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일본의 화객혼재(貨客混載)와 우리의 시사점
[이상근 박사의 물류이야기] 일본의 화객혼재(貨客混載)와 우리의 시사점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0.23 07: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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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교통 수단인 철도, 버스, 택시 등이 화물 운송까지 담당한다면 어떨까? 이처럼 승객과 화물을 함께 운송하는 '화객 혼재' 전략이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화객(화물과 승객)혼재’는 교통과 물류 분야의 혁신적 변화로, 지방의 인구 감소와 글로벌 팬데믹인 코로나19의 타격을 극복하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화객혼재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일반적으로 화물과 승객은 각각 다른 교통 수단으로 운송되곤 했지만, 화객혼재는 이 두 가지를 한 번에 해결하는 전략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런 접근법은 도시의 교통 체증 해소, 에너지 효율성 향상, 그리고 환경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주며, 이를 통해 국가들이 지속 가능한 교통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화객혼재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국가이다
일본은 교통과 물류 시스템의 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도입해왔다. 그 중에서도 화객혼재는 특히 주목받는 성공 사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도시 구조와 교통 문화,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교통수단에서 화객혼재를 도입하고 활용하고 있다.

화객혼재는 승객과 화물의 동시 운송을 의미하며, 일본에서는 여객 운송 수단의 일부를 화물 운송에 활용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국토교통성은 2017년부터 화객 혼재를 적극 권장하면서 이 전략에 기반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였다. 이러한 노력은 2020년에 이르러 추가적인 규제 개선을 통해 화객혼재를 더욱 쉽게 실시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이후, 일본의 교통 및 물류 업계는 이런 변화를 더욱 활발하게 추구하고 있다. 철도 분야에서는, 주요 도시 간의 물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화물과 승객을 동시에 운송하는 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이는 교통량이 많은 도시 간 연결성을 강화하며, 동시에 물류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홋카이도신칸센의 경우, 택배회사와 협력하여 화물의 배송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혁신적인 물류 솔루션은 기존의 지연 문제와 운전기사의 과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단순한 화물 운송의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승객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여러 교통 기업들은 화객 혼재를 통해 수익의 안정성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 홋카이도신칸센 구간은 지속적으로 적자를 보이며, 승객 운송의 저조로 인한 수익 감소를 화물 운송을 통해 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택배 분야에서 화객혼재는 “택시의 택배배달에 투입”은  일본 택배업체 사가와큐빙(佐川急便)이 교토 지역의 택시회사인 야마시로야사카교통(山城ヤサカ交通)과 제휴를 통해 택시를 이용한 택배사업을 도입으로 재현되었다. 

택배사업의 생산성 향상과 지역의 교통인프라 활성화를 노린 이 시도는 지역 주민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에게도 매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택시 택배 서비스는 야마시로야사카교통 소속의 택시가 영업 마감 시간 이후 회차시에 배달할 물품을 인도받아, 이튿날 승객이 탑승하지 않은 한산한 낮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물품을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이 서비스는 배달 업무 외에도 지역내 고객들의 발송 물품을 사가와 영업소에 맡기는 일도 수행한다.
이 서비스는 교토후 카사기쵸(京都府笠置町)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한 후, 추후 사업 확대 향방을 결정할 예정이다. 

택시라는 모빌리티를 여객·화물의 경계를 넘어 통합한 이 서비스는 일본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처음 시도된 것으로 만성적인 일손부족과 여객수요 급감으로 어려워진 일본운수업계에게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버스와 택시 업계에서도 화객혼재의 효과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택시와 택배 회사간의 협업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주요 도시에서 택시는 승객 운송과 동시에 소포나 소량의 화물을 함께 운반하며, 이를 통해 물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교통수단에서의 화객혼재 도입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그리고 다양한 업계와의 협력 덕분이다. 일본의 사례는 다른 국가들에게도 화객혼재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그 도입과 확산에 있어 협력과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도 화객혼재를 통해 환경 친화적인 교통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유럽은 지속 가능한 교통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일찍 인식하여 다양한 전략을 시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화객혼재는 환경 친화적인 교통 전략의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화물과 승객의 통합 운송은 그 자체로도 효율성을 높여주는 방법이지만, 유럽에서는 이를 더 나아가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유럽 연합의 교통 전략에 명시된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화객혼재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화객혼재 전략은 도시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적용되고 있다. 농촌 지역에서의 농산물 운송은 화객혼재의 효과적인 예시 중 하나다. 전통적인 물류 방식보다 경제적이면서도 빠른 운송이 가능하게 되어, 농민들에게는 더 나은 경제적 기회를,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한 농산물을 제공하게 되었다.

우편물 서비스와의 결합 역시 화객혼재의 성공적인 적용 사례다. 기존의 우편 배송 시스템과 화객혼재 전략을 결합하여, 우편물의 효율적인 배송을 보장하면서도 교통량과 연관된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있다.

유럽의 화객혼재 접근법은 교통 체계의 지속 가능성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환경적 측면에서의 균형있는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법은 화물과 여객의 혼재가 제도권 밖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택배사업이 제도권으로 들어오기 전인 1988년도에는 4대 특송(택배)회사인 삼영특송, 한국특송, 제트라인, 동서배송은 모두 전국 ‘당일배송서비스’ 상품을 갖고 있었다. 주요도시간 당일배송 서비스를 가능케 한 운송인프라는 고속버스, 시외버스, 기차 등 여객수송 수단이었다.

초기단계 고속버스, 시외버스, 기차의 물류운송 활용은 개인이 터미널, 역에 직접 방문하여 발송과 수령, 운송의 절차를 수행했지만, 특송회사, 퀵서비스 회사는 이 서비스를 대행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사업화했다.

