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서 막은 ‘노인 무료급식’
구청서 막은 ‘노인 무료급식’
  • 승인 2004.03.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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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내 무료급식이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동네 미관을 해친다며 구청이 무료급식을 제지하고 나서 물
의를 빚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 265 독립문 소공원에서 매일 노인등 400여명에게 무료급식을 해오고 있는 김종은씨
(56)는 최근 서대문구청으로부터 날벼락같은 통보를 받았다.

급식을 위해 설치된 컨테이너를 이전하고 급식을 중단하라는 공문이었다. 서대문구청은 1차로 2월28일까
지 이전명령을 내렸고 컨테이너를 철거하지 않자 지난 10일까지 이전을 재촉구하는 공문을 또 보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주민들로부터 매달 한두차례 전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현장을 둘러보고 무료
급식이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있다고 판단해 컨테이너 이전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다시 이전촉구 공문을 보내고 이행치 않을 경우 강제 철거, 공원에서 아예 급식을 하
지 못하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대문구청이 내세우는 이전 사유는 컨테이너가 공원을 무단점유해 도시공원법(32조2항)을 어겼다는 것.
아울러 무료급식으로 노숙자들이 상주하고 다른 지역 독거노인들이 공원으로 몰려와 동네 미관과 주민 불
편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씨가 이런 일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84년부터 현저동 서대문교도소 자리(현 서대문 형무
소역사관)에서 무료급식을 했지만 서대문구청이 ‘관광지역’이라며 다른 곳으로 옮길 것을 명령, 결국 90년
에 이곳으로 자리를 잡아야 했다.

김씨는 “이곳에서 10년 넘게 급식하고 있는데 이제와서 죄인 취급하듯 호통을 치며 다시 다른 곳으로 이전
을 강요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무료급식으로 한끼를 해결하고 있는 독거노인과 20여명의 노숙자들은 “관청이 없는 사람들을 멸시하고 있
다”면서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이다.

10여년째 이곳을 찾고 있다는 김모 할머니(86)는 “구청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려운 사람들에게 밥먹여
주는 일까지 방해할 수 있느냐. 드러누워서라도 컨테이너 철거를 막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여기서 급식을 못하게 하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면서도 “언론에 보도되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될
까 염려된다”고 한숨지었다.

78년부터 조그만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배고픈 어린시절을 잊지 못해 수익금 일부를 털어 독립
문소공원과 남산에서 연중 하루도 빠지지 않고 500여명에게 무료급식을 해오고 있다. 그는 이러한 공로로
2001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한편 서대문구청은 지난달에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인근 보건소를 헐어 이곳에서 하던 종교단체의 무료급
식이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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