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Case] 이세이 미야케
[Brand Case] 이세이 미야케
  • 승인 2000.12.22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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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이 미야케"…"입는 자유" 표현


유럽에서 더 유명한 일본의 패션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ISSEY
MIYAKE)의 패션쇼는 항상 묘한 감동을 준다.

일본 전통 동요가 흐르는 가운데 여름 축제옷을 입고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 곳곳에 매달려 흩날리는 종이학들, 주름 잡힌 일본우산이 한편
의 연극처럼 관객에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넨다. 이어져 펼쳐지는 그
의 옷들. 쇼가 끝나면 애틋한 향수와 디자이너의 인간적 매력이 잔상
으로 남는다.

그는 직관과 관습이라는 일본적 가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에 모리’나 ‘켄조’와 확연히 구분된다. 일본 문신예술가들
이 사용하는 문양을 프린트한 옷이라던가 철사로 된 구조물에 옻칠한
구조물같은 의상, 누빈 면의 일종인 ‘사시코’를 이용한 옷은 일본
의 전통에 새로운 빛을 던지고 있다.

그의 디자인의 특징은 의상과 인체사이에 일정한 공간을 뛰우는 특유
의 방식에 있다. 기모노에서 차용한 둘러쓰기 또는 묶기를 통해 ‘입
는 방식의 자유’라는 여백도 제공한다. 이런 스타일이 서구인들에게
신비감과 즐거움을 주며 80년대 초반부터 동경을 세계 패션의 중심지
로 부각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필자가 일본 도쿄에서 유학하며 면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90년
대 초 가게를 찾은 외국인 10명중 7,8명은 여름용 기모노인 ‘유카
타’를 사갔다. 그런 모습을 보며 ‘일본풍’을 세계적 트렌드로 키워
낸 그에 대해 감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비교할 수 없이 오랜 역사
를 가진 우리나라 디자이너로서 ‘전통에 가치를 둔 창조’라는 이세
이 미야케의 작업에 존경과 질투라는 모순된 감정을 동시에 느끼곤 했
다.

그의 디자인은 침구 목욕용품 수건 등으로 널리 퍼졌다. 지난해 SBS
TV의 드라마 ‘불꽃’에서 재벌가의 딸로 나왔던 유호정이 이 브랜드
의 수백만원대 목욕가운과 침구세트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다른 명품에 비교해보면 이세이 미야케는 이제
막 명품의 문턱에 들어선 브랜드. 이름에 걸맞는 미래를 만들어야할
부담은 고스란히 숙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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