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과도한 업무로 태아 건강 손상, 2심서 산재 인정 안돼
임신중 과도한 업무로 태아 건강 손상, 2심서 산재 인정 안돼
  • 이준영
  • 승인 2016.05.1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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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소싱타임스] 임신중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선천성 질병이 있는 아이를 낳은 여성 간호사들이 산업재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냈지만 항소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4년 12월 1심이 태아의 장애에 대해 처음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관심을 끌었지만 2심은 1심과 달리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김용빈)는 제주의료원 소속 간호사 변모씨 등 4명이 "요양급여 신청 반려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근로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산재보험 급여를 받으려면 업무상 사유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린 본인이어야 한다"며 "태아의 건강손상에서 비롯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근로자 본인의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태아의 건강손상을 모체의 질병으로 봐 업무상 재해로 보는 입장은 태아와 모체가 단일체라는 이유에 따른 논리"라며 "출산으로 모체와 아이가 분리되는 이상 그 질병·업무상 재해도 출산아에 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선천성 질병은 출산아의 질병일 뿐 어머니의 질병은 아니므로 (어머니에게는) 보험급여 수급권 및 청구권이 없다"고 강조했다.

변씨 등은 2009년에 임신했으나 유산 또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지닌 아이를 낳았다. 같은 기간 병원에서 근무하다 임신한 간호사 15명 가운데 6명 만이 건강한 아이를 낳았다.

변씨 등은 알약을 삼키기 힘든 환자를 위해 약을 빻는 과정에서 산모·태아에 치명적인 유해약물에 노출됐다며 2012년 12월 근로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그러나 근로공단이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과 질병, 장애 또는 사망 등만을 뜻한다"며 거부하자 2014년 2월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여성 근로자가 임신중 업무 때문에 태아에게 건강손상이 있었다면 근로자에게 발생한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변씨 등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모체와 태아는 하나인데 태아는 독립적 인격이 없어 태아에게 미치는 어떤 영향과 법적 권리·의무는 모체에 딸린다"며 "입법자가 법률에 특정한 규정을 두지 않는 한 산재보험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간호사들이 임신 중에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주야간 교대근무, 유해 작업 환경 등에 노출돼 있어 선천성 질환이 있는 아이를 낳았다"며 "출산 전후를 따지지 않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요양급여를 제한 없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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