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춘추전국시대 20兆시장…할인점 領土확장 치열
할인점 춘추전국시대 20兆시장…할인점 領土확장 치열
  • 승인 2002.01.1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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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탄생 10년에 백화점 외형 추월,E마트·롯데·월마트 등 올해
50여개 점포 신설, "더 이상 부지 없다"

말띠해인 올해 할인점의 영토확장은 마치 골인지점을 향해 힘차게 질
주하는 경주마의 모습과 같다. 오로지 ‘1등’이라는 목표만을 위해
힘차게 말의 엉덩이에 가하는 기수의 채찍질처럼 할인점들은 출점 가
속화에 여념이 없다. 이런 기세라면 백화점을 밀어내고 유통업계의 맏
형 자리를 차지할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전체 업종 가운데 할인점이 26.5%로 가장 큰 폭
의 성장세를 보이며 백화점을 제치고 주력 소매업종으로 자리잡을 것
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도 올해 할인점 매출 규모를 지난해 13조6천억
원에서 16조9천억원으로 3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8
조1천억원이 예상되는 백화점 매출 규모에 육박하는 수치다. 내년에
는 20조6천억원으로 백화점 19조1천억원을 가볍게 따라잡을 공산이 크
다.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백화점이 만 10년밖에 안된 할인점에 추월당
한다는 것은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이 그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전문가들은 올해 할인점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내년에는 성장세가 다
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해 자연스
럽게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부지확보와 지방자치단
체·지역 중소상인들과의 갈등은 출점에 앞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다. 할인점들이 ‘렛츠고 차이나’를 외치며 중국 시장으로 눈길을 돌
리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절정에 오른 출점 경쟁=올해 예상되는 신규 할인점 수는 무려 50개
가 넘는다. 지난해 30여개에 비하면 배에 가까운 숫자다. 전국의 할인
점 수는 지난해 말 2백개를 돌파한 이후 1년 만에 2백50개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규 출점의 경우 신세계 이마트·롯데마그넷
등 국내 2개사와 프랑스 까르푸·미국 월마트·삼성테스코 등 외국계
3사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른 과점화 현상도 심화돼 이들 ‘빅5’의 시장점유율이 75%가
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1월 현재 42개 점포를 운영하며 국내
할인점 시장의 맹주로 자리잡은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내년에 5천5백
억원을 투자해 15개 점포를 새로 열 계획이다. 신규점은 대구 칠성점
(4월), 대전 둔산점(〃), 경북 구미점(6월), 경남 창원점(8월), 인천
연수점(11월), 강원 강릉점(12월) 등으로 대부분 매장 면적 3천평 규
모의 초대형 점포다.

특히 구미점과 강릉점은 경쟁 점포가 없는 처녀 진출지역. 둔산점은
까르푸와, 칠성점과 창원점은 홈플러스와 동일 상권에 위치해 있어 외
국계 할인점과 시장점유율을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

유통왕국 롯데가 운영하는 마그넷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마그넷은
총 6천5백억원을 투자해 12개 점포를 새로 열고, 전국 36곳에 마그넷
깃발을 꽂는다는 복안이다. 서산(3월), 마산(4월), 목포(5월), 중계(8
월), 수원(11월) 등 서울·수도권과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계획
을 잡아 놓았다. 매출 목표는 2조8천억원으로 지난해 1조6천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려 잡았다. ‘돌 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고 할 만
큼 보수적이기로 소문난 신격호 회장도 마그넷 출점에는 대대적인 투
자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할인점 시장에서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마그넷이 1, 2위를 차지하
고 있지만 외국계 할인점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다만 작년의 경우 홈
플러스를 제외하고 출점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 하지만 이것
은 어디까지나 한국 시장의 체질에 적응하기 위한 ‘체력단련 기간’
이며 할인점 포화를 염두에 둔 ‘시간끌기 작전’에 불과하다는 시각
이 강하다. 한마디로 "현재까지는 부진하나 잠재력은 무한"하다는 결
론이다.

