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44] 뉴질랜드에도 보름달은 떴는데(뉴질랜드 방문기 3)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44] 뉴질랜드에도 보름달은 떴는데(뉴질랜드 방문기 3)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10.04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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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달 달 무슨 달
낮과 같이 밝은 달
어디 어디 비추나
우리 동네 비추지”
(3절 생략)

윤석중이 작사하고 권길상이 곡을 만든 ‘달’이란 동요를 어렸을 때 많이 불렀는데, 그 쟁반같이 둥근 달이 추석날 뉴질랜드에도 떴다. 요 며칠, 날이 흐리고 비가 내려서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외국에서도 한가위를 기억하라는 듯이 하늘이 개어서 선명한 보름달을 볼 수 있었다.

정겨운 남산 위에 떠서 눈에 선한 고향 동네를 비추는 똑같은 둥근 달이 뉴질랜드 낯선 동네도 비추고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보는 달은 어렸을 때 시골에서 보던 달처럼 선명하고 길을 찾아갈 수 있을 만큼 밝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쏟아지듯 빛나는 별들과는 또 다른 감흥을 주는 뉴질랜드의 달은 토끼 모습이 보이는 듯 선명하다.

아내가 달을 가리키며 손자들에게 보름달 안에 토끼가 방아 찧고 있다고 열심히 설명해 주지만,  방아 찧는다는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손자들은 물론 나도 아직 토끼가 방아 찧는 모양을 찾진 못했다. 

토끼 모습인지 모르겠지만, 달 속에 어떤 물체의 형상은 분명히 보일 만큼 뉴질랜드에서 보는 달은 선명하고 밝다.

한국에서는 이번 추석이 주말과 연결되어 있고, 하루건너 개천절이 있는 바람에 정부에서 임시 공휴일을 지정하여 합법적으로 6일을 쉴 수 있고, 작정만 하면 휴가를 써서 거의 10여 일을 쉴 수 있는 황금연휴였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지인이 부부 동반으로 미국 여행을 갔다고 SNS에 사진과 함께 소식을 전해왔다. 큰맘 먹고 외국 여행길에 오르는 사람들로 인천국제공항이 붐비고,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의 차량 행렬이 고속도로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딱히 고향이랄 곳도 없고 찾아가야 할 부모님도 안 계셔서 한국에 있을 때도 명절 때마다 고향을 찾아가는 귀성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남 얘기로 생각했었는데, 뉴질랜드에서 추석을 맞고 보니 한국의 추석 풍경은 정말 다른 세상 얘기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뉴질랜드에서는 추석 명절 기분을 내려야 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선 뉴질랜드에서는 당연한 얘기지만, 추석이 특별한 날도 아니고 공휴일이 아닌, 그냥 단순한 평일이라 신이 나지 않는다. 

또한 명절이라고 찾아올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니 집식구들이 모여 식탁에 특별 음식 하나 더 올려놓고 축하하는 게 고작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절기상으로도 추석 기분을 내기가 어렵다. 한국에서는 추석을 가을에 맞이하기 때문에 사과, 배, 감, 대추 등 다양한 과실을 거두어들이는 수확의 계절이라 마음마저 풍성하고 넉넉해지는 추석이 절로 기다려진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뉴질랜드에서는 추석인 음력 8월 보름이 겨울 끝자락에 걸쳐 있어서 먹거리도 별로 없고 날씨도 을씨년스러워서 굳이 손꼽아 기다리는 좋은 절기가 아니다.

우리 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하여서 처음으로 맞이했던 추석 명절에는 어린 자녀들에게 한국 문화를 잊지 않도록 달력에 표시해 놓고 특별하게 보내려고 애썼다. 

자녀가 넷이고 어머님도 모시고 갔었기 때문에 우리 가족 수가 제일 많아서 가까이 지내던 교민 가족들을 우리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음식도 만들어 먹고 윷놀이도 하면서 즐겁게 지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오클랜드에 살 때는 교민들이 제일 많이 거주하는 곳인 만큼 추석이나 설날 명절이 되면 한국 식품점에서 송편이나 떡국 거리도 팔고 명절맞이 세일도 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한인회에서도 명절맞이 잔치도 하면서 외국에 살면서도 한국 명절을 기리려 애썼다.  

하지만 이곳 해밀턴 지역은 한국 교민들이 있어도 수가 많지 않아서 추석 맞이 특별 행사 없이 조용히 지나가다 보니 북적이는 한국의 추석 풍경이 더욱 그립고 고향 생각이 많이 난다.

우리 자녀들은 한국에서 살다 와서 그나마 추석의 의미를 알지만, 이곳에서 태어난 손자들은 제대로 된 추석 명절을 지내보지 못해서인지 별로 감흥이 없다. 아마 그들에겐 10월 네 번째 월요일에 있을 노동의 날 연휴나 마지막 날 할로윈 데이가 더 기다려질지도 모른다.

외국에서 태어나 살다 보니 겉모양은 한국인이지만, 즐기는 문화와 사고방식은 키위가 되어가고 있는 손자들이 당연한 데도 마음 한구석이 서운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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