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일가는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 등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며 특히 금융계열사를 이용한 지배구조 유지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일가가 행사할 수 있는 계열사 의결권이 소유지분에 비해 1~25배로 다양한 가운데 평균 7배에 달하는 등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시장개혁 3개년 로드맵」에 따라 기업집단의 총수일가 및 계열사간 출자구조를 나타내는 소유지분구조와, 총수 일가의 직접 소유지분과 지배지분 간의 왜곡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소유지배 괴리도 및 의결권승수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다.
◆ 소유지분구조 : 금융보험사의 계열사 출자 중 삼성이 52%로 최고
총수가 있는 38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자산 2조원 이상)과 9개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자산 6조원 이상)의 총수일가 지분은 각각 4.94%, 4.64%이고 내부지분율은 각각 51.21%, 47.14%로 각각 지난해에 비해 0.3~2.1%포인트 증가했다. 총수와 친인척의 지분율이 다소 높아졌을 뿐 아니라 계열사를 통한 총수의 지배력도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총수가 있는 자산 6조원 이상의 14개 기업집단(5개 출총제 졸업집단 포함)은 대부분 계열사간 순환출자관계가 형성되어 있고 엘지와 지에스 등 지주회사 그룹과 신세계를 제외한 11개 기업집단에 3단계 이상의 순환출자관계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835개 소속 계열사 증 총수일가가 지분을 전혀 보유하지 않은 계열사도 502개로 60%에 달한다.
또 대부분의 그룹 소속 금융보험사가 주력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주력회사가 계열사에 출자하는 구조를 취해 금융계열사가 지배구조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이 맡긴 돈을 기업의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타당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 중 지에스를 제외한 8개 기업집단이 금융보험사를 갖고 있으며 이 중 엘지와 두산을 제외한 6개 기업집단 소속 12개 금융보험사가 30개 계열사에 2조 4307억원을 출자, 지난해에 비해 692억원 늘어났다. 금융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의 평균지분율은 12.58%로 2.64%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금융보험사의 출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집단은 삼성으로 삼성생명의 삼성카드 출자 등 8688억원이 늘어난 결과 5개 금융계열사가 27개 계열사에 1조 2756억원을 출자, 전체 출자금의 52.47%를 차지했다.
한편, 비상장회사는 총수일가 지분은 낮으나 내부지분율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비상장회사에 대한 계열사 출자지분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 의결권승수 : 비상장회사의 소유지배구조 왜곡이 더 심해
공정위는 규모가 큰 기업집단일수록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이 심하나 소폭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공정위는 소유지배괴리도와 의결권 승수를 들고 있다.
소유지배괴리도는 총수가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총수, 친인척, 임원, 비영리 법인, 계열사 등이 가진 지분의 합인 의결지분율에서 총수와 친인척 지분의 합인 소유지분율을 뺀 것을 말한다.
의결권승수는 의결지분율을 소유지분율로 나눈 수치이다. 소유지배괴리도와 의결권승수가 크다는 것은 지배주주가 낮은 소유지분에 비해 높은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재벌총수가 A회사에 대해 50%만큼의 출자를 하고 A회사는 다시 B회사에 대해 30%를 출자해서 각각 지배종속관계에 있다면 총수는 A회사와의 관계에서 소유지분과 의결권이 같으므로 소유지배괴리도는 0이고 의결권승수는 1이다. 그러나 총수와 B기업간의 관계에서 총수의 소유지분은 0이나 의결권은 30%만큼을 행사하므로 소유지배괴리도는 30%포인트이고 의결권승수는 30%를 0으로 나눈 수치인 무한대가 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소유지배괴리도는 31.21%포인트, 의결권승수는 6.78배인데 반해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은 각각 35.24%포인트, 8.57배로 나타나 규모가 큰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의 왜곡이 더 심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지난해보다 의결권승수는 증가한 반면 소유지배괴리도는 지난해보다 낮아진 데 비해, 출자총액제한기업집단은 소유지배괴리도와 의결권승수 모두 지난해보다 낮아져 규모가 큰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지배간 괴리정도가 큰 기업집단(의결권승수 기준)은 에스티엑스(25.69배), 동양(20.61배), 에스케이(15.83배) 등이며 괴리정도가 작은 집단은 한국타이어(1.13배), 케이씨씨(1.18배), 효성(1.23배) 등의 순이다. 삼성은 7배, 현대자동차는 7배, 엘지는 7.74배다.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중 지에스, 현대는 총수일가의 지분을 약간 증가시키거나 계열사 출자지분을 조금 낮추면 졸업기준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공정위는 내다봤다.
공정위는 소유지배괴리도와 의결권승수가 높을수록 총수일가지분은 낮아지고 계열사지분은 높아지는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분석했으며 비상장사의 소유지배괴리도와 의결권승수가 상장사보다 훨씬 높아 비상장회사의 소유지배구조가 더 왜곡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주요국 상장사들의 의결권승수는 프랑스 1.07, 독일 1.18, 영국 1.12, 스위스 1.35 등 우리나라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
공정거래위원회 이병주 독점국장은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에 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시장참여자 및 이해관계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돕고 나아가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면서 앞으로도 매년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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