지난해 목동점과 시흥점 2개점을 여는데 그치며 마그넷에 2위 자리를
내줬던 까르푸(현재 22개점)는 올해는 다소 공격적인 출점을 전개한
다. 한국까르푸 마크 욱생 사장도 “지난해는 시스템 개선과 운영 효
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몰두하느라 출점이 다소 늦어졌을 뿐”이
라고 밝힌 바 있다.

한마디로 더 멀리 뛰기 위한 개구리의 움츠림이었다는 의미다. 까르푸
는 올해 약 3천억원가량을 투자해 안산·청주·광주·군산 등 9개곳
에 까르푸 간판을 단다. 이를 통해 30개가량의 점포망을 갖추고 한국
에 진출한 외국계 할인점 가운데 매출과 규모면에서 모두 1위 자리를
지켜나간다는 전략이다. 현재 출점 부지도 10여개 매입해 둔 상태다.
출점 형식은 모두 기존처럼 직접 부지를 매입, 독립 점포를 세우는 방
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영국 테스코가 81%의 지분을 가진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내년에만 11
개 점포를 새로 열고 전국적으로 25개의 점포망을 갖춘다는 계획이
다. 신규 진출 지역은 수원 인계(4월)·부산 수영만(5월)·광주 동일
(9월)·인천 가좌(7월)·대구 성서(12월) 등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를 위해 총 9천억원을 점포 출점에 투자, 2조4천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할인점 시장점유율은 현 9.7%에서 15% 선까
지 늘려 업계 3위에 올라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홈플러스 이승한 사장은 “영국 테스코로부터 들어오는 매년 1조원 규
모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2005년까지 총 55개점, 10조원의 매출을 기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화정·대구 비산·울산 중앙 등 3개 매장을 오픈한 바 있는 월
마트(현 9개점)는 올해는 5개점가량을 열 예정이다. 지금까지 세계 1
위 유통기업 월마트가 유독 국내 출점을 늦춘 이유에 대해 한 유통전
문가는 “과열 경쟁구도로 치닫고 있는 국내 할인점 시장을 주시하고
있을 뿐 포화 상태에 이르는 내년께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타업체
를 인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월마트는 치열한 출점경쟁 속에서도 한 발 비켜나 대구백화점 소
유 부지와 대구 건설업체인 우방 부지, 킴스클럽 화정점 인수에 몰두
해 왔다.
외국계 할인점 중 98년 프라이스클럽을 인수하며 국내 시장에 진출한
코스트코홀세일(현 5개점)은 1, 2개 출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신코아 4개점을 인수한 세이브존의 모습은 주목할 만하다. 경
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본점을 운영 중인 세이브존은 98년 유통업에 진
출한 뒤 영업면적 3천평 규모의 패션할인점을 운영해왔다. 지난해 1월
엔 경남 울산의 토착 백화점인 모드니백화점을 인수해 2호점으로 개장
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한편 킴스클럽과 그랜드마트 등은 출점보다는 매장 리뉴얼 등을 통해
내실 다지기에 들어갔고, LG마트의 경우 올 7월 LG그룹이 유통부문을
통합하고 LG마트를 어떻게 이끌어 갈지에 따라 그 향방이 달라질 것으
로 보인다.

◆출점을 위해 넘어야 할 산=할인점들이 신규 출점을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가장 시급한 것이 부지 확보. 할인점마다 2005년까지 적게
는 50개, 많게는 85개까지 점포망을 확대할 계획을 잡고 있는 만큼 부
지확보는 업체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특히 출점 경쟁이 치열
해지면서 소위 ‘목 좋다’고 불리는 곳은 이미 타업체에서 선점해 놓
은 경우가 허다하다.

부지를 매입한다는 소문이 날 경우 미리 웃돈을 주고 선점하는 사례
도 많아 부지 확보전은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애써 마련한 부지도 토
지용도 변경 제한에 걸리는 때도 있다. 국내 실정이 그리 밝지 않은
외국계 할인점의 경우 더욱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금지된 셔틀버스 운행은 더욱 큰 악재로 작용, 고객들이 찾기쉬운 도
심 위주로 출점할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었다.

