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 데이비슨- 문화가 살아있는 모터사이클
할리 데이비슨- 문화가 살아있는 모터사이클
  • 승인 2001.03.09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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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흐름은 많은 변화를 수반한다. 기업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소비
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을 가하고 있고, 소비자는
새로운 흐름에 걸맞는 소비를 탐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아래서 브랜드
는 상표구별의 기능 이상으로 확장되어,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반영
하는 문화창출자, 곧 문화Maker로 거듭나고 있다.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장하여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많이 파는냐"보
다 더한 생명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
서 미국산 모터사이클 [Harley Davidson]은, 브랜드를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의 표현 수단으로 인지시키고 충성도 높은 소비자와의 독특한
문화창출에 성공한 대표적인 예이다

할리 데이비슨 모터사이클(Harley Davidson Motorcycle)은 1903년 미
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윌리엄 할리와 데이비슨가의 3형제에 의해
처음 탄생한 후, 지난 110여년 동안 일관된 스타일로 자유와 남성다움
을 내세우며 Rider들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하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모터사이클의 명품이다.

가장 전통적이고 가장 모터사이클다운 디자인을 내세운 [할리 데이비
슨]은 거칠고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핵심으로 [할리 라이더]들이 추구
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표출해주었다.
[할리 데이비슨]이 표방하는 이미지는 사회적 주류들 보다는 사회적
이단자를 자칭하는 부류들의 아이덴티티와 부합되었다. 검은색 가죽
자켓에 실버벨트를 두른 장발꽁지머리의 할리맨들은 [할리 데이비슨]
만의 엔진소음을 내며 무리를 져서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고, 할리의
이미지는 곧 "깡패"같은 이미지로 직결되었다. 할리는 사회적 이단자
들의 분모이자, 교집합이었다.

1983년, 할리 소유자들의 모임인 HOG(Harley-Owner Groups)는 본사와
의 긴밀한 유대감 속에 결성되었다. HOG의 결성은 할리맨들이 자신들
의 가치를 공유하고 연대감을 형성하도록 일조하였다. [할리 데이비
슨]을 타는 것은 단순히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 이상으로 간주되었고,
그들 스스로 HOG로서 의미를 부여하였다. 매 5년마다 밀워키에서 열리
는 창립기념일 행사는 회사 차원의 기념일이 아닌 전 HOG들에게도 의
미있는 기념일이 되었다. HOG는 [할리 데이비슨] 신화의 일등공신이
자, 지지자였다.

그러나 할리 데이비슨에게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1990년에 38세하던
HOG들의 평균나이는 2000년이 되자 45세가 되었고, 이와 더불어 젊
고, 터프하며, 남성적이었던 [할리 데이비슨]의 이미지 역시 노쇠하였
다. [할리 데이비슨]은 70년대 젊은이들의 상징이었지만 90년대 젊은
이들의 상징이 되진 못했다. 할리는 [할리 데이비슨]의 이미지를 이끌
고 있는 HOG들이 더 늙기전에, 핵심 소비계층인 20대와 새롭게 부각되
고 있는 여성들을 끌어들여 브랜드이미지를 쇄신시켜야 하는 필요성
에 직면하였다.
할리 데이비슨이 작고 누구나 탈수 있는 가벼운 모형의 오토바이, 부
웰 블래스트(Buell Blast)를 선보인 것도 이때문이다.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은 사회의 이단자들의 표현수단이 아닌 대중적
인 취미로 확산되면서 회계사나 변호사 의사등 사회의 주류층도 할리
의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하였고, 그 무게 중심은 할리의 전형적인 모
델보다 부웰 블래스트쪽으로 옮겨갔다. 전형적인 HOG들의 모습이 변해
가고, 할리의 아이덴티티가 담겨있는 브랜드가 그 힘을 잃어가면서
[할리 데이비슨]은 총체적인 혼란에 겪어야 했다.

[할리 데이비슨]은 기존의 할리매니아들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새로
운 타겟들에게 어필될 수 있는 균형잡힌 이미지로 자리잡히기 위한 노
력을 진행하였다.
기존의 깡패같은 이미지를 부드럽게 완화시키기 위해 자선단체와 HOG
를 연계하여 자선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이런 시도는 오토바
이 타는 것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확립에 기여하였다. 또한 할리는 터
프하고 남성적이며 조금은 아웃사이더같은 기존의 이미지는 유지함으
로써 빌딩속에서 생활하는 사회의 주류들에게 해방감을 줄수 있는 탈
출구이자, 과시감을 줄수 있는 상징적이미지를 확보하였다.

각각의 영업소에서는 "라이더의 장점(Rider"s Edge)이라는 프로그램
과 "오토바이 렌트"를 시행하여,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탈수 있도
록 유도하였다. 4일간의 강좌로 이루어져 있는 "라이더의 장점"은 처
음 오토바이를 접하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정보와 더불어 오토바이 라
이센스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오토바이의 렌트를 통
해 초보자들이 서로 다른 오토바이-부웰인지 할리인지-에 대한 감을
잡고, 자신에게 맞는 오토바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주었
다.

[할리 데이비슨]은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여 자신의 색깔을 조용히 바
꾸고 있다. 부웰이 할리를 잠식시키기 위한 용병의 역할이 아닌, 할리
의 이미지의 연계선상에서 자연스럽게 인지된다면 [할리 데이비슨]의
현재의 고통은 새로운 신화창조를 위한 산고에 불과하다.
[부웰 블래스트]를 타는 사람들 중에 엔진소리에서 할리를 느끼고, 자
신을 할리맨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젊은 층을 어필
하고자 한 할리의 노력은 [할리 데이비슨] 신화의 연속선상에 놓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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