특히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매일 30분에서 길게는 2시간 간격으로 하루 수십 회 운행하고 화물칸을 갖춘 버스는 지방간 긴급배송에는 무척이나 좋은 인프라였다.

고속버스,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웬만한 박스까지는 쉽게 지방으로 발송하고 도착지에서는 퀵서비스나 용달차량을 이용하여 문전 배달까지 가능하고 터미널에 일정 공간의 보관시설이 있어 물류 인프라로서 매우 좋은 역할을 담당했다. 

초기 단계 직원들의 용돈벌이 수준이었던 고속버스 화물운송은 고속버스회사에서 직접 사업화하면서 버스회사 수입의 상당부분을 충당하게 되었다.

전세버스를 통한 직접 운송서비스가 있었다. 1990년말까지는 지방 중소도시의 시장 상인들은 전세버스로 상경해 동대문시장, 남대문시장, 평화시장, 광장시장, 청량리 시장 등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이를 전세버스에 직접 싣고 지방도시로 운송해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현재는 온라인이나, 앱 등을 통해 상품을 확인하고 매입(사입) 대행사(인)을 통해 상품을 픽업하고, 전담 트럭을 이용해 운송된 상품을 지방에서 쉽게 받을 수 있는 대행업체 이용이 일반화되고 있다.

여객 수송 모빌리티(Mobility)가 상품 배달에 활용됐던 사례는 국제특송의 온보드 쿠리어 서비스 (OBC: Onboard Courier Service)가 있다. 국제간의 운송에서 가장 빠른 운송은 승객이 직접 상품을 휴대하고 통관하는 동반수화물 통관 방법이다. 

이를 활용한 특송 화물 운송 방법이 온보드 쿠리어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특송업체가 직원들을 직접 투입하거나, 짐이 거의 없는 손님을 모집해 긴급을 요하는 상업서류 와 소화물을 목적지 공항까지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탑승객은 항공사로부터 항공료를 최고 75%까지 할인 받을 수 있고, 화물을 부치는 사람은 일반 항공화물보다 훨씬 빠르고 분실이나 파손의 위험도 적고 운임도 싸다는 장점을 활용해 여객수송용 항공기를 긴급 화물의 운송에 활용하는 서비스다.

◆우리나라는 화물과 여객사업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자동차운수사업법이 화물운송과 승객운송을 구분하여 법이 둘로 분리되면서 두 사업의 더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다. 택시 경우 이 법 위반시에는 면허정지 처분까지 받는 중대한 처벌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규와 상관없이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이 두 영역의 경계는 점점 무너지고 있다.

여객용 모빌리티의 화물 운송은 고속버스의 화물운송사업에서도 볼 수 있다. 고속버스는 제한적이긴하지만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미 화물칸을 소화물을 싣고, 당일배송이 필요한 화주에게 도시간의 이동 화물을 보내거나 받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그 외에도 KTX의 택배 서비스, 지하철 택배, 시장상인이나 음식점의 상품판매나 식자재의 매입운송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택시까지 화물 운송수단이 확장되고 있다. 오토바이도 퀵배송 수단으로 일반화된 오토바이도 화물보다는 여객의 이동수단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화와 함께 증가하는 물류 수요, 그리고 다양한 교통 수단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시장의 필요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유휴택시로 긴급소화물을 운송하는 스타트업 '딜리버리티'는 화객혼재를 규제를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넘어서 실증사업에 이르렀다. 스타트업 '고쏙'은 고속버스를 통한 도시간 당일배송시스템을 구축해하는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반대로, 화물용 모빌리티에서의 승객 운송은 1960~70년대 우리나라 용달차량은 화물운송용 요금미터기 요금으로, 택시 잡기가 어려웠던 퇴근시간에 지금의 택시와 같은 승객 이동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콜밴도 주로 공항과 철도역 등에서 필요에 따라 승객을 태워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비공식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는 특히 피크 시간대나 교통 체증 시간에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빠르고 편리한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화객혼재는 국가마다 다양한 형태와 전략으로 도입 및 활용되고 있다. 화객혼재는 각 국가의 문화적, 경제적, 지리적 특성, 그리고 교통에 대한 필요와 요구에 따라 다양한 형태와 전략으로 도입 및 활용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항상 화물과 승객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그리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송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깔려 있다. 이러한 고민은 교통의 효율성은 물론, 환경적 지속 가능성, 경제적 효용, 그리고 도시의 삶의 질 향상에도 직결된다.

화객 혼재 전략은 교통과 물류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의 물결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지방의 인구 감소와 글로벌 팬데믹에 대응하는 새로운 방향성이 제시되면서, 교통과 물류의 미래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으로 평가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교통 체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빠른 경제 성장과 도시화에 따른 변화를 겪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도시의 확장과 교통 체계의 현대화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도시 밀집 지역에서의 교통 체증과 환경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는 문제로 부상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 중, 화객혼재는 그 해결책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화객혼재를 통해 교통 수단의 효율성을 높이고, 운송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환경 친화적인 교통 방식으로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화객혼재의 도입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법적 제약과 안전 문제, 그리고 대중의 인식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이를 제한하고 있다. 특히 현재의 교통 법규에서는 특정 조건 하에만 화객혼재를 허용하고 있어, 그 활용의 폭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도시 구조와 교통 문화, 그리고 고도화된 물류 시스템을 고려할 때, 화객혼재는 매우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스마트 도시 구축과 함께 진행된다면, 화객혼재는 교통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상근(ceo@sylogis.co.kr)
ㆍ산업경영공학박사 
ㆍ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ㆍ국토교통부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ㆍ서울특별시 교통정책위원회 위원(현)
ㆍ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ㆍ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ㆍ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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