 데까지 확장하는 등, 2020년까지 10만개의 항공기 관련 부품을 3D프린팅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무역에서도 실물 대신 ‘디지털 화물’이 오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종전에 고객이 제품 견본을 요청하면 생산·판매자는 실물 샘플과 종이 내역서를 보냈다.

하지만 이제는 이메일로 설계도 보내고 고객이 직접 3D프린팅하는 디지털 화물로 무역구조가 바뀌고 있다. 종전엔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금형을 주문했지만, 이제는 3D프린팅을 위한 설계도를 주문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App) 구입, 온라인 게임 아이템 구입, 영화·드라마 다운로드 등이 디지털 교역의 한 형태다.

1986년 세계 상품 무역 규모를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비교하면 13.8% 수준이었다. 2008년에는 이 비중이 26.6%까지 늘어났다. 이 기간 ‘세계 무역량 증가율’이 ‘세계 GDP 증가율’의 두 배였다. 하지만 2015년 무역량 증가율은 1%에도 못 미쳤고, 2016년도 1.5%에 그쳤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019년 세계무역증가율 전망치를 2.6%에서 1.2%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세계무역증가율의 급감은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주의 팽창과 세계적 경기불황이 주된 이유다. 그러나 ‘디지털화’ 등 구조적인 변화가 세계 교역량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MGI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을 기준으로 국가 간 교역량은 10%(약 7조8000억달러) 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2조8000억달러가 데이터 형태의 교역이다. 상품 교역(2조7000억달러)보다 영향력 더 커졌다.

MGI가 낸 보고서는 금융위기 후 무역량 증가세 둔화의 원인 가운데 75% 정도는 경기 탓이라고 분석했다.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강하고, 수요는 살아나지 않고, 원유 등 상품 가격이 하락한 영향이다. 그러나 나머지 25%는 ‘디지털화’ 등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자라의 경쟁자는 3D프린터, 미래의 의류회사는 디자인을 팔 것이다
3D프린팅 발전에 따라 킨코스(Kinko’s) 같은 전문점에서 주문 즉시 맞춤 생산 가능할 것이다. 자라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데가는 “자라의 경쟁자는 3D프린터로 미래의 의류회사는 디자인을 팔 것!’이라 했다. 자라의 매장은 고객의 주문 즉시 생산, 보관, 판매, 배달하는 통합기능(공장. 물류센터. 매장)으로 변신할 것이다. 3D프린팅이 일반화하면 전자제품, 자동차, 기계, 의료기기, 옷 등은 맞춤 생산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아디다스(Adidas)는 2017년부터 3D프린터 및 로봇 기술을 활용한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를 독일 안스바흐(Ansbach)와 미국 애틀랜타에 가동해 본국회귀(reshoring)했었다. 스피드 팩토리 안스바흐 공장의 핵심은 단순 자동화가 아닌, 소비자 대상의 ‘맞춤형 신발’의 스피드 생산이다.

신발끈부터 깔창, 뒷굽, 색깔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5시간 안에 1개의 제품을 생산해 1주일 안에 고객에게 배송한다. 또한 신상 운동화의 제작부터 매장 진열까지 기간을 10일 이내로 단축해 소비자 니즈 변화에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아디다스는 2020년 4월, 로보틱스•머신러닝•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총망라한 독일과 미국의 ‘스피드 팩토리’를 폐쇄한 이유는 3D프린팅 기반 제작 방식의 실패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의 3배 넘는 신속함은 얻었지만 대량생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디다스의 그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시도인 ‘스피드팩토어(Speed Factory+ store)’ 형태의 매장 내 소량 맞춤형 생산·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미래 물류산업과 공급망의 ‘알파라이징’ 
물류산업에서 미래는 1990년대 중반 이후의 IT 발전에 비견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트럭 운전수가 운전면허를 보유할 필요가 없고’, ‘로봇이 화물을 배달하고’, ‘트럭이나 물류 센터의 가동이 전부 공유되는’ 것이 ‘보통’의 일이 될 수도 있다. 

미래의 물류는 거의 모든 물류 서비스가 택배처럼 플랫폼화될 것이다. 화주와 물류 회사의 계약은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장소에 정확하게 운반한다는 내용으로 바뀐다. 물류를 핵심 역량으로 삼지 않는 화주는 물류 관리라는 본래 자사에서 대응할 필요가 없는 업무에서 해방될 것이다. 

물류 회사는 운송과 보관, 하역 등의 작업을 위탁받지 않고 ‘물건을 운반하는 가치’를 제공하는 회사로 변할 것이다. 물류산업에서 ‘디지털 화물’의 비중이 커지면서 운송, 보관, 하역 등 전통적 공급망(Supply chain)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3D프린팅의 확산은 공장->물류센터->매장->고객이라는 전통적인 공급망에서 (도면전송)->생산(3D프린팅)·유통·물류->고객의 새로운 공급망 전환도 가속화할 것이다.

4차산업혁명과 프로비스 시대에는 3D프린팅, 개방형 제조서비스(FaaS, Factory as a Service)와 無 공장 제조 기업(Factoryless Goods Producers)가 일반화되고 있다. 종전에 공장에서 수행하던 생산, 조립, 가공 기능의 상당부분을 이제 물류센터와 매장에서 수행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물류센터, 운항중인 선박, 이동중인 화물열차, 공중물류창고 등 물류시설과 운송수단이 (무인)생산과 (무인)보관, (무인)배송의 기능을 통합하여 수행하는 산업은 알파라이징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고객의 주문 즉시 생산, 보관, 판매, 배송되는 통합기능의 새로운 형태의 복합매장(+물류센터+공장)도 알파라이징 산업이 될 가능성이 어느 분야보다 높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서울특별시 교통정책위원회 위원(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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