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자본이 잠식한 우량 빌딩 지키기에 토종기업 나서
외국계 자본이 잠식한 우량 빌딩 지키기에 토종기업 나서
  • 승인 2005.06.1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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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동산 사수에 내수자본 공격적 매입 양상

오피스 빌딩의 안정적 수익구조에 기관투자 눈독

최근 들어 외국계 핫머니에 대해 정부가 사정의 칼날을 빼 들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에게 익숙했던 외국 자본를 좀더 냉정한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으며, 국내자산에 대한 보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자본의 무차별적 매입으로 서울의 주요 빌딩들은 외국 자본의 손으로 넘어 갔다. 하지만 이제는 그 판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토종 부동산 펀드와 기관 투자가에 정부의 연기금까지 우량 빌딩에 대한 매입이 되살아나고 있다.

또한 서울의 대형빌딩 수익률은 아시아 최고를 자랑한다. 빌딩 운용 수익률이 7%를 넘어서는 시장은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현재 과열 양상 마저 띄고 있는 빌딩업계를 살펴보자.

론스타, 스타타워로 3년 만에 시세차익 3000억원 수익

외환 위기 이후 국내 대형빌딩 매매시장이 외국계 자본에게 상당부분 장악돼 거래가 위축됐었다. 광화문과 강남, 여의도 등 서울 노른자위 지역의 주요 오피스빌딩이 부동산투자회사 등 외국계 자본의 수중에 속속 들어갔으며, 2002년 경 국내 기업과 자본들이 소폭 경기호전으로 빌딩을 매입하려 해도 외국계 벽에 부딪치는 등 상당한 후유증이 남아 있었다.

당시 종로구 서린동 갑을빌딩까지 모건스탠리에 팔리면서 광화문 일대는 사실상 외국계 자본이 넘치게 되었다.

모건스탠리는 코오롱빌딩을 625억원에 사들였고 한누리빌딩, 은석빌딩, 현대해상 무교동사옥을 매입하는 등 빌딩 매수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싱가포르투자청도 서울파이낸스센터(3,550억원)와 옛 아시아나빌딩, 스타타워를 손에 넣었으며, 네덜란드계 뮤추얼펀드 로담코는 현대중공업이 갖고 있던 빌딩을 1,250억 원에 매입했다. 2004년 12월 론스타에서 싱가포르투자청으로 주인이 바뀐 스타타워는 론스타측에 3000억 원에 가까운 투자 수익을 안겨줬다. 론스타는 3년 만에 시세 차익만 47%를 올린 것으로 추산한다.

여의도에서는 증권가에 위치한 동양증권, 대우증권, SKC빌딩, 고려빌딩 등이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자본에 넘어갔다.

1998년 이후 2002년 말까지 25개의 대형 빌딩이 외국계 자본에 넘어갔으며, 매각규모는 3조원에 이르렀다.
이는 당시 60조원에 달하는 서울시내 11층 이상 오피스빌딩 시장 규모의 4.4%에 불과하지만 대형빌딩의 경우 매매거래가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계가 사실상 시장을 싹쓸이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국내자본 전방위 공격에 외국 자본 주춤

빌딩 운용 수익률이 7%를 넘는 시장은 아시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강남권 공실률은 2~3%대에




에 불과하고 정부의 신규 벤처기업 진흥책 등이 발표되면서 사무실 임대 수요는 늘어날 것 이라는 기대가 높다. 이에 외국계 자본의 독무대였던 시가 500억원 이상 국내 대형빌딩 거래시장에 토종자본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우량매물을 잡으려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에서 거래된 대형빌딩 34개 중 18개(거래가 1조8000억원)에 매수자로 참여해 점유율 61%를 기록했던 외국자본은 올해 강북에서만 단 1건을 사들이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외국계 자본에 대한 정부의 대대적인 압력 수사는 이러한 분위기에서 국내 자본에 더욱 힘을 실어 주게 된다. 조세 회피 목적으로 국내 부동산시장에 진입한 외국 자본에 대해 그동안 많은 부분 국부 유출이라는 견해가 팽배했던 것이 현실이다. 아울러 더 이상 그들에 의해 국내 부동산시장이 교란되지 않아야 한다는 분위기도 한 몫하고 있다.

한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의 궁극적 목적은 투자수익에 있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이다 싶으면 언제라도 팔고 나갈 것”이라며 “결국 언젠가는 국내기업이나 자본이 높은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는데 이는 외국자본에 시세차익만 챙겨주는 경우”라고 말했다.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이 통과되면서 매입 가속화

국내 자산운용사와 금융사들이 외환위기 이후 외국 투자기관이 주류를 형성했던 국내 오피스빌딩 시장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국내 빌딩 시장은 크게 국내 자산운용사와 외국계 투자기관의 양대 구도로 재편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올해 더욱 강세를 보인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독무대였던 국내 시장에 연기금 등 5년 이상 장기수익을 노리는 외국계 자본과 국내 기관 참여가 늘면서 수요층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특히, 작년에 신설된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이 통과되면서 국내 부동산 펀드와 기관들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다.

국민은행 자회사인 KB자산운용은 지난 1월18일 서울 중구 중림동 대우디오센터의 절반 지분을 378억원, 여의도 신송빌딩의 절반지분을 297억원에 K1REITs측으로부터 매입했다.

이를 시작으로 지난 3월에는 경기 부천시 소재 유베이스빌딩을 190억원에 매입하는 등 서울·수도권 빌딩 매입에 나선 것을 필두로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맵스자산운용 등 펀드 투자가 잇 따르고 있다.

오피스 빌딩의 안정적인 수익구조로 우정사업 본부와 국민연금까지도 빌딩 시장 진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빌딩시장에 토종자본이 대거 참여하면서 공급에 비해 수요가 크게 늘자 과열조짐 양상 마저 일고 있다. 강남의 일부 빌딩들은 오히려 15% 이상 가격으로 매물이 나와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고 한다.
외국인이 팔고 떠난 자리에 다시 우리 자본끼리의 소모적인 충돌보다는 향후 보다 안정적인 빌딩 경영과 자금 운용이 이루어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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