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엄마, 나 밥은 누가 줘요?”
“그런데 엄마, 나 밥은 누가 줘요?”
  • 승인 2004.07.2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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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딸아이가 어제부터 여름방학에 들어가더니 오늘 아침부터 연신 휴대폰이 울려댄다.

“엄마, 나 혜준인데 컴퓨터 해도 돼요?”
“엄마, 나 혜준인데 피아노 학원 가요?”
“엄마, 나 혜준인데 채영이네 놀러가도 돼요?”
"엄마, 나 혜준인데........"

여름방학동안 혼자 밥 챙겨먹을 일이 걱정인 혜준이.
이번이 전업주부생활을 끝내고 직장에 다니면서 두 번째 맞는 딸아이의 학교 방학이다. 직장에 다니면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의 방학만큼이나 신경 쓰이는 게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의 방학이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방학을 하면 잠시 다른 곳에 맡길 곳을 찾으면 되지만 방학 한 달여 동안 집에 남아있는 아이의 식사나 학원 보내는 일 등은 저학년 아이의 경우 방학이 끝날 때까지 일일이 챙겨 주어야 한다.

올해엔 작년보다 조금 더 자랐다고는 하지만 아침부터 연신 엄마를 찾아대는 걸 보면 아직 어린 아이인가 보다. 지난 겨울방학 때는 점심시간엔 집으로 가서 아이의 점심을 챙겨주고 학원으로 데려다 주었다. 회사가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피치 못한 경우엔 아이 혼자 점심을 먹고 시간에 맞춰 학원에 가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고나면 아이가 밥은 잘 챙겨먹었는지 학원에는 잘 갔는지 영 신경이 쓰이고 초조했다.

올해 긴긴 여름방학동안 내 전화기는 얼마나 삐리리삐리리 울릴런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학교에서 하는 특기적성교육




중에 종이접기를 택해 2년째 배우고 있는 아이는 아침에 학교로 가서 수강을 마치고 11시가 되자 집에 도착했다고 또 전화를 했다.

“엄마, 나 혜준인 데 종이접기 갔다 왔어요.”
“응, 잘 갔다 왔어?”
“근데, 엄마 나 언제 피아노 학원가요?”
“이따가 1시 되면 가.”
“그런데 엄마, 나 밥은 누가 줘요?”
“뭐? 밥은 누가 주냐구? 혜준이 다 컸으니까 혼자서 차려 먹을 수 있지? 이따 배고프면 혼자 챙겨 먹어, 냉장고에 반찬 있으니까 꺼내서...”

불쌍한 우리 딸내미! 맞벌이 하는 엄마아빠를 둔 덕에 점심은 누가 줄지 고민하는 우리 사랑스러운 딸에게 난 이 말밖에 해 줄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급식은 우리에게 많은 편의를 준다. 아이의 점심 반찬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다른 일을 하다가 때맞춰 집으로 달려오지 않아도 된다.

방학기간이라도 많은 수의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는 특기적성교육을 수강하기 위해 학교로 간다. 보통 오전 12시에서 12시30분정도면 교육은 끝난다. 이왕 학교에 가는 거, 맞벌이 부부의 아이를 위해서나 엄마들의 여가 선용을 위해서나 방학 중에도 급식실을 운영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아이들도 편하고 엄마들도 편하고 맞벌이 부부도 좋고, 급식실에 근무하는 계약직직원들도 급여 받으니 좋고, 식료품 납품하는 회사도 방학 중에도 납품을 할 수 있으니 모두가 좋지 않을까?

국정넷포터 박미경 mkp031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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