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1] 코로나 병상 일기(3)-병상에서 깨닫게 된 것들
[한상익 컨설턴트의 소소한 일상이야기21] 코로나 병상 일기(3)-병상에서 깨닫게 된 것들
  • 편집국
  • 승인 2021.05.2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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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

정확히 17일 만에 퇴원했다. 누군가는 출옥(出獄)이라고 표현하며 축하해줬다. 아마 그 말이 더 적확할 것이다. 입원 내내 병실 문을 나서지 못하게 했으니 잠금 장치가 없는 감옥이나 진배없었다.

내 생전 병원에 입원해 본 적도 처음이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전염병으로 입원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이토록 무기력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함을 배우게 된다.

병상에서 2주 넘게 세상과 격리되어 있다 보니 평소에 그냥 지나쳤던 것들을 깨닫게 된다.

제일 먼저는 건강의 소중함과 어디에도 비길 데 없는 그 절대적인 가치이다. 우리 속담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어떤 일을 대비하지 못해 일을 그르치고 난 후에는 후회하고 손을 써봐도 소용없다는 뜻으로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로 “망양보뢰”(亡羊補牢)라는 말을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이 말은 “망양이보뢰 미위지야” (亡羊而補牢 未爲遲也)에서 온 말로, “양을 잃은 후에 우리를 고쳐도 늦은 것이 아니다”라는 뜻이기 때문에 우리 속담과는 의미에서 차이가 있다. 

외양간이 부실해서 소를 잃어버렸다면 다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외양간을 보수하고 튼튼하게 고치면 더 이상의 피해는 막을 수 있다. 

이처럼 일이 잘못되거나 그르치게 되어 후회한 후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는 그런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노력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자신이 쌓아 올린 부를 모두 잃게 되면, 세상이 무너진 듯 생각하며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재물을 잃은 것은 다른 것에 비해 손해 비중을 적게 친다. 

왜냐하면 실패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하여 열심히 노력하면 다시 부를 쌓을 수 있고, 때론 더 큰 부를 얻을 수 있는 전화위복이 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명예와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은 많은 것을 잃는 것이다.  다시 명예와 신뢰를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생전에 회복하지 못하고 삶을 마감할 수도 있다. 그래서 사후에 명예가 회복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 건강은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는 수중에 억만금이 있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언젠가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로 나도 강의할 때 많이 인용했던 질문이 있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100대를 맞으면 100억을 준다고 하면 당신은 맞겠는가? 물론 100대를 맞아도 죽지 않는다는 보장을 조건으로 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맞는다고 할 것이다. 100대를 맞고 몇 달 병원에 입원해 있는 한이 있어도 100억을 벌 수 있으니 당연히 맞으려고 할 것이다. 한 대에 일억이니 아마 맞으면서도 빨리 때리라고 할 지도 모른다.

두 번째 조건은 때리지도 않고 100억의 10배인 1,000억을 주는데, 내일 죽어야 한다면 당신은 받겠는가? 어떤 사람은 내 한 몸 죽어 남은 가족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기꺼이 죽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 자신만 놓고 생각할 때 내일 죽게 된다면, 나에게 주어지는 1,000억은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에 대부분 안 받는다고 한다. 

건강을 해치며 돈을 모으거나,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몸을 상해 가면서 어떻게든 높은 지위에 오르려고 애써서 마침내 목표를 이뤘지만, 결국 병을 얻어 그 결실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예를 종종 보게 된다.

병원에 있으면서 코로나 증상으로 열이 나고 온몸이 쑤시고 아파서 해열 진통제를 먹어도 잠을 못 잘 정도로 고통스러웠을 때, 정말 부, 명예, 권세, 지위 등은 나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이 소용없고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다음으로 깨닫게 된 것은 진정한 친구에 대한 생각이다.
명심보감 교우편(交友編)에 “주식형제천개유, 급난지붕일개무” (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라는 말이 있다. 풀이하면, “술 먹고 밥 먹을 때 형, 동생하는 친구는 많지만, 급하고 어려울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는 한 사람도 없다.”라는 뜻이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SNS에 올리고, 몇 군데 단체 카톡방에도 올리고, 몇몇 지인들에겐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냈다.

난 페이스북을 주로 이용하는데, 추리고 추렸는데도 ‘친구’라는 정의 아래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에 내 소식을 듣고 안타까워하며 댓글이라도 남겨준 사람은 10분의 1도 안 됐다.

단체 카톡방도 마찬가지다. 같은 단체에 속해 있지만, 아직 일면식도 없는 사람 중에 관심과 염려 그리고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이 있는 반면에 나름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 중에 전혀 관심 표명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댓글도 형식적인 한 마디를 보낸 사람들도 있고, 진정성과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진심으로 쾌차를 기원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댓글을 써준 분들도 있었다. 어떤 분은 내가 병원에서 무료한 시간을 이겨낼 수 있도록 이메일로 영화를 몇 편 보내주신 분도 있다. 세심한 배려심을 느낄 수가 있었다.

육체적으로나 심적으로 약해지게 되면 쉽게 마음에 상처를 받게 되는 것 같다. 건강할 때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들도 심신이 약해지면 작은 일에도 아쉽고 서운해지고 서글퍼진다. 그러기에 어려울 때 받은 설움이 오래 가고, 힘들 때 내밀어준 손길은 평생 고마움으로 마음에 남는 것이다. 

병상에 있을 때 “도움이 필요할 때 함께 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다.” (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 deed.)란 말이 내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물론 성원과 염려의 댓글 하나로 그 사람의 진정성과 우정을 매김 할 수는 없지만, 비록 짧은 한 줄이라도 댓글을 달 때 입원해 있는 나를 생각했을 그 마음이 고맙고, 그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이가 진정한 친구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상익(myhappylifeplan@gmail.com)
•푸른소나무 life plan consulting 대표
•재취업지원 컨설턴트
•한국생애설계사(CLP)/생애설계 전문강사 
•뉴질랜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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