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한미 FTA의 경제적 의미와 협상 포인트'
LG경제연구원 '한미 FTA의 경제적 의미와 협상 포인트'
  • 남창우
  • 승인 2006.06.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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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경제연구원은 최근 '한미 FTA의 경제적 의미와 협상 포인트'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아래 전문을 요약 게재한다.

한미FTA의 추진에 대한 두드러진 반대 의견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각 산업별 이해관계를 비롯해 정치적, 사회적 가치관 등에 따라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방적인 가정이나 전제 조건에 근거한 경제적 효과 분석은 사회 전반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FTA의 일반적인 이익은 무엇이고 그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FTA를 반대하는 측의 논리는 무엇인지 등의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FTA의 1차 이익은 무역 확대를 통한 후생 증대

FTA, 즉 자유무역협정은 말 그대로 무역자유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역은 기본적으로 각 나라들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노동 생산성, 부존 자원, 경제 제도 등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며, 양국간 무역이 늘어나면 두 나라 사이의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어 해당국 경제 주체들의 소비 및후생 수준이 개선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즉, 기업들이 생산과정에서의 분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처럼 무역은 국가별 분업의 한 형태라고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FTA를 통해 무역자유화가 이루어져 무역이 늘어나면 기본적으로 경제전체의 구매력, 즉 후생은 증가하기 마련이다.

물론 이렇게 늘어난 후생이 어떻게 분배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FTA와 같은 무역 자유화를 통해 경제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각 국가들이 처한개별적인 상황과 비교 우위, 산업정책적 배려 등이 함께 어울려 고유의 무역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수출구조가 경쟁적일수록 교역은 감소

FTA가 무역에 미치는 영향은 먼저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들 간의 무역구조와 교역액 사이의 관계를 통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두 나라 간의 무역구조는 보완적인 경우와 경쟁적인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즉, 두 나라 A와 B가 있을 때, A국이 수출을 많이 하는 품목들에 대해 B국이 수입을 많이 한다면 A국과 B국은 무역구조가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A국이 수출을 많이 하는 품목들을 B국 역시 수출을 많이 한다면 이 두 나라의 수출구조는 보완적이라기보다는 경쟁적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두 나라 간의 무역구조가 보완적일수록 양국간 무역이 많은 것은 직관적으로도 당연하다. 반면, 두 나라의 수출구조가 유사할 때는 두 나라 제품들의 가격 차이가 관세, 운송 비용 등을 초과할 만큼 크지 않는 이상 수출보다는 내수에 치중하게 되어 양국간 교역이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실제로 1970년부터 2000년까지 전세계 200여 개 국가들 간에 이루어진 248,268개의 품목별 무역 데이터와 중력모형(gravity model)을 이용해 패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무역구조가 10% 더 보완적이면 무역이1.16%p 늘어나고 수출구조가 10% 더 유사하면 무역이 0.36%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두 나라 사이의 무역구조가 보완적으로 바뀌어가면 양국간 교역은 늘어나게 되고, 반대로 수출구조가 유사해질수록 교역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한미간 무역보완성 낮아져

한국과 미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관계가 적용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우리정부가 한미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이유중 한 가지는 한국의 대미수출이 점점 더 부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1990년대 중반이후 더욱 심각해져 우리 제품의 미국 수입시장점유율은 1995년 3.25%에서 2005년에는 2.62%로 크게 낮아졌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 간 교역구조의 보완성과 유사성을 비교해 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과의 무역보완성은 1970년대 이후 소폭의 등락은 있었지만 추세적으로 줄곧 낮아지는 패턴을 보인다. 반면, 수출유사성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즉,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미국과의수직적 분업에 어울리는 형태여서 유사성보다는 보완성이 높아 그만큼 양국간 교역량이 많았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꾸준한 산업구조 고도화과정을 거쳐 점점 더 경쟁적인 구조로 바뀌어가면서 미국에 대한 교역의존도가 낮아지게 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시장이라 할 수 있는 중국 등과는 수출 유사성이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FTA 체결되면 수출구조가 경쟁적이어도 교역 증가

