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5곳 중 1곳 “복잡한 법령으로 피해 본 적 있다”
국내기업 5곳 중 1곳 “복잡한 법령으로 피해 본 적 있다”
  • 남창우
  • 승인 2007.05.10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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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5곳 중 1곳 이상은 어렵고 복잡한 법령 때문에 실제로 인허가 지연이나 벌금 등의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수도권 제조·건설업체 39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관련 법령상의 애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업체의 22.3%가 어렵고 복잡한 법령 때문에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가 없었다’ 77.7%>

기업들이 피해를 경험한 유형으로는 ‘인허가 신청 반려 등 사업추진 지연’(36.9%)이 가장 많았으며 ‘벌금, 과징금 등 금전제재’(31.0%), ‘영업정지, 입찰참가 제한 등 행정제재’(27.4%) 등이 뒤를 이었다.<기타(4.7%)>

수도권 소재 A社는 최근 공장을 증설하는 과정에서 사업추진이 지연되었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은 기존 공장면적의 20% 범위안에서 공장면적을 초과할 경우는 변경승인절차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농지법과 산지관리법에서는 10% 이내에서 전용허가를 면제하고 있어 당연히 10%~20% 범위로 공장증설을 추진하던 A社는 기준이 서로 달라 사업추진 과정에서 혼란을 겪었다.

또 영세 무역업체 B社는 ‘05년 3월 지방세관으로부터 2억 5천만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03년부터 ’04년까지 수입한 제품에 대해 관련 규정을 잘 몰라 ‘면세승인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B社 관계자는 “초기 수입과정에서 세관 공무원과 관세사도 ‘면세승인신청’을 하는 제품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통관 시켜주었고, 이후 별 문제 없이 통관시켜 주다가 2년이 지난 시점에 발견해 가산세까지 얹어 세금을 부과했다”며 “관련 규정만 알았다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한꺼번에 가산세까지 얹어 추징 받게 돼 억울하다”고 하소연 했다.

또한 기업활동시 규정이 가장 어렵고 복잡한 법령 분야로 대기업은 ‘공정거래’(33.3%), 중소기업은 ‘세제’(25.7%)를 꼽았다.

현행 기업관련 법령의 문제점으로는 응답기업의 29.3%가 ‘규정이 애매모호해 적용대상 여부 등이 불분명한 점’을 꼽았으며 ‘법체계 복잡’(23.3%), ‘법률용어 및 표현이 어려움’(19.5%), ‘중복·유사법령이 많아 종합판단이 어려움’(14.4%), ‘법령이 수시로 개정돼 대응이 어려움’(13.5%) 순으로 응답해 법령을 쉽고 체계적으로 정비하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응답 업체의 상당수인 89.4%가 기업활동시 변호사의 자문이 필요하다(매우 필요 : 22.0%, 약간 필요 : 67.4%)고 답했다.<별 필요 없음(10.6%)> 반면 응답 업체의 10곳 중 1곳만 사내에 변호사를 고용(1~2인 고용중 8.3%, 3인이상 고용중 1.7%)하고 있었다.<고용하지 않음(90.0%)>

구체적으로 보면 대기업 10곳 중 3곳은 사내에 변호사를 고용(1~2인 고용중 21.2%, 3인이상 고용중 7.6%)하고 있었으며<고용하지 않음(71.2%)>, 중소기업의 경우는 대다수인 94.4%가 변호사를 고용하지 않고 있었다.<고용하고 있다(5.6%)>

어렵고 복잡한 법령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응답기업의 절반이상이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 외부전문가 활용’(56.0%)이라고 답했으며 ‘관련 공무원에게 문의’(24.3%), ‘인터넷 검색 등 나름대로 해석해 대응’(10.9%), ‘사내 변호사 등 활용’(8.8%) 순으로 나타나 80.3%의 기업들이 외부에 의존하고 있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각 부문별로 얽혀있는 복잡한 경제법령은 기업들에게 부담이 된다”며 “정부는 기업에 중복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규제법령을 간소화하고 기업들은 기업활동시 보다 충분히 법령을 검토해 대응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관련사례 >

1. 수도권에 있는 C社는 지난해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경사도 규제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현행 환경법(사전환경성검토 협의기준)은 경사도 기준을 사업부지 중 경사도 20°이상 지형이 50%이상이 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산지관리법은 산지 평균 경사도를 25°미만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은 산지 형질을 변경하는 경우 경사도를 30°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2. 수도권에 있는 중소 건설업체 D社는 작년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2005년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으로 건설업 등록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제조합 등 보증기관에 자본금의 20%이상을 예치해야 했지만 이런 사실을 몰라 구청으로부터 행정처분을 받은 것이다.
D社 관계자는 “법개정 사실에 주의하지 못한 우리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우리 區에서만 30개가 넘는 업체가 이런 이유로 영업정지를 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3. 수도권에 있는 중소기업 E社는 2004년 보일러를 설치하면서 이에 따른 정수시설을 설치하였다가 지난 6월에 수질환경보전법에 의한 배출시설 설치신고 미이행으로 사용정지 처분과 함께 6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
E社 관계자는 “실제 환경오염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보일러 설비에 따른 시설이 수질환경보전법의 규제를 받을 줄 몰랐다”며 “이로 인해 2개월간이나 공장을 가동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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