할인점들은 주로 직접 자리 물색에 나서면서 타업체가 내놓은 점포나
일반 기업체 땅, 법원 공매 물건 등 전방위적으로 부지 확보에 나서
고 있다. 실제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서울 명일동 해태마트를
매입한 바 있으며 얼마 전엔 시멘트 생산업체인 성신양회 성북공장 부
지를 6백27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또 신세계 건설이 참여하는 죽전 역세권 계발계획에도 참여, 죽전역사
에 5천평가량의 점포를 확보했다. 홈플러스의 경우 기존점 포함 현 30
개 부지가 확보된 상태며 10여개가량은 계약을 진행 중이다. 롯데마그
넷을 비롯한 몇몇 업체들은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내 출점을 위
해 애쓰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부지 확보에서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지역 중소상인과
이를 의식한 지역단체와의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지방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 문제가 더욱 첨예하게 대립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신세계 이마트 여수점의 경우 지난해 지역상인들의 반대로 출점
이 다소 지연된 바 있으며 홈플러스 동대문점도 인근 상인들의 반대
를 의식한 동대문 구청의 반대로 착공 공사가 2년여 미뤄져 왔다.

다만 정부가 올해부터 현재 시·도지사에게 등록토록 돼 있는 매장면
적 3천㎡(약 9백평) 이상의 대규모 점포개설 조건을 신고제로 완화하
기로 것은 다소 숨통을 틔워주는 부문이다.

◆멀지 않은 할인점 포화상태=국내 적정 할인점 수를 2백50∼3백개(점
포당 상권인구 수를 15만∼18만명)로 봤을 때 올해는 할인점이 거의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할인점의 높은
성장을 이끌어왔던 업체들의 신규 출점이 과연 2003년 이후에도 가능
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일부 독점상권을 제외하고는 할인점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쓰러지는 곳이 생겨날 수도 있다.

전문 할인점인 카테고리 킬러의 등장도 위협적인 부문이다. 이미 유
명 완구판매업체인 토이저러스의 경우 롯데와 합작으로 국내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연승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경우 시스템과 노하
우를 보완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매출보다는 이익 위주로 사업
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라며 “대신 외국계 할인점은 세밀한 지역밀
착 마케팅으로 한국 실정에 맞는 토착화에 더욱 신경을 쓰고 글로벌
네트워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거대 소비시장 중국을 향해=국내 할인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
이라는 전망에 따라 할인점들은 일찌감치 중국진출을 준비해 왔다. 97
년부터 상하이(上海)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 이마트는 이를 교두보
로 중국 진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이미 현지에 중국 시장 조사팀이
파견돼 근무 중이다. 이마트는 향후 3년 안에 상해에만 5개점을 연다
는 계획. 신세계는 상하이 진출이 성공할 경우 선양(沈梁)·옌볜(延
邊) 등 다른 지역으로도 점포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농심가의 할인점 메가마켓도 선양에 문을 열고 성업 중이다. 농심가
는 현재 칭다오(靑島)·다이렌(大連) 등지에 추가 개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마그넷은 이르면 올해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국내 컨설팅 회사를 통해 이에 관한 시장조사를 마친
상태다. 출점시기와 방식만 남았다. 중국 시장조사를 마친 영국테스코
는 홈플러스를 통해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할인점들의 중국 진출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단계라고도 해
석할 수 있다.

◆홈쇼핑 등은 만만치 않은 복병=‘다양한 제품과 값싼 가격’으로 소
비자들에게 ‘원스톱 쇼핑’이라는 선물을 안겨준 할인점이 앞으로도
국내 소매유통시장의 큰 축을 형성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적자생존이라는 정글의 법칙이 할인점 시장에도 예외는 아니다. 홈쇼
핑·온라인쇼핑몰이라는 복병도 무시할 수 없다.

다수의 업체가 공존하기 어려운 할인점 시장에서 과연 누가 살아남는
가는 큰 관심사다. 올해 생존의 윤곽은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치열
한 영토 확장에 분주한 할인점들이 2002년을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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