흥미로운 것은 이와 같은 무역구조와 교역액 간의 상관관계가 FTA 체결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앞의 분석과 같은 모형과 표본을 이용해 설명변수에 FTA 체결 여부를 추가해 분석을 실시한 결과, FTA가 체결되지 않은 나라들 사이에는 앞과 같은 관계가 존재하지만, FTA를 체결한 국가들 사이에는 수출유사성이 높아지는 경우에도 오히려 교역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즉,수출유사성이 10% 높아지면 비FTA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교역이 3.8%p 감소하지만, FTA 회원국 사이의 교역은 8.3%p나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의 경우 NAFTA 출범이전인 1993년과 2000년을 비교해 보면 수출유사성이 0.504에서 0.523으로 높아졌지만 같은기간 캐나다의 대미 수출은 105%, 대미 수입은 75.6%나 증가했다. 이를 한미FTA에 적용해 본다면, 현재 상황에서는 한국과 미국의 수출구조가 유사해지는 추세 때문에 두 나라 사이의 교역이 줄어들게 되겠지만, FTA를 체결할 경우 수출유사성이 높더라도 오히려 교역이 늘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말해, 한미FTA 없이는 우리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 될수록 미국, 일본 등과 같은 선진국에 대한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만 FTA를 체결함으로써 그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식의 누출효과와 노동비용 차이가 관건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두 나라 중 한 나라가 역외 회원국일경우에는 수출구조가 유사하더라도, 즉 비슷한업종에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더라도 관세, 물류비용, 유·무형의 무역장벽과 같은 거래비용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생산성 차이가그 비용을 상쇄할 만큼 크지 않으면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낮은 기업을 쉽게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두 나라가 모두 FTA 당사국일 경우에는 거래비용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생산성 차이가 조금만 나더라도 업체간 경쟁과 대체가 쉽게 이루어져 교역이 늘어나게 된다. 즉, A국의 자동차가격이 1,000만원, B국의 자동차 가격이 1,200만원일 때 FTA 관계가 없으면 관세 등의 거래비용때문에 교역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FTA가 체결되어 거래비용이 크게 낮아지면상황이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둘째, 국가 간 기술이전이나 투자




가에 따른 기술 및 지식의 누출효과(spillover effect)와이로 인한 생산성 증대 효과가 모든 산업에서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고 경쟁적인 업종일수록 더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무역구조가 경쟁적일수록 FTA 체결에 따른 국가 간 기술과 지식 이전의 누출효과가 커지며, 이럴 경우 규모의 경제를 위한 역할 분담 필요성이 커져 결과적으로 산업 내 무역이 늘어나게 된다. 두 나라 모두 반도체 업체가 존재할 경우, 반도체 관련 기술 및 지식의 누출효과와 이에 따른 교역이 활발해지는 것이 좋은 예라 하겠다.

셋째, 소득격차가 클 경우 FTA를 통해 무역구조가 유사한 두 나라 사이의 무역이 늘어날 수있다. 즉, FTA 체결로 회원국 간 거래비용이 낮아지면 생산에 있어 노동비용의 영향력이 커지게되고, 소득 격차가 클수록 단위당 노동비용의 차이가 확대되므로 결국 노동비용이 높은 곳에서낮은 곳으로 생산시설이 이전되거나 인건비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업체만 살아남게 되어 결과적으로 두 나라 사이에 새로운 무역이 창출되는 것이다. 즉, 경제규모가 더 큰 나라와의 FTA가 꼭불리한 것만은 아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미FTA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할 수 있다.

