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로 생계유지하는 ‘프리터族’ 급증
알바로 생계유지하는 ‘프리터族’ 급증
  • 승인 2004.09.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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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때문에 정규직포기…수입은 보통 70만~80만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프리터(freeter)’ 족(族)이 급증하고 있다. 이는 취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정규직 취업대신 아르바이트로 방향을 돌리는 구직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프리터(freeter)’는 ‘자유(free)’와 ‘근로자(arbeiter)’의 합성어로, 80년대 이후 일본에서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청년층을 일컬었다. 하지만 최근 급증하는 한국의 프리터들은 결코 자유를 이야기할 만큼 여유롭지 않다. 취직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프리터가 되는 ‘생계형 프리터’가 주류를 이루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시로 인터넷을 뒤져 박람회 행사 진행, 사무 보조, 호프집 서빙, 전화 설문 조사, 무대 설치 등 일자리가 있는 곳은 가리고 않고 달려간다. 수입은 보통 70만~80만원선으로 알려졌다.

최근 취업사이트 잡링크(www.joblink.co.kr)는 3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 1,38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현재 취업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33.5%(463명)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취업 대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62.4%(289명)가 ‘심각한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라고 답해 청년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결국 구직중인 회원 열명중 세명 이상이 정규직대신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는 셈이다.

또 구직자 921명을 대상으로 ‘구직활동이 계속 장기화(1년 이상)되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답이 35.6%(328명)로 가장 많아 취업 대신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구직자들은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인터넷 아르바이트 소개업체인 알바링크(www.albalink.co.kr)도 최근 아르바이트 희망자 5만 4,534명을 분석한 결과, 24~30세의 비율이 35%(1만 8,986명)로 작년의 23%보다 10% 이상 늘어났다. 특히 대졸 이상의 아르바이트 구직자는 62%를 차지했다.

이처럼 아르바이트 수요가 늘면서 알바 전문사이트가 대거 생기는가 하면 채용 전문업체들도 아르바이트 서비스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잡코리아는 아르바이트 전문사이트인 ‘오늘의 아르바이트’를 인수, 지난 5월부터 ‘알바몬’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새로 시작했다. 이에 앞서 파인드잡(www.findjob.co.kr)은 지난 2월부터 아르바이트 채용정보를 따로 떼어 ‘파인드 알바’로 독립시켰다.

이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이상우 연구원은 “프리터는 전문적인 경험이나 지식을 습득할 기회가 없어 자신의 역량을 소진하고 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대다수의 취업전문가들은 2~3년간의 아르바이트가 계속되면 나이 제한 등으로 취업이 더욱 어렵게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힘든 고생 끝에 성과를 얻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최근 들어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나는 아르바이트로 12억 벌었다’는 책을 내 화제의 작가 반열에 오른 조인호씨는 평범한 성공방정식을 뒤집은 경우다. 조 씨는 공사판 인부부터 신문배달원, 세차장 세차원, 청소부, 이삿짐센터 도우미, 뷔페음식점 종업원, 동사무소 사무보조원, 실내낚시터 보조원, 학원강사, 전단지 배포원 등 온갖 아르바이트에 20대를 바쳤다. 그 결과 12억원을 모아 청년 자산가가 된 그는 비정규직의 성공신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CEO까지 오른 사람도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대표이사를 거쳐 CJ그룹 식품서비스군 총괄 대표이사에 오른 정진구 대표가 대표적이다. 군대를 갓 제대한 후 1974년 미국으로 건너간 정 대표는 세븐일레븐의 말단점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온갖 고생을 겪은 정 씨는 99년부터 스타벅스코리아의 전문경영인으로 일하며 스타벅스 뿌리를 한국에 내리는 공로를 세웠다. 유통업의 아르바이트생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했던 그였기에 업계 생리를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비정규직 아르바이트가 처우나 보호 측면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들을 위한 법적 보호나 사회적 안전망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의 이같은 풍속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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