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급제, 비정규직 법안의 대안으로 가능한가
직무급제, 비정규직 법안의 대안으로 가능한가
  • 류호성
  • 승인 2007.02.20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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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문제 해결 차원으로는 긍정적 평가
준비시간과 비용문제로 통용되기는 어려울 듯


오는 3월부터 우리은행이 직무급제를 바탕으로 시행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앞두고, 직무급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은 직무급제를 도입해 비정규직 인원 31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신세계의 이마트 역시 계산원 4800명을 직무급제를 도입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연이어 발표했다.

직무급제는 업무의 성격과 공통성을 따진 후 직군을 분류한 뒤, 직무에 대한 가치평가로 임금이 지급되는 임금체계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개인영업직군, 기업영업직군, 경영지원직군, 투자금융직군, 매스마케팅직군, 사무지원직군, C/S직군 등 7개의 직군 임금이 고정급과 성과급에 차이를 두고 차별화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직무급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듯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정규직 전환과 직무 중심형 임금체계 관련 토론회’에는 기업인사담당자와 노조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우리은행 사례를 중심으로 직무급제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직무급제 도입에 대해서는 노사 모두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한국노총 김종각 정책본부장은 “직무급제는 비정규직을 해결하는 하나의 기법”이라며 “우리은행의 직무급제가 차후 문제가 발생할 요지가 있긴 하지만, 의미적인 면에서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경영자총협회 김환일 연구위원은 “직무급제로 임금양극화가 해소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무급제에 대해 많은 문제점이 거론됐다. 아주대 박호환 교수는 “노조에서 올해 인상되지 않은 부분을 내년에 다시 인상할 수도 있으며,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군에서 차별인식이 확산되면 노노갈등까지 유발할 위험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경총 김환일 연구위원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력들의 생산성이 얼마나 뒷받침해주냐가 관건”이라며 “복리후생이 좋아지는데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에게는 손해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직무급제에 대한 환상을 깨야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주대 박호환 교수는 “미국의 자동차, 철강, 항공업계에서도 나타났듯이 직무급제에서도 엄청난 임금인상이 가능하다”라며 “직무급제는 노사간 수많은 이견이 존재하고 있어 신중해야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전문가들은 직무급제를 도입할 수 있는 국내의 기업은 많지 않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또한 인적속성을 배제한 채 직무의 가치만 가지고 임금을 지급하는 서구식 직무급제가 한국적 사고에 부합하지 않으므로 직무가치와 인적속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직무급제 도입 성공의 열쇠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한 전문가는 “직무급제를 시행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3년~5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라며 “최근 직무급제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비정규법안 시행이 코앞인 시점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직무급제가 현실적 대안이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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