FTA 반대보다는 합리적인 대책을 요구해야

그렇다면 한미FTA 체결의 피해자는 누구인가? FTA 체결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주로 무역보완성이 높은 수입 부문의 국내 생산자들과, 수출유사성이 높은 부문 중 경쟁에서 탈락한 업체의 종사자들이 되기 쉽다. 다시 말해, 농업의 경우 미국은 수출을 많이 하고 우리나라는 수입을 많이 하기 때문에 보완적인 분야인데, 수출하는 입장에 놓이게 되는 미국 농민들은 앞선 기술과 규모 효과 등으로 쉽게 이익을 얻겠지만, 수입 농산물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나라 농민들은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또, 수출유사성이 높은 완성자동차나 자동차 부품 부문 역시 좋은 예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가 미국 자동차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긴다면 미국시장에서 상당한 기회를 맞게 되겠지만, 반대로 경쟁에서 도태될 경우FTA의 피해자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 진다는 이유만으로 경쟁을 해보기도 전에 한미FTA 체결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FTA반대론자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취약 산업 붕괴나 대미 종속은 앞서 FTA를 체결한 과거 여러 나라의 실증적경험을 봐도 근거가 희박하며,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자원 배분 효과를 고려하면 오히려 새로운 기회의 장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이라는 이유로FTA 자체를 전면 반대하는 것보다는 미국, EU등 선진국의 예처럼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단체나 정당, 의원 등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요구하거나 보상 계획을 수립하도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하겠다.

향후 협상에서 주목해야 할 5대 관전 포인트

그렇다면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과제는 무엇일까? 이제 겨우 1차 협상이 끝났고 2주 후면 2차 협상이 시작된다. 앞으로의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주의 깊게 챙겨야 할 포인트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유를 갖고 공세적 전략을 마련해야한다.
이번 1차 협상 결과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지나치게 양보했다는 부정적인 보도를 했지만 이는 다소 섣부른 결론이다. FTA 협상 과정을 보면 통상 1~3차 협상까지는 상호 요구(request) 및 양보(offer) 가능 범위를 탐색하는 과정으로, 크게 무리가 없는 한 일단 서로의 요구사항들을 합의서에 담고 대신 합의되지 않은 부분, 즉 이견이 존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괄호(bracket) 처리를 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 후 차기 협상 과정들을 통해 괄호 부분을 합의안으로 만들거나 유보안으로 확정 짓는 것이다.

더군다나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 체계가 달라서 연방법이 규정하는 부분은 많지 않고, 상당 부분을 지방자치단체, 즉 각 주나 시 등의 관할에 남겨 두고 있어 우리나라 협상단은 연방법(federal law)과 주 법안(state law)을 분석하는 데에만 미국 협상단에 비해 최소 50배이상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1~3차 협상 기간 동안 우리가 요구할 부분에 대한 전략 마련에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

둘째, FTA의 수혜자와 피해자를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 된다.
올 초, FTA를 통해 이익을 얻는 수혜 집단이 피해를 입는 집단을 위해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된 적이 있다. 그러나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FTA를 통한 수혜자와 피해자는 칼로 무 자르듯 쉽게 이야기 할수 없으며 각 경제주체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매우 가변적인 부분이다. 섣부른 판단을 근거로 특정 산업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만드는데 집중하기보다는 피해 발생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유연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셋째, 협상 시한에 쫓길 필요는 없다.
미국의회가 미 행정부의 의회 보고 절차를 간소화 해준 무역증진권한(TPA)이 내년 7월로 만료되기때문에 협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있었다. 그러나 이 TPA는 어디까지나 미국 행정부와 의회 사이의 절차를 규정한 법이며 한미FTA자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조항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 일정에 맞춰 협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으며, 이 부분은 우리보다 오히려 미국 측에서 더 민감하게 신경 써야 할 약점이라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넷째, 미국 측이 협상 이익극대화를 위해 사용하는 표현들을 잘 살펴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 예로, 미국 측은서비스 분과 협의 과정에서 교육과 의료 부문에 관심이 없다고 했지만, 교육과 의료 부문의 이익실현은 서비스 분과 외에 투자 분과나 경쟁 분과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우회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성동격서(聲東擊西)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섯째, 미국과의 협상만큼이나 대내적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협상이 아무리 진행되어 가더라도 우리 내부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효과적인 대응전략 수립이 용이하지 않고,설령 FTA가 체결된다 하더라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과정이 다소 힘들고 멀리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국내 경제주체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FTA의 최종 목표는 국민 전체의 후생 증대

단, 개별 이익 단체들의 주장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의사가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FTA 체결은 해당 업종내 경쟁을 통한효율화와 기술 및 지식의 누출 효과, 직접투자효과 등을 통해 교역과 후생 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즉, 한미 FTA의 성공 여부는 미국 측요구를 얼마나 막아냈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국민 전체의 후생수준이 얼마나 개선되었는가에 의해 평가되는 만큼 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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