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6월 국회 처리 물건너가나
비정규직법 6월 국회 처리 물건너가나
  • 김상준
  • 승인 2009.06.1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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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중심 무기계약직 급부상
비정규직법 처리 향방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법 개정안의 6월 임시국회 처리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추미애 환노위 위원장이 "사회적 합의 없이는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상정할 수 없다"며 완강한 입장이어서 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또한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입장이 갈리면서 "야당과 합의 없이 법안을 강행 처리할 의사는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으로 규정한 이 법이 2007년 7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는 2년 이상 고용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경제위기에 내몰린 기업체들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보다는 해고를 택할 것이라며 '비정규직 100만 해고설' 등을 제기했다.

논란 끝에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적용을 유예하기로 하고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비정규직 유예기간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지만, 민주당과 민노당 등이 반발하면서 다음달부터 현행법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추 위원장의 입장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거나 법적용을 유예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라며 이번 기회에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예산 등을 확보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정규직 법안 개정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비정규직해법으로 '무기계약직'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지난 8일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점을 오는 7월1일에서 일정기간 유예하는 방안을 내놓으면서 민주당의 비정규직 해고자 보호책 우선 마련 방안과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정규직 전환을 위한 비정규직의 근무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자는 정부안(案)은 사라지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2년 이상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곧 마련한다는 입장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9일 기업과 노무사업계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새로운 해결책으로 ‘무기(無期)계약직’ 전환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처우와 복지 등을 기존 비정규직(기간제) 수준으로 유지하고 정년만 보장하는 고용 형태를 말한다. 기업 입장에서 정규직 전환에 필요한 임금 증가분 등을 아낄 수 있다.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했을 때 발생할 기업 이미지 훼손도 막을 수 있다. 노동부는 무기계약직 전환 역시 계약을 갱신하는 기간제가 아니라는 면에서 정규직 전환으로 인정한다.

A유통업체는 비정규직을 ▲정규직 전환 ▲무기계약직 전환 ▲해고 등 각각 3가지 그룹으로 분류해 처리할 계획을 세웠다. 이 업체 관계자는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이 되는 오는 7월1일 이후 대량 해고 우려가 있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지만 사회적 책무 등을 고려할 때 대량 해고는 쉽지 않다.”면서 “직무 분석을 통해 일정 부분 무기계약직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부문은 2007년 이후 8만 9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바꾼다는 목표를 세운 이후 현재 8만 4000여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상태다. 은행권과 유통기업들 역시 무기계약직 전환을 마쳤거나 서두르고 있다. 외환은행은 11일 계약직 직원 100여명을 무기계약직으로 돌릴 예정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4월 200여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일부은행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에 이르는 계약직 직원들은 현재 계약만료에 따른 해고 위협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행 2년으로 규정된 비정규직 사용기간 적용 시기가 다음달 2일로 다가오면서 은행들의 계약 재연장 불가 통보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2년 이상 고용하려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미리 솎아내는’ 차원에서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계약직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지만 대상자 선정 작업에 진통을 겪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 직원에 대해 직무나 급여 등은 정규직과 차이를 두지만 계약기간을 별도로 정하지 않고 고용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외환은행은 당초 이달 중 1년 이상 근무한 계약직 450여명 가운데 100명 가량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렇게 되면 나머지 계약직 직원들은 현재의 고용조건에 따라 계속 일하거나 은행을 떠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금융산업노동조합 비정규직지부 관계자는 “최근 들어 은행측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걸려오고 있다”며 “비정규직 직원들의 해고를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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