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사업기획의 첫단추는 목표시장의 이해
성공적인 사업기획의 첫단추는 목표시장의 이해
  • 승인 2001.01.18 12: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TB 인큐베이팅 대표이사 송 낙경

"기술은 그것을 개발한 기술자나 그가 속한 회사의 경영자가 평가하
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평가하는 것이다."

짧지만 많은 뜻을 포함하는 이 말은 필자가 벤처 캐피털 심사업무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고참 선배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
이다. 이는 사업성을 검토할 때 기술이 시장보다 덜 중요하다거나 나
중에 고려해도 된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당초 유망사업으로 촉망받던 기술이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어느
날 갑자기 시장에서 퇴출되고 마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사업은 창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준비하게 되
는데 시장에 대한 이해는 자기 중심적인 사고보다는 철저히 고객지향
적, 시장 중심적인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 우리는 좋은 기술이나
사업 아이디어가 시장위험을 극복하지 못하고 소멸되고 마는 안타까
운 경험을 이미 여러 차례 보았다. 특히 정보통신분야의 경우 제품이
나 시장의 라이프사이클이 단축되면서 이러한 시장환경의 변화를 예측
하지 못한 실패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최근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한 벤처창업이 늘어나면서 목표시장 및 수
익모델에 대한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창업 후 얼마되지 않아
문을 닫게 된다면 안타깝게도 경제적 손실이 큰 것이다. 시장은 바로
고객집단, 경쟁자, 요소기술의 혁신, 정부의 정책변화 등 많은 요인들
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진화, 발전 또는 소멸하는 생명주기를 지닌 유
기체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시장을 현재 시점에서 고정된 형
태로 볼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움직이는 동태적 메커니즘으
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사업준비과정에서 설정한 제품개발 목표가
실제 사업이 개시되면서 새롭게 수정, 보완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새로운 시장을 예견하고 시장 창출을 준비하는 것이 벤처창업에
는 더욱 중요하다. 벤처창업의 경우 새로운 기술이나 비즈니스모델
을 들고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장 창출 능력이 더 요구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불과 2~3년 전에는 음성 처리기술 혹은 무선인터넷
에 대한 이야기는 먼 시대의 환상적인 소설 같았다. 이용자의 목소리
를 알아듣고 컴퓨터가 자동으로 프로그램을 실행시킨다든가 원하
는 정보를 읽어 주는 일은 가상소설 혹은 SF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일
이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는 다수의 음성처리업체 혹은 무선인터
넷 기술업체, 콘텐츠 업체들이 세계적 기업들과 어깨를 겨루고 시
장 싸움을 벌이고 있다. 2~3년 전에 이미 이러한 기술 시장을 누군가
는 내다본 것이다.

새로운 시장을 예견한 다음에는 그 중에서 목표시장을 설정해야 한
다. 사업계획을 세울 때 첫번째로 해야 할 일은 자신이 구상하는 제품
이나 서비스(이하 제품)의 소비자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 목표시장
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목표시장의 라이프사이클상의 위치, 현재의 시장규모와 향후 성장속
도, 시장진입에 대한 제약사항이나 잠재적 위협요인, 유통체계의 특
성 등을 꼼꼼하게 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목표시장에 대한 분
명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제품의 사양과 요소기술 확보, 출하 시
기, 가격 수준 및 유통 방법 등 사업의 기본적인 개념이 정립되는 것
이다.

다음으로 경쟁자그룹에 대한 분석을 하게 된다. 이들은 경쟁관계에 있
는 한편 초기시장을 형성하고 공동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공유하거나
정책을 제안하는 동반자 역할을 하기도 하며 해당분야 전문인력의 수
급기능을 갖기도 한다. 현재의 경쟁자는 누구이며 시장점유율, 그들
의 강약점 및 영업전략을 알아보고 잠재 경쟁자가 어디서 어떤 모습으
로 나타날지 예측해야 한다. 또한 직접 경쟁관계에 있지는 않지만 해
당분야 세계적 일류 메이커와 그들의 동향에 대한 기초지식은 필수적
이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기술력에 자신한 나머지 경쟁자그룹 분석에
소홀 하기도 한다. 향후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리라고 예측되고
목표시장도 설정돼 이제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하면 만사가 잘 될 것처
럼 생각하는 벤처 창업자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에게 만일 초기 시장
을 어렵게 창출한 이후에 대기업이 대규모 자본과 마케팅 공세로 공격
해 올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매우 당혹스러워 한다.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다. 놀라운 일이지만 종종 있는 일이다.

아울러 관련 기술의 최근 동향을 파악하고 시장에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 영향을 주는지 이해를 해야 한다. 인터넷은 IT기술의 혁신이 시
장의 파라다임을 변화시킨 좋은 예이다. 기술의 진보는 당장 경쟁자
의 경영전략에 영향을 주며 소비자의 의식과 행동에 변화를 주게 된
다. 더욱이 기술이나 제품의 라이프싸이클이 단축되면서 제품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위험요인을 고려해야만 오히려 이를 기회로 활용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시장은 환경친화, 국제표준 채택, 산업구조조정 등에 의해서 영
향을 받게 되므로 이에 대한 거시적인 이해와 안목을 필요로 한다. 국
제적으로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므로 이는 진
입장벽이 될 수 있다. 최근 IMT-2000의 기술표준이 동기식, 비동기식
중 어느 것으로 결정 되는 지에 따라 관련 기업의 운명이 결정되어 버
릴 수도 있는 것이다. 시장은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다.
투자자들은 창업자가 얼마나 자신의 사업분야, 즉 목표시장을 명확히
설정하였는지와 목표 시장의 특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여부를
사업성 판단의 첫 단추로 삼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판단을 돕기
위하여 창업주가 보유하고 있는 해당 사업분야의 경력, 인적 네트워
크 등에 대한 질문을 추가로 하게 된다.

위에서 새로이 창업을 하기 위해서 검토되어야 할 주요 사항 중 목표
시장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몇 가지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이러
한 목표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벤처창업자들은 스스로 어떠
한 핵심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확보해야 할 역량은 무엇인지
를 검토해야 된다. 벤처 창업자는 무엇보다 시장을 중심으로 사고를
시작해서 시장을 중심으로 결론을 내야 한다. 그래야 영원히 시장에
존재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2001.1.1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