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시행 ‘편법 고용’ 우려돼
비정규직법 시행 ‘편법 고용’ 우려돼
  • 곽승현
  • 승인 2009.09.1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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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두고 노ㆍ사ㆍ정 또 다시 대립 국면




법 시행 이후 7월 16일부터 8월 12일까지 전국 1만1426개 사업체에서 근무하는 기간제 근로자 중 올 7월로 계약이 끝난 1만9760명을 대상으로 ‘사업체 기간제근로자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는 37.1%(7320명),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36.8%(7276명)로 집계됐다.

나머지(26.1%)는 고용계약 변경 없이 해고만 피한 것으로 근로자들로 정규직 전환도 하지 않고 계약종료도 하지 않은 채 편법고용한 경우였다.

이번 조사에서 ‘기타’로 분류된 이들은 대부분 영세한 사업장에 포함된 인원들로 정규직 전환 비율(36.8%)이나 계약종료 비율(37.0%)만큼이나 많은 비율(26.1%)을 차지하고 있어 노동부가 이에 대한 해석을 두고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당초 최대 100만여명 중 70% 가량이 해고위기에 놓일 것이란 전망치와 크게 차이 나는 것으로 이러한 차이의 원인은 ‘기타’ 항목이 변수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 비정규직법 적용 이전(6월 30일)과 이후의 정규직 전환율이 유사하게 나타나 법으로 인한 정규직 전환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법 적용 이전과 같은 비정규직으로 일을 지속하거나 특별한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편법 고용’의 계약이 끝나고 실직을 당한 경우를 감안하다면 고용 대란이 현실화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법 개정을 두고 노ㆍ사ㆍ정이 또 다시 대립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비정규직법 사용기간 연장으로 인한 정규직 전환 효과가 확인되면서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태스크포스팀(TF)를 통해 본격적으로 개정안 마련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3일 “한나라당ㆍ노동부 비정규직법 태스크포스(TF)에서 결론이 나면 이번 정기국회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을 하거나 유예를 하거나 어떤 형태로든 근로자 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수차례 법 개정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은 현행 2년 계약기간이 끝나는 비정규직에 대해 1회 반복 갱신을 허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복 갱신 시 비정규직을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노동자에는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기업에는 고용의 유연성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민주당과 노동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한나라당의 방안은 지난 비정규직 논의 과정에서 아이디어 차원으로 제기된 것이기 때문에 근원적 해법보다는 임시방편으로 나온 방안이라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추미애 위원장은 4일 국회 정론관에서의 기자회견 자리에서 “정부여당이 이러한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역행하면서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 제한이 지나도 노동자와 사용자가 원하면 근로계약을 한두 번 갱신하도록 이 법을 고치겠다는 것은 비정규직을 반복 갱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규직 전환효과가 뚜렷하게 확인된 만큼 추경예산으로 편성된 1185억원이 집행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조속히 제·개정해야 할 뿐 아니라 그 동안 여야간에 검토됐던 2~3조 원 규모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도 적극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계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제한이라는 대전제를 그대로 둔 상황에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의 자율적인 고용과 해고를 보장하고 시간제 근로 등 다양한 근로형태를 가능하게 만들어 선진국과 같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석래 회장은 “하루 1000명 이상이 실직상태가 되고 있다”며 “고용주 입장에선 비정규직을 해고도 못하고, 정규직 전환도 안한 채 어정쩡하게 넘어가는 행태가 반복되는 건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작용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 동안 잠잠했던 비정규직법 처리 문제가 9월 국회를 앞두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향후 노ㆍ사ㆍ정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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