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21] 코로나 후유증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121] 코로나 후유증
  • 김민수 기자
  • 승인 2023.04.25 0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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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노인복지관 문을 열려고 하다가 아차 싶어 다시 차로 돌아가 마스크를 챙겼다. 병원과 약국을 제외하고는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어딜 가나 마스크 걱정을 덜고 지냈는데, 노인복지관은 감염에 취약한 노인분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이용해야 한다.

이제는 하루에 코로나 확진자가 얼마나 나오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코로나에 걸렸다 하더라도 한 일 주일 정도 스스로 모임이나 대중 이용 시설을 삼가는 것으로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초창기에는 모두 기억하듯이 감염자에 대한 조치가 말 그대로 ‘살벌’했다. 바깥나들이도 별로 없으셨던 장인어른이 처음으로 코로나에 걸리신 후 연이어 장모님과 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내까지 모두 코로나에 걸려 격리되는 경험을 했다. 

처음 장인어른이 코로나 확진으로 판명이 나자,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바로 보건소에서 전화로 식구들과 격리하여 화장실, 수건을 따로 쓰고 식사도 따로 해야 한다는 지시에 가까운 안내를 했다. 

또한 다음 날 격리를 위해 구급차가 가니까 입원 준비를 하고, 나머지 가족들도 바로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유의 사항을 전해주었는데, 전해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비장했다.

그다음 날 텔레비전에서만 보았던 하얀 방역복으로 온몸을 중무장한 사람들이 구급차를 타고 와 장인어른을 모시고 가는 데, 아무도 따라 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시는 뵙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와 불안감으로 발만 동동 구르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다행히 우리 가족 모두 병원에서 격리되어 치료를 잘 받고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모두 나이가 많아 감염 취약 계층으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병원에서도 앞일을 알 수 없다는 불안감과 걱정으로 노심초사하던 그 시간은 평생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BC(Before Corona: 코로나 전)와 AC(After Corona: 코로나 후)로 나누어진다고 했다.
그만큼 코로나가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은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심리적 거리도 멀어지게 했으며, 사람에 대한 믿음, 포용보다는 의심과 불신에 따른 배타심을 조장하는 데 일조했다. 그로 인해 함께 모여 공동으로 힘을 모아 일을 하기보다는 혼자 떨어져 일하는 게 더 익숙해지고 편안해졌다.

또한 멀쩡했던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려 죽음에 이르는 것을 지켜보면서, 내일을 꿈꾸며 준비하느라 오늘을 희생하는 삶보다 앞으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내일 죽더라도 후회가 없도록 오늘을 즐기자는 사고가 팽배해졌다. 

따라서  평소에는 부러워하기만 했던 고가 자동차나 사치품에 충동적으로 돈을 질러버리는 ‘플렉스’(Flex) 행태가 유행하기도 했다. 

한 예로 코로나가 한창 유행하던 때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수억 원에 달하는 영국 최고급 승용차 롤스로이스가 불티나게 팔려서 117년 역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 심리가 빚어낸 역설이다.

이제 코로나가 정점을 지나 거의 엔데믹(Endemic: 풍토병)으로 접어들게 되자, 또 다른 코로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바깥출입도 삼가고 움츠렸던 일상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앞다투어 여행을 떠나는 바람에 항공요금이 많이 비싸졌는데도 불구하고 공항이 붐빈다. 

또한 마스크 쓰기, 거리 두기 등으로 제대로 외식다운 외식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반대 급수로 외식 건수 및 소비가 크게 늘었다. 모두 코로나로 인해 위축됐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보복 소비’ 현상이다.

일상생활에서도 그동안 몇 년간 마스크를 늘 쓰다 보니 습관이 되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실외 마스크 쓰기 의무가 해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보다 쓰고 다니는 사람이 더 많다. 

젊은이들보다는 나이 든 사람이 마스크를 쓴 경우가 더 많은 걸 보면 ‘멋’으로 마스크를 쓴다기보다는 습관이 돼서 밖에 나갈 때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된 이후로 점차 마스크를 벗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데, 이로 인한 또 다른 코로나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감염 통로가 근본적으로 차단되어 감기 및 독감 환자가 많이 줄었지만, 한편으로는 자체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마스크를 벗게 되자 독감 환자와 감기 증상을 보이는 급성 호흡기 감염증 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물론 계절에 따른 큰 일교차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인한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한 간접적인 부작용이다.

한풀 꺾인 듯한 코로나가 앞으로 어떤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여 다시 기승을 부릴지 알지 못하지만,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쓰는 한이 있더라도 매일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들으며 불안해하고, 하얀 방역복을 입은 사람이 병원 구급차를 타고 들이닥치는 그런 두려운 모습만은  다시 보고 싶지 않다.

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수필가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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